▲합천보 수문이 다시 닫혔다. 이렇게 되면 드러났던 모래톱은 곧 모두 수장될 것이고, 이곳을 찾았던 뭇 생명들도 모두 떠나게 될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나 그것은 습지가 아니며, 거대한 물그릇이자 거대한 수로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더 이상 생명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문이 열려 은백의 모래톱이 드러났을 때 찾아오던 그 다양한 생명들을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 풍부했던 생물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독수리, 흰꼬리수리, 잿빛개구리매,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털발말똥가리, 큰말똥가리, 큰기러기, 원앙, 황새, 댕기물떼새, 깜짝도요, 노랑부리저어새, 백로, 왜가리, 호사비오리까지 이렇게 다양한 철새들과 텃새들이 찾아온 것이 이 일대 낙동강과 회천의 모래톱이었다(관련 기사:
수문 열자 찾아온, 귀한 낙동강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일순간 풍부했던 생물 다양성은 일순간에 사라지게 생겼다. 희귀 조류 호사비오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래서 낙동강유역 환경단체들의 연대조직인 낙동강네트워크는 합천보 수문개방 결정권을 쥔 환경부를 향해 "철새들이 돌아가는 3월 초까지만 합천보 수문을 개방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수문을 닫는 이유는 인근 농가들의 마늘밭과 양파밭에 물을 대야 한다는 민원 때문이다. 그러나 낙동강네트워크에 따르면 그 민원은 지난해처럼 양수기를 동원해 우선 급하게 물이 필요한 농가에 물을 대주고, 주변 대다수 농민들이 3월 중순부터 물을 대줘도 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를 들어, 그때까지는 합천보 수문을 개방해 어렵게 낙동강을 찾아온 겨울 철새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만 합천보 수문을 열어두자는 것이 낙동강네트워크의 간곡한 요구였던 것이다.
생태 보전 책임 있는 환경부에 묻고 싶다
물론 양수기를 설치한다는 것은 번거럽고도 수고로움이 드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서 낙동강 습지가 유지되고, 그 낙동강 습지에 수많은 생명들이 와서 평화롭게 머물다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어떤가. 이 사실만으로도 기꺼이 그런 수고로움은 감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나라의 생태환경과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서 책임이 있는 환경부로서는 말이다.
그러나 하필 세계 습지의 날인 2월 2일 오늘, 환경부가 합천보 수문을 완전히 닫아건다. 습지의 날에 습지를 수장시키는 행위를 환경부가 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행정이란 말인가. 어렵게 찾아온 겨울 철새와 물새들을 보호해도 시원찮을 환경부가 이들을 다 내쫓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이런 모순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