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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교육을 대하는 선후배 직장인의 차이

후배가 알려준 직장 생활 꿀팁... 해보니 회사에서 대화가 달라집니다

등록 2023.02.06 10:53수정 2023.02.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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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퍽한 직장 생활에도 찾아보면 소소한 재미 거리가 분명 있다. 퇴사가 열풍이 되어버린 요즘, 어쩌면 그 재미 거리가 계속 회사를 다닐 큰 힘이 되어줄지 모른다. 여기에 18년 차 직장인의 재미를 전격 공개한다.[기자말]
직장인이라면 직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다양한 종류의 교육을 받는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연간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이 병행되는데 대부분 동영상 시청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필수 사항임에도 귀찮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할 때가 많았다. 연말이 다 되도록 미루고 미루다가 주말까지 동원해서 간신히 이수 시간을 채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가볍게 보다가 큰코다치는 일도 있었다. 몇 년 전 친한 선배가 승진 대상자임에도 교육 실적을 채우지 못해서 탈락했다.


위로하는 술자리에서 선배는 '창피해서 어디 말도 못 하겠다'며 연거푸 소줏잔만 비웠다. 그리곤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부터 잘 챙기라며 신신당부했다. 바로 옆에서 목격하니 얼마간은 경각심을 갖고 챙기기도 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물론 업무에 직접적인 도움 되고, 꼭 필요함은 알겠는데 왜 이리 흥미가 생기지 않는지. 학창 시절 시험이 다가와 공부하려고 책만 펴면 졸리고, 딴짓하고 싶었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 사내 독서 증진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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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신청 사내에서 실시하는 '독서 증진 프로그램' 신청이 치열해서 금세 마감되었다. ⓒ ? OGQ

 
작년 가을쯤이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젊은 후배 둘이서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책'이란 단어에 귀가 쫑긋 했다. 신청은 잘했는지, 어떤 책을 받았는지, 어떤 내용을 작성해야 하는지 제법 심각한 대화가 오갔다.

외부에서 독서 모임이라도 하나 싶어 호기심에 물어보았더니 회사에서 시행하는 '독서 증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단다. 회사를 나름 오래 다녔으면서도 솔직히 그때 처음 들었다. 사내 게시판에 공지로 등록되어 있다는데 그간 왜 몰랐지.

검색을 해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사이트에 접속해서 원하는 도서 신청을 한 후 독후감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수료시 교육 시간까지 인정해 주었다.


책도 공짜로 받고, 교육 실적도 챙길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기였다. 마침 교육 신청 기간도 지나지 않았다. 달력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그날이 다가오길 고대했다.

출근해서 다른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을 때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독서 증진 프로그램' 신청 날이었다. 알람을 설정해 놓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뻔했다. 서둘러 사이트에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니 정체라도 된 듯 화면 전환이 되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했다. 몇 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접속되어 도서 신청 카테고리에 들어가 신청했더니 이미 마감이 되었다. 허탈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후배에게 물어보니 인기가 많아서 쉽지 않다고 했다. 측은해 보였는지 나한테만 알려준다며 비법을 알려주었다. 사전에 접속해서 기다리라는 꿀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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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지난 2022년 12월 초 오픈서베이와 함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 교육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 휴넷 제공

 
다음 달에 다시 도전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쫄깃했다. 다행히 후배가 알려준 방법으로 했더니 성공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했다. 며칠 뒤 책이 회사로 왔고, 2주간 열심히 읽었다. 과제는 만만치 않았다. 전반적인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인상 깊었던 점, 소감 등을 작성해야 했다. 60점 미만 시 미수료로 다음 차시 신청도 불가했다. 제출하고 1주일 정도 지난 뒤에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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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증진 프로그램' 평가 점수 60점 이상이면 수료인데 당당하게 90점을 맞았다. ⓒ 신재호

 
다행히 평가 점수는 90점으로 통과였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 전문 지도 교사의 총평까지 꼼꼼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수료증을 제출하고 교육 실적도 인정받았다. 어찌나 뿌듯하고 좋은지. 아내에게도 자랑했다. 평소 글을 쓴다며 끄적대는 모습에 미덥지 않아 하더니 눈앞에 실적을 보여주니 이제야 조금은 인정하는 듯 보였다. 어깨가 으쓱했다.

그 뒤로도 매달 신청했고, 작년에 총 세 번 참여했다. 모두 수료하였고, 주변에 친한 동료에게도 소개를 해주었더니 참여하는 동료도 몇 명 생겼다. 신기한 일은 그간 딱딱한 업무나 주식, 코인 이야기만 주고받았던 우리가,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는 점이다. 각자 읽고 싶은 책도 나누고, 은근히 평가 점수가 어땠는지 경쟁하는 재미도 있었다.

자기 계발에도 열심인 MZ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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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증진 프로그램에서 받은 책 작년에 사내에서 주관하는 독서 증진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3권의 책을 받았다. ⓒ 신재호

 
적당한 때에 날을 잡아 알려준 후배들에게 거하게 한턱을 냈다. 세대 차이가 난다며 거리를 두었는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니 도움 되는 점이 많았다. 한 친구는 회사에서 보내주는 국외연수 시험을 보기 위해 열심히 외국어 공부 중이었고, 다른 친구는 대학원 준비 중이었다. 합격하면 학비는 회사에서 지원받을 수 있었다.

회사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찾고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저 회사는 일하고 월급 받는 곳이란 생각에 머물렀던 내가 우물안의 개구리였다. 주변에 MZ 세대에 관하여 편견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일 뿐 아니라 운동, 취미 활동 등 다방면으로 열심히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 면이 오히려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후배들 덕분에 지루했던 교육 실적 이수에 한 줄기 빛을 찾았다. 여전히 많은 부분은 업무 관련 교육으로 채워야 하지만 짬짬이 독서 증진 프로그램을 통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연초라 잠시 휴지기 중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다시 사이트가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또 어떤 책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재미진 요즘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발행됩니다.
#회사생활 #교육실적 #이수 #독서증진프로그램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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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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