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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진 눈물 "내일 1시 분향소 철거? 아이들 따라가겠다"

[국회 이태원 참사 추모제] 첫 국가기관 주최... 유족, 진상규명·재발방지 초당적 협력 요청

등록 2023.02.05 13:49수정 2023.02.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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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에서 헌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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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무엇이 달라졌을까. 참사 발생 후 100일째인 2월 5일에서야 국가기관이 주최한 추모제가 처음으로 국회에서 열렸다. 빨간색 목도리를 하고,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찾은 유가족들은, 생존피해자들은 여전히 '우리는 답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디 '국민의 대표자'들이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이종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무대에 마련된 희생자들의 영정을 가리키며 추모제에 참석한 김진표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 아이들, 이 아이들이 왜 여기 있나? 그리고 저희 유족들이 왜 국회에 와 있어야 하나?"라고 물었다. 그는 "(어제 설치한) 시청광장 앞에 있는 허름한 천막, 저희가 치우겠다"며 "내일 (오후) 1시까지 서울시에서 철거하러 오겠다고 연락왔다"고 말했다.

"그 천막은 저희가 철거할 테니까 국회와 정부와 서울시에서 많은 국화꽃과 많은 카네이션으로 단장된 합동분향소를 공식적으로 만들어주십시오. 간청드리고, 또 국민의 권력으로 명령하겠습니다. 요청드립니다. 명령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간청드립니다, 또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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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어 이 대표는 참사 재발 방지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발언을 하면 할수록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이었다. 결국 그는 오열하며 말을 이어갔다. 몇몇 유족들은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님! 당신의 명령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까? 간청드립니다, 그러면. 부탁드립니다. 김진표 의장님, 이재명 대표님, 정진석 위원장님, 이정미 대표님, 용혜인 대표님. 내일 서울시에서 저희의 조촐한 천막 분향소를 철거하러 올 경우 저희들은 휘발유를 준비해놓고 그 자리에서... 전부... 이 아이들을 따라 갈 것입니다. 다 죽을 것입니다."

유족들의 흐느낌은 울부짖음으로 바뀌었다. 어떤 이는 "저희 또 죽습니다"라고, 어떤 이는 "그렇지 않아도 하루하루 죽고 있다"고 외쳤다. 추모공연을 위해 참석한 세월호 유족들의 4.16 합창단원들도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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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생존자들도 희생자들을 제대로 추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 최초로 112에 압사사고 우려를 신고했던 박아무개씨는 핼러윈 축제로 들떴던 그날의 분위기를 전하며 "그 이쁘고 잘생긴 청년들이 그곳에서 왜 그런 고통을 당해야 했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저는 마르지 않는 눈물과 분노로 국가트라우마센터 도움을 받았지만 치유되지 않았다"며 "그 분노는 국가 책임자들의 반성 없는 핑계와 뻔뻔함이 이유였다"라고 말했다.

언론 기고, 인터뷰 등으로 연대해온 김초롱씨는 마이크 앞에 설 때부터 울고 있었다. 그는 "울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오늘 와서 이렇게 (고인들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들으니까... 그리움이 구체화돼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이 100일인데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며 "참사 이후 제가 용기를 계속 내며 세상에 목소리를 낸 이유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하길 바라기 때문인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라고 절망했다.

"용기를 낸 대가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을 목격하는 것뿐이라면, 저는 정말이지 살면서 다시는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안고 가까스로 나왔습니다. ...(중략) 아직도 (제게) 나서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어요. 지금도 사람들이 참사의 참상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데, (저마저) 외면한다면 그냥 그저 그런 일 정도로 묻힐 겁니다."

김씨는 추모제에 참석한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국회의원들은 두렵지 않다. 제가 두려운 대상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지, 그게 가장 두렵다"며 "잘못 없는 이들이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울먹이며 그의 발언을 듣던 유족들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고, 동시에 "꼭 트라우마 없어지게 (국가가) 책임 좀 져주세요"라고 소리쳤다.

함께 했지만... '원론만' 여당, '정권 비판'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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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여야 지도부는 추모제 내내 무거운 표정이었다. 다만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정부와 집권 여당은 사회적 참사에 무한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대형 사회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내놨다. 그는 헌화 후 취재진으로부터 분향소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논의를 해봐야겠다"고만 대답했다.

야당은 정권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그날 이후 유족에겐 온 세상이 까만 잿빛이지만 대통령도, 정부도, 여당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권력이 아무리 감추고 외면해도 정의는 회복되고 진실 또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최소한의 도리를 해달라. 그 무책임한 장관을 임명한 대통령이 인선의 실패를 통감하고 유족 앞에서 정말 제대로 사과해달라.'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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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국회추모제 종교 추모의례에서 손을 맞잡고 기도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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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 등이 기독교 추모의례에 맞춰 손을 잡은 채 기도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태원 참사가 사회적 재난인 만큼 초당적 협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추모제를 주도한 국회 생명안전포럼 대표 우원식 의원은 "유족 뜻에 따라 여야 함께 하는 추모제를 만들기 위해 여러 시민사회 인사들과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이 수고해줬고 김진표 의장, 박홍근·주호영 원내대표도 마지막까지 힘을 모아줬다"며 "오늘 이 자리가 희생자를 추모하고 함께 위로하며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는 자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역시 "국가의 부재로 단절된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누구보다도 국가 운영에 책임 있는 이들이 무겁게 기억해야 한다"며 "반복되는 참사, 국가의 무책임과 무능, 무너지는 공동체의 신뢰. 이런 반복을 끊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 국회가 사회적으로 연결된 책임을 다 받아들이고 다 해야 할 때"라며 "우리가 끝내 미래의 문을 함께 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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