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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백조를 찾습니다"... 한국 환경문제에 18억 쓴 미국 회사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 낙동강하구 환경포스터 등 35개 프로젝트 지원

등록 2023.02.07 18:05수정 2023.02.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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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에 비치된 낙동강하구 큰고니 등 철새 관련 프로젝트 포스터. '친환경 기업'으로 불리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세계뿐만 아니라 국내 환경 사안에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지난 3일 부산의 한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에 들어가자 반가운 글자가 눈에 띄었다. 탁자 위에 올려진 다섯 종류의 포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모두 부산과 밀접히 관계가 있는 낙동강하구 내용으로 채워졌다. 화려하게 전시된 등산 의류 사이에서 접한 어색한 풍경이지만, 그 매장의 이름이 파타고니아라는 것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달부터 파타고니아는 서울과 부산 주요 매장 한쪽에 '제작-습지와새들의친구, 지원-파타고니아'가 적힌 환경 포스터를 고객들이 가져가도록 비치했다. 새가 그려진 종이 태그에는 "철새들의 터전, 낙동강하구를 대교 건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유롭게 가져가서 많은 곳에 붙여달라"라는 글귀가 달렸다. 

이 중 하나인 노란색 포스터는 큰고니와 관련이 돼 있다. 천연기념물 201호라는 이름표에도 무분별한 개발로 어느새 큰고니가 사라질 처지에 놓였단 내용이다. 파란색 포스터는 낙동강하구에 27개의 교량도 모자라 추가로 16개를 더 지으려는 논란을 비판했다. 분홍색, 하얀색 포스터는 멸종위기종 새들의 등의 보전 호소와 고니들의 상승비행 조건인 교량 4km 간격 필요성을 담았다.
   
환경 문제에 유별난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지난해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 회장 일가가 보유한 4조 원 규모의 회사 지분을 지구환경 문제에 쓰겠다고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다. 모든 이익을 재투자 비용 외엔 환경위기 해결에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파타고니아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는 입장 역시 크게 화제가 됐다. 

사실 파타고니아는 '1% FOR THE PLANET'이라는 기금을 통해 각국의 여러 환경 사안을 오랫동안 지원해왔다. 이 기금은 쉽게 말해 지구에 내는 정기적 세금과 같다. 해마다 매출의 1퍼센트를 환경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단체에 쓰겠다는 방침이 바로 그것이다. 비영리 환경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영향력 있는 기업의 참여를 늘려왔다. 누적 지원금액은 4억여 달러, 우리 돈 5천억여 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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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의 모습.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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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에 배치된 낙동강하구 큰고니 등 철새 관련 프로젝트 포스터. '친환경 기업'으로 불리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세계 뿐만 아니라 국내 환경 사안에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파타고니아 "낙동강하구 지키는 건 중요한 환경문제"

지난해와 올해에는 낙동강하구 철새 이야기도 그 지원 대상 중의 하나가 됐다. 파타고니아의 원칙에는 "직접 행동하고, 대담하게 대응하며 변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는 전제가 있는데, 부산의 철새 문제가 이런 기준에 적합하다고 봤다. 이번 포스터는 이 기금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낙동강하구의 철새 상황은 악화일로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조사한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를 보면, 낙동강하구의 조류 개체 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2006년 1월엔  6만여 마리였지만, 10여 년 뒤인 2020년·2021년 1월에는 4만여 마리로 줄었다.

여름을 대표하는 쇠제비갈매기는 2013년 이후부터 거의 볼 수가 없게 됐고, 겨울의 상징인 큰고니도 그 숫자가 최대 4천 마리에서 평균 1천 마리대로 감소했다. 달라진 환경에 과거만 해도 흔히 듣던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라는 수식어는 옛말이 됐다.


환경단체는 자연이 주는 경고라며 대책을 세우자고 호소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더 파헤치고 자동차가 다니는 교량을 추가하는 게 아닌, 오히려 생태계를 놔두고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세계습지의날 부산 행사에서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부산시를 향해 "대저대교 등으로 하구 생태계를 위협하면서, 자연과의 공존을 내세워 부산엑스포 유치를 말할 자격 있느냐"라고 날 선 질문을 던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파타고니아의 한국지사는 35개 환경보호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전체 규모는 161개(18억여 원)에 달한다. 여기엔 낙동강하구 교량 건설 중단, 철새 보호뿐만이 아닌 4대강 보 개방 촉구나 재자연화, 녹조 독성 검사 등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도 파타고니아는 지속적인 지원 방침을 약속했다. 주요 철새 이동경로이자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인 낙동강하구에 함께 연대하겠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파타고니아 코리아 환경팀은 "다리 건설로부터 낙동강하구를 지키는 것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환경 문제"라고 응답했다. 덧붙여 "이번 포스터는 서울 직영점과 김해, 부산 매장 등 5곳에서 만날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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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가 지원하고,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가 만든 낙동강하구 교량 건설, 철새 관련 포스터. 서울, 부산 등 주요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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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에 배치된 낙동강하구 큰고니 등 철새 관련 프로젝트 포스터. 가져가서 부착해달라는 안내글이 인상적이다. ⓒ 김보성

#낙동강하구 #파타고니아 #철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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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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