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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4대강'? 교수님, 반성부터 하셔야 합니다

[주장]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전 4대강사업추진본부장 <조선일보> 기고글에 부쳐

등록 2023.02.07 11:19수정 2023.02.0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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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주역 6인방. 강정고령보 4대강 홍보관 디아크에 가면 이 6인방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제일 오른쪽이 심명필 당시 4대강사업추진본부장 ⓒ 정수근

 
"4대강사업은 완공 10년이 되었다. 4대강에 생명과 사랑이 넘쳐 다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강이 되기 바란다."

전 4대강사업추진본부장이었던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그는 6일자 조선일보 기고 글(적폐 몰렸던 4대강, 다시 '희망의 강'으로 흘러야 한다)을 통해 희망의 4대강을 이야기했다.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지금 4대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을 사람의 말이라, 4대강사업을 진두지휘해 그 책임이 막중한 분의 말이라 더욱 그러하다.

지금 낙동강은 해마다 심각한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햇수로 10년이 넘었고 그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녹조는 독성 물질을 내뿜는다. 오하이오주립대 이지영 교수는 지난해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시스틴-LR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청산가리보다 내가 알기로는 6600배 정도 더 독성이 강하다"며 그 심각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독성 물질이 영남인이 마시는 정수한 수돗물에서도 나오고, 그 물로 농사지은 쌀과 무와 배추 같은 농산물에서도 검출되고, 낙동강 물고기에서도 나오고, 심지어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서도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 환경단체 측의 입장이다(관련 기사 : 낙동강 1km 밖 주택가 공기중에서도 '남세균 독소' 검출).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의 발언을 보고, 영남인의 한 사람으로 모멸감을 느낀다. 낙동강을 이같이 위험천만한 죽음의 강으로 만들어놓고 어떻게 '생명' 운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책임져야 한다, 이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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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는 또 "16개 보로 확보된 물은 팔당댐의 2.3배에 해당한다. 홍수기에는 준설로 인해 하천 수위가 낮아져서 안전해졌고, 평시에는 보의 설치로 풍부한 물을 저장할 수가 있다. 준설과 보는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물이 많아졌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도대체 어떤 물인지 묻고 싶다. 녹조가 창궐해 독성 물질이 검출된 물이다. 인간은 정수라도 하지만(그래도 수돗물에서 미량 검출되지만) 야생동물들은 그 물을 그대로 마셔야 한다. 이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그 물로 농사지어야 한다. 이 지경을 만들어놓고 물이 많아졌다고 어떻게 자랑할 수 있다는 말인가?


모래는 하천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 수질을 정화시켜주는 필터 역할을 하고, 모래톱은 수많은 야생생물들의 쉼터와 먹이터로 기능을 해 많은 생명들을 불러모은다. 즉 뭇 생명의 터전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생명의 터전을 모두 말살해놓고는 어떻게 준설로 '안전'을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안전이란 말도 사실은 입증이 안 된 말이다. 오히려 4대강 보로 지천의 수위마저 동반 상승한 채로 있다가 장마시 집중호우가 오면 지천에 홍수피해가 속출하는 기이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데도 홍수로부터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는 이후 과제로 "4대강 본류로 유입하는 지류 지천의 정비 공사도 이어져야 한다. 또한 4대강에서 제외한 국가 하천도 단계적인 종합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류 지천에 이어 다른 국가하천에서도 제2의 4대강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소리로 들리는 건 괜한 우려일까. 

그는 또 이런 사업을 해외로 수출하고 "4대강의 기술과 경험으로 북한의 황폐한 하천을 정비하고 수자원 개발까지 이어져서, 북한의 가난과 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며, 장차는 통일의 문을 여는 중요한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위험천만한 강을 만든 사업을 어떻게 해외로, 북한으로 수출할 수 있겠는가. 

강은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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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수문이 열리자 이렇게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수문개방의 힙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가 해야 할 첫번째는 철저한 자기 반성이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평가해야 한다. 4대강을, 영남의 젖줄이자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현재의 상태로 만들어놓은 것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낙동강은 아직도 보로 막혀, 낙동강유역 주민들은 매년 녹조 독성을 걱정해야 한다. 그는 이 심각한 문제부터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적폐 몰렸던 4대강, 다시 '희망의 강'으로 흘러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4대강은 아직도 흐르지 못하고 있다. 보로 막혔기 때문에. 그렇다. 그의 말처럼 강은 흘러야 한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간 4대강사업 현장을 누비며 4대강사업의 병폐에 대해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 녹조 #4대강사업 #심명필 #모래톱 #마이크로시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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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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