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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라도 된 기분... 바라만 봐도 좋은 환아정

필봉산과 왕산까지 탁 트이는 전경이 일품, 산청군청 뒤편에 위치

등록 2023.02.07 11:35수정 2023.02.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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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로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과 물고기처럼 쉼 없이 움직이는 차들.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오히려 좁은 산청군청을 찾았습니다. 산청읍의 중심지에 자리한 군청 뒤편으로 향하면 2022년에 재현한 '환아정(換鵝亭)'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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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환아정 솟을대문 <사의문> ⓒ 김종신

 
환아정은 군청 뒤편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까닭에 산청읍 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햇살 드는 자리에 있는 환아정으로 다가서자 선악을 구별하고 정의를 지키는 전설 속 동물인 해치(또는 해태)가 입구에서 반깁니다. 화재와 재앙을 막는 상서로운 동물인 까닭에 궁궐 입구 등에 세워져 있는데 여기서 만나니 낯설기도 합니다.
 
해치 곁을 지나면 계단이 나오고 계단 위로 솟을대문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대문에는 <사의문(思義門)>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문득 해치와 함께 올바름은 생각하라는 사의문의 편액이 내세우는 뜻이 무얼까 궁금해집니다.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환아정이 나옵니다. 그런데 사의문 뒤태를 잠시 보면 좌우 에 남녀 화장실이 있습니다. 문 옆 좌우에는 배롱나무가 햇살에 온몸을 벗고 샤워하는 듯 민낯으로 하늘을 향해 뻗었습니다. 문 왼쪽으로는 소나무 삼형제가 푸르른 빛을 뿜어냅니다.
 
본격적으로 환아정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얀 돌계단이 낯섭니다. 'ㄱ'자 모습의 환아정 동쪽 지붕은 겹지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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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산청공립보통학교 개교 당시의 환아정 ⓒ 산청초등학교

 
환아정은 1395년 산음 현감이던 심린이 산음현 객사 후원에 정자를 지은 정자라 합니다. 중국의 서예가 왕희지가 중국 산음(山陰)땅 도인에게 '도덕경'을 써 주고 거위를 받았다는 '환아' 고사에서 이름을 환아정이라 지었다고 합니다.
 
당시 환아정의 현판은 한석봉이 썼다고 하는데 1597년 동아시아국제전쟁(정유재란) 때 불타 소실되었습니다. 지금의 글씨는 소헌 정도준(紹軒 鄭道準, 1948~) 선생의 글씨입니다.

진주 출생의 소헌 선생은 화재로 불탄 국보 숭례문 복구 상량문에 휘호는 물론이고 진주성 공북문 등의 현판을 쓴 유명한 서예가입니다. 선친은 촉석루 현판과 합천 해인사 편액인 '海印叢林(해인총림)'을 쓴 유당 정현복 선생(1909~197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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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 환아정 ⓒ 김종신

 
인터넷 검색 등에서는 환아정을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영남 3누각이라고들 떠들고 있습니다. 누가 영남 3누각이라 순위를 매겼는지도 불분명하지만 촉석루와 영남루의 명승에 산청 환아정 뿐 아니라 영남의 다른 누각들도 은근슬쩍 3대 누각이라고 이름을 올리기도 합니다.
 
환아정의 옛 모습은 보물 제1929호로 지정된 '김윤겸(1711~1775) 필 영남기행화첩' 등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 문인화가로 유명한 김창업의 서자인 김윤겸(1711~1775)이 1770년 진주지역 역참 찰방(察訪)으로 일하며 영남지역 명승 14곳을 화폭에 담은 화첩은 현재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화첩 10면에 30 x 46cm 화폭에 담긴 풍경을 통해 당시를 떠올리기 좋습니다.
 
원래는 지금의 산청초등학교 자리에 있었지만 1950년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의 자리에 재현한 셈입니다.

계단을 올라 고개를 들면 하늘로 승천하려는 용들이 세 기둥 양쪽에 그려져 용의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끄트머리마다 마치 필봉산의 붓대처럼 붓 모양의 형상이 필봉의 정기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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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환아정에 서면 주위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김종신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두 눈에 꾹꾹 담을 수 없습니다. 두 눈으로도 모자라 휴대전화 카메라의 눈을 빌리기도 합니다. 일상 속 묵은 때가 오가는 바람에 씻깁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필봉산과 왕산.
 
동쪽의 꽃봉산과 전망대에서 남동쪽의 웅석봉, 서녘의 필봉산과 왕산, 북쪽의 와룡산, 정수산까지... 발아래 보이는 풍광에 절로 신선이라도 된 기분입니다. 오가는 바람이 참 달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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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환아정 주위 경호강 산책로 ⓒ 김종신

 
오가는 풍광을 바라보며 멍때리기 그만입니다. 기분 좋게 일상에 찌든 때를 씻고 정자를 내려와 환아정 아래 경호강 쪽으로 내려갑니다. 잘 꾸며진 산책로에서 다시금 시원한 강바람과 인사를 나눕니다.
 
각박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새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양화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환아정을 찾으면 그만입니다. 이곳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평화롭게 만듭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습니다.
#환아정 #사의문 #산청초등학교 #산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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