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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금호강서 들린 반가운 외침, "혹고니를 보다니!"

'안심습지'서 멸종위기종 1급 발견... 금호강, 겨울 철새들에겐 귀중한 장소

등록 2023.02.07 17:50수정 2023.02.0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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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고니 암수 한 쌍 정답게 노니는구나 멸종위기종 1급 혹고니는 한 해 30마리 정도가 월동을 위해 국내를 찾는다 ⓒ 생명평화아시아


"혹고니다, 혹고니!"
"'흑'고니요?"
"'혹'이요. 부리 위쪽에 보면 혹이 나와 있어요. 엄청 보기 힘든 건데 오늘 운이 좋네."


해를 받아 반짝이는 물결 위에서 새들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소리를 내며 모여 있었다. 지난 4일 금호강 조류 현장 조사를 위해 김정태 박사(산애들에 생태연구소), 김시환 활동가와 안심습지를 찾았다. 지난달 초에 왔을 때는 얼음이 꽁꽁 얼어 새가 없던 쪽에도 이번에는 큰고니, 물닭, 흰빰검둥오리 등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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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러져 사는 법을 아는 우리, 제법이죠? 금호강 안심습지의 큰고니, 물닭, 흰빰검둥오리 ⓒ 생명평화아시아

 
흰 새는 백로, 회색 새는 왜가리, 어디서 주워 들어 이것만 알던 나에게 겨울 금호강은 새로운 세계였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고니속은 고니, 큰고니, 혹고니 세 가지인데 그중 보기 어렵다는 혹고니를 한 쌍으로 마주하다니, 나 같은 탐조 초보에게는 엄청난 축복인 셈이다. 우리나라에 와서 겨울을 나는 혹고니는 30마리 정도로 알려져 있다.  

긴 거리를 비행해 오는 겨울 철새에게 금호강 같은 하천은 휴식을 취하고 먹이잡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귀중한 도심 속 장소다. 찾아오는 새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가 모여 사는 대도시는 다른 생물을 내쫓는 공간이 되고야 말았지만, 더 이상 새가 찾지 않는 환경은 우리에게도 살기 팍팍하다는 뜻일 테다. 도심 속 공존이 중요하고 필요한 이유다.

대구시는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금호강을 명품하천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동촌유원지에는 물놀이장, 모래사장 등을 만들고, 달성습지 쪽에는 보행교를 설치하는 등의 계획인 선도사업에 2026년까지 810억 원의 사업비를 예정했다. 금호강을 생태·문화·관광이 어우러진 거점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사업이라고 설명하는데, '생태'를 위한다면 과연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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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현장 조사를 위해 금호강으로 출동! 왼쪽부터 박창언 인턴(생명평화아시아), 김정태 박사(산에들에 생태연구소), 김시환 활동가 ⓒ 생명평화아시아

     
* 사단법인 생명평화아시아는 생태하천으로서의 금호강을 지키기 위해 2023년 금호강 현장 조류 조사를 실시합니다. 김정태 박사, 김시환 활동가로 구성한 조사팀과 매달 1회 금호강(안심습지~달성습지 구간 지점별)을 찾아 조류 종수, 개체수 등 정보를 수집하고, 한 해 조사 결과를 취합한 보고서를 발간한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생명평화이시아 활동가입니다.
#금호강 #금호강르네상스 #혹고니 #겨울철새 #안심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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