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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탄핵안 가결, 최장 180일 직무 정지...이태원 참사 희생자 호명

헌정사상 최초 국무위원 탄핵소추, 찬성 179·반대 109·무효 5... 국힘 "정부 해코지 하려는 것"

등록 2023.02.08 15:27수정 2023.02.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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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대체 : 2월 8일 오후 6시 10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3당이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장관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 주무장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재난안전법 등을 위반했다'면서 발의한 탄핵소추안이다.

국회는 8일 오후 본회의에서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붙였다. 앞서 탄핵소추안 상정에 반대했던 국민의힘도 참여했다. 표결 결과, 재적의원 293명 중 찬성 179인, 반대 109인, 무효 5인으로 가결됐다. 참고로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총 115명이다.

이는 헌정사상 최초의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가결이다. 국회의 소추의결서가 행안부 등에 송달되면 이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전까지 직무상 권한이 정지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로부터 소추의결서를 제출받은 뒤 최장 180일 간 탄핵안을 심리하게 돼 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엔 사회·교육·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 장관은 다른 국무위원들과 달리 이날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였다.

마지막까지 상정 늦추고자 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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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상정을 규탄하는 피켓을 내걸고 있다. ⓒ 남소연

 
탄핵소추안 상정을 반대해온 국민의힘이 던진 마지막 카드는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 회부'였다. 민주당(169석)-정의당(6석)-기본소득당(1석) 등 야3당 176인 명의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만큼, 본회의 상정시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 이상'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상정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였다.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인 송언석 의원은 '법사위 회부 동의의 건' 제안설명 때 미리 준비한 장문의 원고를 통해 시간을 끌기도 했다. 탄핵소추안을 법사위로 회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보다는 야3당의 탄핵소추안 내용을 반박하고 '이재명 방탄용 탄핵소추안'이란 주장을 펴는 방식이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과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지에도 준비한 원고를 끝까지 읽었다.


이와 관련, 그는 "(2월 임시국회는) 대정부질문을 통해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수행하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열리는 국회다"면서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원내 1당 민주당은 법리에 맞지 않는 무리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소중한 국회의 시간을 정쟁과 방탄으로 얼룩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상민 장관이 도대체 무슨 법을 위반했나. 경찰 수사 결과 직무상 위법이 확인되지 않았고 현재 검찰에서 경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보강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며 "따라서 탄핵소추안이 다수당의 폭거로 인해 힘겹게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법적 요건 미비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 의원은 "이 안건을 법사위로 회부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이 탄핵소추안이 국정을 발목잡기 위한 정쟁 유발 저의와 정치적 악의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라며 "(이상민 해임건의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이) 사전에 기획된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 시나리오의 끝이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사태나 세월호 참사 때처럼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 정권퇴진운동을 하려는 건 설마 아니겠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제출한 '탄핵소추안 법사위 회부 동의의 건'은 재석의원 289인 중 찬성 106인, 반대 181인, 기권 2인으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제출했다. 앞서 의사일정 1항으로 예정돼 있던 사회·교육·문화 대정부질문보다 먼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자는 내용이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 의사안건 상정 때 일반적으로 인사안건, 예산안, 법률안, 동의안, 결의안, 규칙안, 청원 등의 순서로 기재하고 처리한다. 앞서 본회의에서 네 차례의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때도 다른 안건에 우선해 처리했다"면서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재석의원 288인 중 찬성 182인, 반대 106인으로 가결됐다.

참사 희생자 이름, 본회의장에서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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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29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됐다. 이후 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에 송달되면 그 순간부터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석 이 장관의 자리가 비어 있다. ⓒ 남소연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에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튀르키예 강진 피해자 등에 대한 위로를 전하면서 "우리에게도 지난해 10월 29일 소중한 젊은이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여 유가족과 국민에게 크나큰 아픔을 남긴 참사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참사 후 국회는 대통령에게 재난 및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이상민 장관의 해임을 건의했다. 국회는 55일 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이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까지 답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 소추안에는 국정조사로 밝혀진 진실이 담겨 있다. 공개된 국회 회의장에서 선서를 한 증인과 유족, 공문서, 현장녹음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밝혀진 진실"이라며 "이에 따르면 이 장관은 ▲ 재난예방 및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 공직자로서 성실 의무를 위반한 책임 ▲ 국회에서의 위증과 유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2차 가해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여러 탄핵사유가 있다"고 적시했다.

특히 김 의원은 "유족 분들은 희생자들이 이름도, 영정도 없이 정부 분향소에만 안치될 수 없다고 하신다. 희생자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역사에 기록해 달라고 한다"면서 100여명의 참사 희생자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이어 "정당, 정파의 구분을 넘어 국민을 사랑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을 지켜주십시오. 간절히 호소드린다"며 탄핵소추안 가결을 호소했다.

"윤석열 정부, 해코지 하려는 것" vs. "스스로 해결 못하니 국회 나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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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상정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탄핵소추안 가결 후 여야의 표정은 크게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반헌법적 폭거",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반발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오늘 민주당이 저지른 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것이고 의회주의 파괴행위"라며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민주당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국민들이 (민주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본다. (이 장관이)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 구체성도 없는 그야말로 정치적 탄핵 아니냐"라고 힐난했다.

차기 당권주자들도 따로 입장을 냈다. 김기현 의원은 "민주당의 '정치 파탄, 국정 발목잡기'에 할 말을 잃습니다"라며 "국민은 이 모든 것이 이재명 방탄을 위한 민주당의 꼼수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안철수 의원도 기자들을 만나 "정말로 옳지 않은 일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통과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알면서도 이렇게 국가적으로 여러 시간이나 귀중한 것들을 낭비하는 민주당 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따로 규탄대회까지 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탄핵소추안은)더 깊게 가면 대선불복까지 포함하는 듯 하다. 윤석열 정부에 타격주고 해코지를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언론에서 (10일) 이재명 검찰 출석을 앞두고 어떻게든 방탄하고 시선을 돌리려는, 윤석열 정부에 폐를 끼치려고 방해하는 민주당의 속내를 제대로 알려주시라"고 말했다.

야당은 탄핵소추안 가결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는 입장이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이태원 참사를 놓고 이상민 장관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미 물러났으면 될 일이었다"라며 "향후 헌법재판소는 무엇보다 헌법 정신, 국민생명과 안전을 중시하고 국민의 상식에 입각해서, 또한 향후 대한민국의 안전은 반드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 하에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본인 페이스북에 "국민들은 정치·도의적 책임을 다 할 것을 재차 주문했고, 시간도 충분히 주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니 결국 국회가 나선 것"이라고 탄핵소추안 가결을 평했다. 또 "정부와 집권 여당은 오늘 국회의 결정에 맞서지 마시라. 정치공세로 넘어갈 수 있다고 오판도 마시라"고 경고했다.
#이상민 탄핵소추안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국민의힘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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