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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리더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작은 공감부터... 이해는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일

등록 2023.02.16 14:48수정 2023.02.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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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시민기자들이 쓰는 달콤살벌한 순도 99.9%의 현실 직장인 이야기.[편집자말]
역지사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에 따라 오늘도 리더들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 그래.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보자! 그래보자! 이유가 있을 거야! 이유가 분명... 우씨... 아무리 그래도 꼭 그래야만 했나요?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전에 감정의 용솟음이 먼저 일어나 모든 이해심의 실마리를 날려 버린다. 나풀나풀. 저 높이 나부끼는 한없이 작고 가벼운 나의 이해심. 아... 나는 왜 이리 그릇이 작고 옹졸한가.


모두가 힘든 회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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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이 힘든 이유는 수만 가지가 있겠지만 한 조사결과를 보면 역시나 사람이 가장 큰 이유다. ⓒ elements.envato

 
먹고 자고 싸고. 사실 인생의 묵직한 대의를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그리 큰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종종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날이 서곤 한다. 의견이 조금 다른 것이 뭐라고. 이거 말고 저거 먼저 하는 것이 뭐라고. 내가 하든 네가 하든 그게 뭐라고... 잠깐, 이건 좀 민감한가?

아무튼 사소한 것들로 인해 목소리가 커지고 표정 관리가 힘들다. 심할 경우엔 욕조의 마개가 빠져버린 듯 가득 찼던 의욕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배수 과정에서 생겨나는 소용돌이 마냥 내 마음 속에도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 심신을 어지럽힌다.

뜻하지 않은 실망감에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 귀가 두 개인 건 잘 들으라는 것보단 분명 잘 흘려보내라는 뜻일지도 몰라', '잠깐, 손도 두 개인 건 혹시 귀를 막기 위한 용도 아닐까?' 애써 되지도 않을 돌파구를 모색한다.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란 동물이 한 직장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찌 보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리 훅, 저리 휙.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제 모습을 지키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생각해보면 이 위태로운 상태를 십 수 년 간 지속해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회사생활이 힘든 이유는 수만 가지가 있겠지만 한 조사결과를 보면 역시나 사람이 가장 큰 이유다. 잘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리더와 잘 맞는 사람은 드물다. '회사생활이 힘든 이유'가 '회사생활을 그만 두는 이유'가 되지 않기 위해선 리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리쿠르트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9명"이 회사생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이 힘들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모두가 힘들다. 회사가 즐거운 사람은 글쎄... 내 눈엔 보이지 않는다.

일에서 보람과 재미를 찾을 순 있지만 회사에 있는 순간을 행복해하고 퇴근을 아쉬워하며 출근 전부터 일하기를 고대하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의 리더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충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에게도 상사가 있고 야근도 하며 박봉을 한탄하기 때문이다.

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리더와 나의 공통점을 이렇게 겨우 하나 찾아냈다. 그리고 이로써 마냥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공통된 입장에서 이해의 시작점을 찍을 수 있게 됐다. '다들 고생이구나...' 함께 고생하고 있다는 동료애의 힘을 빌려 마른 감성에서 공감을 조금 짜낸다. 그리고 그 작은 공감은 생각보다 단단한 이해의 기반이 된다.

리더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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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지키기 위해 리더의 말을 리더의 입장에서 번역해보는 것은 꽤 의미 있다. ⓒ elements.envato

 
일말의 공감이 새벽녘의 이슬만큼 맺혔다고 해서 리더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리더가 했던 속상한 말들을 다르게 해석해 볼 여지가 생긴다. 인간관계에서 마음의 상처는 대부분 말이 할퀴고 간 자국이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리더의 말을 리더의 입장에서 번역해보는 것은 꽤 의미 있다.

"그걸 위에다 그렇게 보고하면 어떡해!"
→ "나 몹시 곤란해졌어. 나 어떡하냐..."

"그냥 시키는 대로 해!"
→ "지금 내가 몹시 급하고 초조해. 얼른 손 좀 보태줘~"

"이거 왜 이랬어?"
→ "내가 했던 지시가 기억나지 않는데, 다시 말해 주겠니?"

"누가 이러라고 했어?"
→ "내가 시킨 건 맞지만, 이걸 원한 건 아닌데, 다시 해줄 수 있지?"

"이거 어쩔 거야?
→ "나 책임지기 무서운데, 어떻게 좀 도와줄 방법 없니?"


이를 보고 누군가 억지로 끼워 맞춘다고 말한다면 제대로 봤다. 맞다. 내 마음 편해지자는 의도로 곡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헤어져!"라는 연인의 말을 "날 붙잡아줘!"로 해석하지 못해 관계가 깨져버리는 것과 같은 비극을 막고 있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것이 리더의 숙명이니까.

리더의 언행이 신사적이고 합리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남 탓을 하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기 마련이다.

좋게 좋게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뜻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일반적인 사람은 그럴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충격에 대비해 에어백을 지니는 것과 같다. 게다가 부적절한 리더의 언행에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소중한 내 삶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어차피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리더는 좋든 싫든, 본인이 자초한 일이든 나로 인한 일이든 결과를 감내해야 한다. 감정에 떠밀려 똑같이 초조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묵묵히 사실을 전달하고 원하는 결과를 내기위해 도우면 그뿐이다.

감정이란 나침반에 혼란스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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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란 나침반은 혼란만 가중시킨다. ⓒ Pixabay

 
사람의 감정은 수십 개의 자침을 가진 나침반이라고 한다. 정확하지도 않고 유용하지도 않다. 감정을 나침반 삼아 회사생활을 하는 것은 안 그래도 힘든 회사생활을 더 힘들게 만들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머리를 차갑게 만들고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 방법이 필요하다. 억지로라도 쥐어짜낸 작은 공감은 그래서 중요하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혹은 이상향의 리더를 만나기까지 나를 지켜야 하니까.

물론 답답할 때도 있고 속이 타들어갈 때도 있을 것이며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기도 할 테다. 하지만 속에서 이는 불협화음을 조화롭게 다듬어 밖으로 내보일 수 있을 때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진심어린 동료애 속에서 잘 숙성되어 자연스레 발휘되는 리더십을 가진 리더. 잘해라가 아닌 잘하자, 너가 아닌 우리, 한숨이 아닌 격려로 몸과 마음이 같은 방향으로 따르게 되는 리더, 능수능란함이 아닌 순수함을 가진 리더.

우리의 리더가 그런 리더로 성장할 때까지 혹은 그런 리더를 만나기까지 자신을 온전히 지키는 연습을 해나가길 바란다. 그런 노력 속에서 언젠가 리더가 된 당신 덕분에, 자신을 따르는 소중한 사람들은 그 고된 연습이 필요하지 않도록.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3040시민기자들이 쓰는 달콤살벌한 순도 99.9%의 현실 직장인 이야기.
#직장살이 #리더가될까봐쓰는글 #리더십 #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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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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