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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어물전서 30년...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아요"

여수 교동시장 횡단보도 앞 노점 어머니 마인자씨

등록 2023.02.09 13:25수정 2023.02.0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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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교동시장 초입 노점에서 30년째 생선을 팔고 있는 마인자 어머니다. ⓒ 조찬현


여수 교동시장 횡단보도 앞 노점에는 생선을 파는 어물전이 있다. 파란불 신호에 사람들이 그곳을 스치듯 무심히 오간다. 밀물처럼 밀려 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곤 한다.


어머니는 이곳 교동시장 초입 노점에서 30년째 생선을 팔고 있다. 돌산 향일암 근처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부업으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주업이 되었다. 노점상 어물전 어머니(마인자)를 만난 건 지난 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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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어머니가 노점 좌판을 정리하고 있다. ⓒ 조찬현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이지만 남들이 잠들 시간인 새벽 한 시 무렵에 집을 나서 오후 두세 시까지 일하는 게 녹록지 않아 보였다.

서교동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는 "생선이 싱싱하니까" 이곳 노점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쟁반에 담아놓은 씨알이 자잘한 가자미 한 무더기 위에 한 마리를 더 올려 오천 원이다. 착한 값이다.

에누리와 정 넘치는 여수 서시장과 교동시장 근처여서일까. 이곳 어머니의 노점 또한 푸짐한 인심과 정이 늘 넘쳐 흐른다. 상인과 손님 간에 주고받는 흥정마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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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운 올겨울, 어머니는 시린 손을 숯 화덕에서 녹이곤 한다. ⓒ 조찬현

 
유난히 추운 올겨울, 어머니는 추위를 작은 숯화덕에 의지한 채 시린 손을 가끔 녹이곤 한다. 노점이지만 상인들마다 자신들의 자리가 있어 아무 곳에서 영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들의 자리가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욕심부리지 말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서교동에서 왔다는 한 손님은 겨울 찬바람에 꼬들꼬들하게 잘 말린 물메기를 사간다.

어머니의 노점에는 건조한 물메기(꼼치)부터 붕장어, 부세조기, 나막스(붉은메기), 쏨뱅이, 숭어 등 그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아저씨(남편) 살아 생전에는 여수 바다에서 직접 생선을 잡아다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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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여수 별미는 건조한 물메기(꼼치)라며 노점상 어머니가 자랑이다. ⓒ 조찬현

 
새벽 1시 반, 어머니는 매일 중앙동 중앙선어시장에 들려 하루 동안 팔 생선을 떼어온다. 대야와 쟁반에 내다 팔 생선 진열이 끝나는 아침 6시께 근처 식당에서 아침 끼니를 해결한다. 점심은 그때그때 마다 배달음식을 가볍게 시켜 먹곤 한다. 다음은 노점상 어머니와 일문일답.


피곤하고 힘들지만... 애들 때문에 집념 생겨

- 어머님 여기 교동시장 앞 노점에서 장사하신 지 몇 년째예요.
"한 30년 정도 됐어요. 돌산 바다에서 고기 잡아 횟집 하면서 부업으로 시작해서 이렇게 갖다가 팔고 상회에도 갖다 넘기고 막 그랬어요."

- 지금도 돌산의 횟집을 운영하세요?
"코로나 오고 나서 어려움이 많아요, 2년째 횟집 문을 닫아 놓고 있어요."

- 장사하시면서 어떨 때 가장 힘드세요.
"고기가 안 팔리고 그럴 때 힘들고 새벽 1시에 나올 때 피곤하고 힘들죠. 그래도 애들 때문에 이렇게 해야겠다는 그런 집념으로 삽니다. 3년 전 횟집 수리한다고 1억 9천만 원 들었는데 그때 몇천만 원 인테리어 하신 분한테 사기당했어요. 아직 돈도 못 받고 이렇게 힘들어요."

- 가장 밉상인 손님을 꼽는다면요?
"아니 뭐 별로 그런 분은 없는데, 외상으로 생선을 사서 돈 안 주고... 돈 금방 갖다 준다고 말하면서 안 줘 버린 사람도 있어요. 금방 준다면서 안 주고 시장 나오면 절 피해서 저 밑으로 해서 돌아가 버리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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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단골 고객과 손질한 생선을 거래하고 있다. ⓒ 조찬현

 
- 그럼 참으로 좋은 사람은?
"차(커피) 사 먹으라고 돈을 주고 간 사람도 있어요.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아요."

- 처음에 이 자리를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겠는데요.
"옛날부터 여기서 장사했어요. 고기 잘 팔고 그러면 시기하는 사람도 있고, 또 차도 저기다가 대놓고 있으면 빨리 빼라 악쓰고 그런 사람도 있어요. 그 당시에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데 앉아 있다고 시청에 신고하는 사람도 있고 그랬어요. 괜히 시비 건 사람도 있고요. 그래도 여기서 벌어먹기 때문에 많이 참고, 하고 싶은 말 다 못 하지요."

- 그 어려움을 어떻게 혼자서 다 삭여요.
"그러니까 스트레스 막 많이 받고 그러죠. 내가 그래도 좋게 마음을 먹어야지, 돈 벌려면 뭣을 못하겠느냐 그런 생각으로 살지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여수 교동시장 #노점상 #숯화덕 #마인자 어머니 #우여곡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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