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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구단주+괴물 신인', NBA 부흥 이끈 레이커스 이야기

[당신을 위한 OTT 이야기] <위닝 타임 : 레이커스 왕조의 비상> 흥미진진 스포츠 드라마

23.02.10 10:26최종업데이트23.02.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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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가 제작하고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위닝타임' 예고편 주요 장면 ⓒ 웨이브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프로농구(NBA)에선 대기록이 하나 수립되었다. 르브론 제임스가 생애 통산 3만 8390점을 넣으면서 종전 카림 압둘 자바(3만 8387점)가 보유한 NBA 통산 최다득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르브론과 카림의 공통점은 한시대를 풍미한 농구 스타 중 한 명이라는 것 외에도 LA 레이커스 소속으로 이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LA 레이커스는 스포츠 팬이라면 익히 잘 알고 있는 인기 명문 구단 중 하나이다. 카림과 매직 존슨을 앞세워 1980년대를 석권한 데 이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 그리고 최근의 르브론까지 이들이 뛴 시기엔 어김없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등 레이커스는 무려 17회나 챔피언에 등극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1980년대는 '쇼타임'으로 부르는 화려한 기량과 볼거리로 NBA의 부흥을 이끄는 등 미국 스포츠 산업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남긴 구단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연히 이 팀, 소속 선수를 소재로 삼은 다양한 영상물이 미국에선 꾸준히 제작되었다. 지난해 8월 미국 HBO가 방영하고 웨이브(한국), HBO MAX (해외) 등의 OTT를 통해 공개된 <위닝 타임 : 레이커스 왕조의 비상>(원제 : Winning Time: The Rise of the Lakers Dynasty)는 LA 레이커스의 전성기를 만든 1979~1982년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위기의 NBA... 독특한 장사꾼의 등장
 

HBO가 제작하고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위닝타임' 예고편 주요 장면 ⓒ 웨이브

 
제리 버스(1933~2013, 존 C 라일리 분)는 탁월한 사업의 감각으로 부동산, 화학 산업 등에서 큰 돈을 번 재력가였다. 우연찮은 기회에 테니스팀(LA 스트링스), 아이스하키(LA 킹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LA 레이커스 등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에 둔 구단을 속속 인수하면스 스포츠 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그가 농구팀을 인수했을 무렵 NBA의 인기는 바닥 그 자체였다. 

최강 팀을 가리기 위한 챔피언 결정전이 녹화로만 방영될 정도로 프로농구는 비인기 종목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NBA에 반기를 들고 등장했던 또 다른 리그 ABA는 결국 재정난으로 일찌감치 간판을 내릴 정도였다. 대학농구(NCAA)의 뜨거운 열기에는 미치지도 못하는 시절 프로팀을 인수한 건 미친 짓이나 다름 없었다.

​주위의 만류, 놀림감이나 다름없는 농구팀 운영이 쉬울 리 만무했다. 그런데 버스 구단주는 독특한 발상을 하나 둘씩 꺼내 실행에 옮긴다. 경기 중간 치어리더를 등장시켜 체육관의 분위기를 쇼 공연 마냥 끌어올리는가 하면 할리우드 유명 스타 연예인들을 제일 잘 보이는 앞자리 좌석에 초청해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팀의 역사를 뒤바꿔 놓은 위대한 선택(?)도 이뤄졌다. 바로 슈퍼스타 매직 존슨(퀸시 이사야 분)의 드래프트 지명이 그것이다. 

괴물 신인 매직 존슨의 등장... 팀 우승을 이끌다​
 

HBO가 제작하고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위닝타임' 예고편 주요 장면 ⓒ 웨이브

 
애당초 1979년 신인 1순위 지명권은 LA레이커스의 몫이 아니었다. 그런데 몇 해 전 FA 선수 이적에 따른 우선 지명권 확보 및 동전 던지기에 승리하면서 매직 존슨을 지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80 시즌 우승팀을 정하는 파이널 시리즈에선 역대급 플레이를 보여주며 8년 만의 챔피언 등극을 이끌어 냈다.  

​팀의 득점과 리바운드를 책임지던 카림 압둘 자바의 발목 부상으로 인한 6차전 결장은 자칫 시리즈를 넘겨줄 위기와 다름 없었다. 그때 신인 매직 존슨은 자신의 포지션인 포인트 가드 대신 팀 내 최장신 선수 카림의 센터 자리를 본인이 맡겠다고 나서면서 구단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의 무모한 판단은 당시 또 다른 스타 줄리어스 어빙이 이끌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를 4승 2패로 제압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위닝 타임>은 1979년 제리 버스의 구단 인수부터 1980시즌 파이널 결정전 6차전까지의 이야기를 총 10부작으로 담고 있다. 농구 마니아라면 친숙한 이름들인 매직 존슨, 카림 압둘 자바 외에도 팻 라일리 감독(애드리언 브로디 분), 래리 버드, 줄리어스 어빙 등 당대의 인기 농구인들을 실명 캐릭터로 소환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레이커스의 열성팬 잭 니콜슨, 치어리더 출신으로 후일 팝스타가 되는 폴라 압둘 등 레이커스의 안팎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도 이 드라마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광의 시간 속 흥미진진한 비화​
 

HBO가 제작하고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위닝타임' 예고편 주요 장면 ⓒ 웨이브

 
<위닝 타임>은 레이커스 팀 뿐만 아니라 NBA의 부흥기였던 1980년대 초반의 분위기를 담기 위해 화면의 색감 역시 그 시절 탁한 질감의 컬러 필터로 전체 분량을 촬영했다. 이로 인해 좀 더 실감나는 40년 전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준다. 우승팀을 정하는 파이널 결정전에 대해선 레이커스를 둘러싼 각기 다른 인물들의 시각을 고르게 담는 점은 여타 스포츠 드라마와 차별성을 드러낸다.

발목 부상으로 인해 6차전에 나설 수 없던 카림 압둘 자바, 한 시즌 전 약물 중독 문제로 인해 팀에서 퇴출된 스펜서 헤이우드, 온 집안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중계 방송을 기다리는 매직 존슨 일가 친척들, 그리고 존슨의 숙적이자 또 다른 농구 스타 래리 버드, 코트 대신 경기장 밖에서 결과만 기다리는 다혈질의 제리 웨스트 단장(제이슨 클라크 분) 등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레이커스를 지켜본다. 응원 혹은 복잡미묘한 심정이 수시로 교체되는 막판 전개는 <위닝 타임>의 백미로 손꼽을 만하다.  

<빅쇼트>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애덤 맥케이가 1회의 연출을 담당하는가 하면 <머니 볼> 조나 힐이 2회의 감독을 맡는 등 실력파 영화인들이 대거 제작에 참여한 점은 이 시리즈의 높은 완성도에 큰 힘을 보태준다. 실존인물들과 절묘한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존 C 라일리, 애드리언 브로디, 제이슨 시걸 등의 좋은 연기에 힘입어 <위닝 타임>은 시즌2 제작을 확정짓기도 했다.  

​괴짜 구단주, 실력파 선수, 개성 강한 지도자 사이 엇박자 케미로 인해 수시로 감독이 바뀔 만큼 문제점도 적지 않았던 팀이 그 시절의 LA 레이커스였지만 그래서 더욱 독특한 개성을 발휘했던 구단이기도 했다. 비록 올시즌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부진을 겪는 레이커스지만 여전히 홈구장은 수많은 관중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들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의 이야기를 통해 <위닝타임>은 화려했던 NBA의 추억담이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웨이브 위닝타임 LA레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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