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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40km 곳곳서 삽질... '환경부'가 이러면 안 됩니다

[주장] 낙동강유역환경청 '동변지구 2개소' 정비사업 착공... 시급한 건 개발 아닌 복원

등록 2023.02.10 11:55수정 2023.02.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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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벌이는 금호강 동변지구 2개소하천환경정비사업 위치도. 고수부지 정비와 산책로 조성, 제방 축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 다음지도 캡쳐

 
국가하천인 대구 금호강에 대한 개발 계획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최근 금호강 동변지구 2개소 하천환경정비사업에 착공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 사업에 착공한 사실을 확인해주면서도 "사유지 보상 등의 문제로 현재 공사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라고 덧붙였다.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 계획과 북구청이 벌이는 파크골프장 건설 사업, 수성구청의 사색이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슈퍼제방과 자전거도로 건설사업 계획에 이어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동변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까지 진행될 예정인 것이다. 금호강 대구 구간 40km 곳곳에서 '삽질'이 진행될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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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벌이는 금호강 개발 사업 구간. 환경부에 의한 삽질이 계획되어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금호강 동변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은 ▲605.3m에 이르는 고수부지 정비 ▲5882m에 이르는 팔달 하중도산책로 조성사업 ▲동변동 화담산 아래 445m에 이르는 기존 제방 보강 사업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환경부에 의한 하천 개발사업? 앞뒤가 맞지 않다 

이는 토건 위주의 치수사업과 주민 편의를 내세운 '산책길 조성'이라는, 최근 유행하는 전형적인 하천 개조사업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의 중심에 국토의 자연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환경부가 있단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보전을 주로 해야 하는 부서가 개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국토부에서 담당했던 하천관리 업무가 2020년 12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로 인해 환경부로 넘어가면서 생긴 부작용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금호강 직접 삽질하겠다는 환경부, 이건 '사기'다" https://omn.kr/21mwd ).

4대강 사업 이후 국토부가 개발사업 위주의 하천관리에만 열을 올리는 등 하천관리정책의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를 개선하고자 수생태 환경 보전 중심으로 하천을 관리하기 위해 업무를 이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환경단체들도 환경부로의 하천관리권 이양에 대해서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런데 환경부로 업무를 이관한 뒤에도 이전 국토부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어 곳곳에서 환경단체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동변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도 그 예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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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서에 나와 있는 고수분지 정비 구간. 그러나 이 일대는 수달의 서식철 수달 세 식구가 이곳을 기반을 살아가고 있다. ⓒ 환경영향평가서

   
이 사업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고수부지는 하천 둔치에 해당하는 공간인데, 이곳은 야생동물들이 머물러 있는 서식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을 밀어 산책로나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놓으면 야생동물들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 없게 된다(관련 기사: 금호강 수달 가족은 못 만났지만... 이들을 꼭 지켜주렵니다 https://omn.kr/22o2d ).

가뜩이나 인간의 탐욕스런 개발 작업으로 인해 하천 둔치가 파크골프장, 야구장, 축구장, 주차장 등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 남은 자투리 둔치마저 인간을 위해 내어놓으라고 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무리한 사업 계획 아닌가

이 사업 계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곳에 산책로가 굳이 필요하냐는 의문이 떠오른다. 이곳 금호강 우안 제방길은 협소한 도로로 이용되고 있어서 사람 출입이 거의 없는 공간이다. 또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도 찾아보기 어렵다. 기자는 금호강 모니터링을 위해 차량을 이용해 이곳을 많이 찾았지만,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시민을 본 적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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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서에 기술돼 있는 이 사업의 배경과 목적 ⓒ 환경영향평가서 캡쳐

 
그런데 환경부에서 2022년 5월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공고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목적에 '시민 이용'이라고 적혀 있다. 
 
"고수부지 정비의 경우 상류에서 유입된 유송잡물에 의한 단면축소 해소 및 나대지 정비를 통한 생태하천의 복원·보존이 필요한 실정임.

팔달 하중도산책로의 경우 서변동 및 팔달동 거주민의 의한 자전거 이용 및 보행자 산책이 활발함에 따라 자동차 전용도로와의 구분 및 기존 협소 구간의 보수·정비, 단절 구간의 신실이 필요한 실정임"
 
환경부 측은 나대지 정비를 통한 생태하천의 복원 및 보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일대는 수달의 서식처가 있는 곳이다. 이 곳을 건드리면 법정보호종 야생생물인 수달의 생태 교란 요인이 돼 '생태하천'이란 말이 무색한 지경이 될 것이다.

또 인근 팔달동 주민들이 팔달 하중도산책로까지 산책을 오거나 약 6km 떨어진 서변동 주민들이 산책을 오는 경우 또한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다소 지나친 사업 계획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하중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승용차로 접근한 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하중도에 들어가 산책하고 나와 승용차로 다시 돌아가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강 좌안 둔치에는 대형 주차장까지 들어서 있다. 
  
지금이라도 공사 중단해야... 금호강에서 시급한 건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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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예정 구간에서 목격된 수달의 배설물. 고수부지 일대가 수달의 주된 서식처다. 고수부지 정비를 하게 되면 법정보호종 수달의 생태환경이 교란될 수밖에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와 관련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은 9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환경부가 환경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사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낙동강유역환경은 지금이라도 이 사업을 중단시키고, 이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이 나라 산천의 생태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인 환경부의 최소한 도리다."

"금호강과 같은 하천은 인간 개발 행위를 피해 야생동물들이 숨어들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공간이다. 이런 공간마저 인간에게 내어놓으라고 하는 건 지나친 욕심으로 보인다"는 이 의장의 말처럼, 현재 금호강을 둘러싼 개발이 너무 많이 진행됐다. 금호강에서 시급한 것은 개발이 아닌 '복원'이다. 환경부의 현명하고도 바람직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이상을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금호강의 평화를 간절히 빕니다.
#금호강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정비사업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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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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