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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에 필요한 지도사들이 거리로... 이 싸움의 진실

[시몬스 킴의 슬기로운 의정생활] '인원 확충' 공약과는 다소 다른 경기도교육청의 행보

등록 2023.02.12 18:15수정 2023.02.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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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시민단체 활동가와 변호사로 활약하다 도의원이 됐다.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라는 다소 이례적인 삶의 경로와 그에 따른 시각으로 경기도를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의정활동 중 마주하는 사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말]
가족 구성원의 장애는 때론 '무거운 부담'이 된다.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장애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피가 물보다 진하고 가족은 사랑의 공동체라고 한다지만 가족이 온전히 장애를 감당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장애를 가족에게만 떠안긴다면 그것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사회가 장애를 책임져야 한다. 그 방법 중 '교육'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장애에 대한 태도는 별반 다르지 않다. 특수교사 1명이 온전히 장애 학생을 전담한다. 당연히 버겁다. 아무리 전문지식을 가졌다 해도 특수학급을  감당하는 건 무척 버거운 일이다. 그래서 특수교육지도사와 함께 장애 학생을 교육한다.

특수교사나 특수교육지도사나 힘든 건 매한가지다. 그런데 특수교육지도사는 항상 학생 곁에 있어야 해 노동 강도가 매우 세다. 때에 따라 대소변을 가려야 하기도 하고 학생의 신체를 지탱해야 한다. 지적장애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다쳤다 해도 쉴 수 없다. 특수교육지도사가 없으면 장애 학생이 수업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순위 안에 못 들면 특수교육지도사 배정 못 받는 학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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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xels

 
이처럼 교육현장에서 막중한 역할을 하는 특수교육지도사지만 교육청의 예우는 야속하기만 하다. 특히 그들의 채용에 인색하다. 특수교육지도사는 교육공무직이다. 공무원은 아니지만, 국가기관에 고용돼 정년이 보장된다. 그나마 과거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공무직인 그들의 정원을 확충하는 데 무척이나 인색하다.

경기도 부천시의 경우 2023년 1학기 특수교육지도사 배치를 신청한 학교는 89개교인데 반해 정원은 50명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89개교를 줄 세워 1등부터 50등까지를 골라야 한다. 시·군·구에 설치된 특수교육운영위원회는 신청한 학교에 점수를 매겨 일렬로 순서를 매긴다. 여기서 50위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특수교육지도사를 배정받지 못한다. 순위 밖 학교는 특수교사 홀로 장애 학생들을 감당해야 한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특수교육지도사 정원 부족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다. 잦은 '전보'다. 특수교육지도사는 근무하는 학교가 순위에서 밀리면 매년, 심지어 학기마다 학교를 옮겨 다녀야 한다. 교사는 아니지만, 그들도 학생의 교육을 책임진다. 오히려 교사보다 더 학생과 가까이 생활한다. 그런 특수교육지도사들에게 매년 학교를 떠돌며 학생들과 관계를 이어가라는 것은 가혹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공무직으로서 받는 여러 불합리한 처우들까지 더해져 그들의 불만은 극도로 고조돼 있다.

그나마 다른 공무직들은 정년이 3년 미만이면 전보대상자에서 제외한다. 말년 고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인 셈이다. 하지만 특수교육지도사는 이마저 보장받을 수 없다.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재직 중인 학교에 지도사가 배정되지 않으면 무조건 전보돼야 한다. 정년이 3년이든 2년이든 1년이든 예외는 없다.


지금 경기도 부천에서 벌어지는 일

지금 경기도교육청 부천교육지원청에선 특수교육지도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정년을 1년 6개월 앞둔 지도사에게 전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가 재직 중인 학교는 매년 많은 장애 학생이 입학해왔다. 그렇다 보니 이례적으로 10년 동안 한 학교에 재직할 수 있었다. 올해도 7명의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입학했다. 기존 8명에 더해 15명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특수교사 한 명이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순위에서 밀렸다. 다른 학교는 더욱 열악하기 때문이다.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 학생이 필요하면 가야지 정년 얼마 안 남았다고 못 간다고 고집부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건의 한쪽 면일 뿐 그들이 오직 '말년 고참의 전보' 때문에 투쟁하는 것만은 아니다.

부천교육지원청 또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수교육지도사 없이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해당 전보 조처를 취소하고자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경기도교육청은 요지부동이다.

특수교육지도사는 학부모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어떤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도 전문가인 특수교육지도사에 비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그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특수교육지도사의 배치가 취소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부천교육지원청의 여러 노력을 교육청이 받아들이지 못했을 듯하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교육청의 행동은 무책임하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교육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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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지도사의 농성현장 필자가 특수교육지도사의 농성현장을 찾아 함께 피켓을 들고있다. ⓒ 김광민

 
임태희 교육감의 공약은 어디로

경기도의 특수교육지도사 1명이 맡는 장애 학생은 무려 22명이나 된다(2022년 기준). 인근 서울과 인천은 10명 수준이다. 경기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전남도 13명 정도에 불과하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방선거 당시 특수교육지도사 확충을 공약했다. 그러나 2023학년도에 특수교육지도사 122명이 증원된 것이 전부다. 특수교육지도사가 경기도의 현황에 걸맞게 적절히 충원됐다면 지금과 같은 갈등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사이 애꿎은 특수교육지도사와 교육지원청만 다투고 있다.

부천이 지역구이고 경기도교육청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위원인 필자는 노조와 부천교육지원청 저마다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렇기에 섣불리 누구의 편을 들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당장 현장에서 고생하는 특수교육지도사에게 마음이 기운다. 농성 이후 거의 매일 현장을 찾고 있다. 하지만 딱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없다. 부천교육지원청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기에 무턱대고 해결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그저 발걸음을 경기도교육청으로 옮길 뿐이다. 특수교육지도사의 확충을 위해.
덧붙이는 글 김광민 기자는 현직 변호사로 경기도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입니다.
#특수교육지도사 #경기도교육청 #장애학생 #장애인 학습권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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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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