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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지하철, 어쩌다 진상이 일상이 됐나

[TV 리뷰] MBN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

23.02.12 10:43최종업데이트23.02.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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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서민의 발'로 통한다. 2021년 통계청 기준, 지하철의 연간 총수용 인원은 약 19억 9.935만명, 서울 기준 하루 평균 약 1260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그만큼 안타깝지만 '진상'들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10일 방송된 MBN 시사고발예능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 3회에서는 '지하철' 편을 통하여 대중교통인 대한민국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천태만상 에피소드들을 조명했다.
 
대한민국은 '지하철 선진국'으로 통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지하철과 비교해도 낙후되고 관리가 안되는 곳도 많지만, 한국의 지하철은 해외에서도 감탄할 정도로 체계적인 시스템과 꾸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갖추어져도 '사람'이 일으키는 문제는 막기 힘들다. 한주에도 몇 번씩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지하철에서 20대 여성이 아버지뻘이 60대 남성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여성은 남성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휴대폰 모서리로 머리만 노려서 집중적으로 가격했다. 
 
남성이 폭행을 막기 위하여 여성을 밀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쌍방폭행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남성과 주변 승객들이 도주하려는 여성을 막아서자, 여성은 "나 경찰 빽이 있으니 놔라"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사건은 만취한 가해자 여성이 지하철에 탑승하여 바닥에 침을 뱉으면서 시작됐다. 남성이 이에 항의하자 오히려 욕설을 했고, 남성이 신고를 하려고 하니 그때부터 폭행을 시작했다는 것. 가해자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자신이 먼저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가해자의 안하무인 행패에 주변의 승객들도 눈살을 찌푸리며 불안을 느껴야 했다.
 
가해자는 다행히 시민들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가해자는 법정에서 청소년기 왕따 후유증, 일이 힘들어 노인이 싫어졌다는 핑계를 댔고, 판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선처를 소호소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서 가해자는 특수폭행과 모욕죄가 인정되어 결국 징역 1년형을 선고받는 인과응보를 맞이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휴대폰은 흉기로 인정되어 특수상해죄가 적용된다. 가해자의 쌍방폭행 주장은 피해자의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해자가 주장한 경찰과의 친분도 허위사실로 판명됐다. 손 변호사는 "폭행은 신체에 대하여 직-간접적 행위를 가하는 범죄다. 때리는 척만 하거나, 상추를 얼굴에 투척한 것도 실제 폭행죄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소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2022년 3월에는 지하철 1호선에서 한 30대 남성이 아버지뻘 80대 남성에게 폭언을 퍼붓는 '지하철 패륜남' 영상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당시 가해자는 보디캠을 착용하고 지하철 이곳저곳에서 시비를 걸고 있었고, 이를 말리는 노인이 오히려 표적이 된 것.
 
가해자는 노인에게 "직장도 없지, 그 나이 먹도록 지하철 타고 다니냐, 나같으면 죽었다. 왜 사냐" 등등 온갖 입에 담지못할 인신공격성 극언을 쏟아냈다. 현장 목격자들에게 따르면 가해자는 보디캠을 달고 만만한 여성이자 노약자에게 시비를 걸어 폭행을 유도해서 돈을 뜯어내거나 본인이 불리하면 112에 신고하려는 수법을 쓰는 상습범이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는 마스크 착용문제로 시비가 붙는 경우도 빈번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전동차 안에서 한 진상 남성은 마스크를 써달라는 시민의 요구에 분노하며 신고있던 슬리퍼로 무차별 폭행을 저지르고 몸싸움을 벌였다.
 
가해자는 폭행 및 상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나마 가해자는 조울증을 호소하며 감형을 받은 것이라고.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는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은 아무 때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주기를 반복한다. 조울증과 폭력은 엄연히 구분이 되어야한다. 조울증은 폭력의 면죄부가 될수 없다"고 강조했다.
 
SNS에 '지하철 단소 살인마'로 불리우며 유명세를 탔던 동영상이 있었다. 한 남성이 전동차 내에서 흉기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소란을 피우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 그런데 남성이 들고있던 물건은 알고보니 단소였고, 전동차 곳곳을 난타하며 위협만 했을뿐 실제로 사람을 때리지는 않았다. 당시 현장에서 해당 남성을 제지했던 목격자에 따르면, 남성은 경범죄 전과 22범이라는 게 밝혀졌다.

금연구역인 공공장소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는 진상도 있었다. 만류하는 시민에게 진상은 오히려 "X나 도덕 지키는 척 하네" "꼰대같다"며 막말과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타인의 피해에도 시종일관 무감각하고 태연한 가해자의 태도를 보면서 박종석 전문의는 "죄책감과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전형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밖에도 지하철 진상들의 종류는 무척 다양했다. 한 할머니 승객이 쇼핑 카트를 타고 지하철에 탑승하려다가 카트 바퀴가 전동차와 승차입구 사이에 끼어서 운행이 14분이나 지연되는 사고가 있었다. 조증이 의심되는 한 진상은 승객들에게 일방적인 욕설을 퍼부으며 얼굴을 들이대고 폭행을 유도했다.
 
괴상망측한 의상을 착용하거나 도구를 휘두르며 승객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진상들, 전동차에서 혼자 고성방가를 하고, 손잡이를 이용하여 턱걸이 운동을 하거나, 짐칸에 올라가서 숙면을 취하는 진상의 사례도 있었다.손 변호사는 반려동물 탑승금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자전거 승차 금지 등 승객들이 미처 모르고 저지르기 쉬운 규칙들을 설명했다.
 
지하철 근무 현장 종사자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고질적인 '지하철 무임승차' 사례는 지금도 수시로 벌어진다고. 노인용 교통카드를 젊은 사람이 부정 이용한다거나,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그대로 도주해버리는 진상, 교도소에서 출소했다며 막무가내로 문을 열어달라는 진상도 있었다.
 
지하철 환경미화원들은 진상 승객들이 남긴 지저분한 흔적을 치우는게 일상이 됐다. 미화원 김순자 씨는 승강장에서 누군가 설사를 해놓고 도망간 놀라운 일화를 언급하며 충격으로 그날 식사를 못했을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미화원 배남이 씨는 "역내 화장실에서 외계인의 흔적이 나왔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위아래로 동시에 배설이 이루어지며 외계인이 의심될만큼 어마어마한 양이 쏟아져나왔다는 황당한 이야기에 모두가 폭소를 금하지 못했다. 남이 씨는 "말로만 들었는데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며 적응이 쉽지않았음을 토로했다. 이러한 진상승객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지하철이 높은 수준의 청결을 유지할수 있는 것은 바로 묵묵히 음지에서 일하는 미화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전사고를 대비하여 지하철 승하차 시에 문은 최대한 천천히 개폐하곤 한다. 직원들은 CCTV를 통하여 상황을 확인하고 승객들을 기다리며 배려하곤 한다. 하지만 승무원 정명우 씨는 하"전동차 출발시간이 임박했음에도 느긋하게 다가와서 물건을 갖다대서 문이 못닫히게 막는가하면, 물건이 파손되기라도 하면 역무원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승객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민원 1위는 전동차내 냉난방과 관련된 사안이다. 자동설정으로 작동되지만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크다보니 누군가는 '너무 덥다', 누군가는 '너무 춥다'고 불만을 표출하여 역무원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역무원들은 수시로 진상 승객들의 폭행과 폭언, 위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만취상태로 역사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흉기로 역무원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역 직원 송시영 씨는 만취 폭행 승객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가해자는 시영 씨에게 폭언을 퍼붓고 멱살을 잡기도 했다. 승객이기 때문에 일방적 폭행도 참아야하는 것이 역 직원들의 일상이다. 결국 가해자는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당했다.
 
여기서 시영 씨는 동영상에 나오지않은 뒷이야기를 추가로 공개했다. "경찰이 와도 계속해서 진상행동을 했다. 그때부터 자꾸 술취한 척을 하더라. 제가 보니 이미 술은 깬 상태였다. 수갑을 채우니까 '공무원이 사람친다. 세금 받아먹는 놈들이'라며 사람들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다"고.
 
시영 씨의 아픔을 더욱 아프게 했던 것은 당시 지나가던 또다른 승객이 "공무원이 승객을 제압해도 되냐"면서 오히려 역무원들을 비난했던 장면이었다. 일방적인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참아야했던 시영 씨로서는 억울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김구라는 "이런게 바로 전형적인 2차 가해"라고 지적하며 안타까워했다. 박종석 전문의는 "내가 정의롭게 누군가는 대변한다는 나르시즘에 빠진 잘못된 영웅심리"라며 일침을 날렸다.
 
정말로 생명까지 위험할뻔 했던 상황도 있었다. 시영 씨는 폭력을 행사하던 한 진상승객을 제지하려다가 깨진 유리병을 들고 달려드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위협을 느낀 시영 씨는 자리를 피했지만 남성이 그를 추격해오며 하마터면 큰 사고가 벌어질뻔 했다. 시영 씨는 "진상 승객을 많이 접해봤지만 저때는 진짜 무서웠다. '네 살갗을 파서 죽이겠다'고 하더라. 눈이 돌아가며 살기가 느껴졌다"고 끔찍했던 회상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난동을 부리던 진상이 정작 경찰이 출동하자 금새 조용해졌다는 것. 더구나 살인미수에 가까운 행동을 저지르고도 진상은 경찰서에서 훈방조치로 금방 풀려났고, 퇴근 시간이 된 시영 씨에게 놓고간 유리병을 되찾는다는 명목으로 다시 찾아오기까지 했다고.

진상들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역무원들의 고충과 공권력의 진정한 역할을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런 일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일어난다"는 시영씨의 이야기에, 박종석 전문의는 "역무원들의 정신건강이 정말 우려된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하철 경찰대 김기창 씨는 기억에 남는 승객으로 7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임대 보증금으로 장만한 전재산 5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지하철에서 분실했던 사건을 꼽았다. 경찰은 CCTV를 총동원하여 추적한 결과, 한 남성이 쇼핑백을 가져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하지만 남성은 백안에 든 음식물만 꺼내먹었을뿐 안에 돈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경찰은 범인을 체포했고 천만다행으로 돈은 다행히 피해자에게 무사히 전액 환수될수 있었다. 기창 씨는 고마움을 감추지못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서 "경찰로서의 자긍심과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배남이 씨는 힘든 격무속에도 한줄기 보람을 느끼는 순간으로 "'깨끗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많으십니다'라고 인사해주는 승객들의 한 마디에 힘이 난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노고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쾌적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우리가 매일같이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쉽게 잊고 넘어가기 쉬운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되새겨야할 이유다.
진상월드 지하철 역무원 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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