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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보며 성희롱에 외모평가... 가명·신체접촉 권유

['OO카페'의 민낯' ②] 강서구·마포구 대화카페 면접기... 성매매 업소나 다름없어

등록 2023.02.20 15:25수정 2023.02.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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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공개한 20대 여성에게 이상한 제안을 하는 수상한 카페들이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룸카페, 보드게임카페 등 자칭 '○○ 카페'의 실체는 불법 성매매업소였다.

구체적인 실태 파악을 위해 취재진은 5개월 동안 연락을 해 온 57곳의 '○○카페' 중 4곳을 방문해 직접 면접을 봤다. 성매매업소의 현장을 취재하며 실제 보고 들은 내용을 그대로 기사에 담았다. 비속어와 자극적 표현은 최대한 순화했다. 그곳에서는 통상 일하는 여성을 '매니저', 업소와 여성을 총괄하는 남성을 '실장'이라고 칭했다.[기자말]
지난 3월 19일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 3곳에 서울시 '강서구'로 근무희망지를 지정한 뒤 이력서를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 010-3OOO-OOO8란 번호를 사용하는 '대화카페'로부터 연락이 왔다. 몇 번의 문자가 오가고, 취재진은 강서구 A 대화카페와 면접 약속을 잡았다.
   
면접 당일 업주는 정확한 '카페' 주소가 아닌, '역' 근처로 오라고 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미리 기다렸지만, 업주는 30분이 지나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린 지 약 32분이 지나서야 대화카페 업주는 취재진이 이동할 장소를 일러줬다. 그렇게 다시 낯선 장소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5분이 지났을 무렵, 업주는 "서울시 강서구 모 오피스텔 앞으로 오라"고 했다.
   
마치 스파이 영화 속 인물에게 은밀한 미션을 주듯 업주는 구직자인 23살 여성에게 문자로 지령을 내렸다. 업주의 연락에 따라 취재진은 오피스텔 앞에서 "도착했다"라고 연락하니, 곧바로 전화가 왔다. 업주는 "앞에 보이는 오피스텔로 들어와서 6OO호로 올라오라"고 말했다.
   
승강기를 타고 6층에서 내리자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와, 다시 업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통화. '덜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그렇게 6OO호 문 앞에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6OO호의 문이 스르륵 열렸는데, 방 안에서 나오는 심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부로 들어갔다. 현관 바닥엔 슬리퍼 여러 켤레가 흩어져 있었다. 위아래 모두 검은색 옷을 입은 건장한 청년이 나타났다. 30대로 보이는 남자는 자신을 앞으로 '실장'으로 부르라고 했다.
   
남성 실장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취재진이 주방 식탁 의자에 앉자, 곧바로 면접이 시작됐다. '담배 펴요?' 면접관인 실장의 첫 질문이었다. 비흡연자라고 대답하니 '그럼 나는 펴도 돼?'라고 반말로 물었다. 취재진은 그가 담배를 피우는 사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식탁에는 컴퓨터 두 대가 놓여 있었는데, 한 대는 업무용 컴퓨터, 한 대는 CCTV용이었다. 모니터 안엔 입구와 복도 등을 지켜보고 있는 CCTV 화면 3개 창이 떠 있었다.
   
실장은 "낮 12시부터 일하는 게 가능하다"라며 "여기는 여성(매니저) 본인이 (일하는) 시간을 결정한다"라고 했다. "대신 하루 전에 얘기해 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이곳 오피스텔에서 일하는 것인지 묻자, 실장은 "맞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터치는 있을 수밖에 없지", "가슴과 엉덩이 터치는 가능하다"라며 구직 과정에서 보낸 문자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덧붙여 "오늘 한 번만 해봐", "곧 손님이 오는데 인사만 해도 팁 많이 줄 거야"라고 첫 면접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낯선 남성과의 만남을 종용했다.

가명과 신체접촉을 권유하는 'A 대화카페'
   
면접 과정에서 실장은 "1인 1실 성매매업소는 아니다"라며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가서 침대에서 얘기하는 것과 같은 거다"라고 당황하는 취재진을 달래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 일하려면 다른 매니저들처럼 이름을 지어야 한다"라며 매니저 8~10명의 이름이 적힌 '출근부'를 직접 보여줬다. 실장은 "이곳 매니저들은 보통 나이대가 20대 초반이다"라며 "평범한 대학생이 많다"라고 말했다. 
   
실장은 취재진에게 6OO호 방 구경을 제안했다. 방 안은 어두컴컴했고 노란 조명의 스탠드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평범한 싱글 침대 위에는 핑크색 이불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지저분했던 거실은 매니저들이 쉬는 대기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장은 "오후 1시쯤 손님이 오니까 1시간만 일하고 가라"고 권유했지만, 취재진은 정중하게 거부했다. 몇 번의 설득과 거절이 반복됐다. 취재진이 아예 나가려고 일어서자, 실장은 "오늘만 일해보라"라며 입구를 막아섰다. 발이 묶였고, 약 40분의 시간이 흘렀다. 취재진은 단순히 대화만 하는 대화카페인 줄 알고 찾은 오피스텔에서 '공포'라는 단어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꼈다.

 
 서울 강서구 모 오피스텔에 위치한 ‘A 대화카페’ 내부구조도
서울 강서구 모 오피스텔에 위치한 ‘A 대화카페’ 내부구조도팀 라그랑주
 
"여기는 안전하다"는 홍대 B 대화카페
   
강서구만 그런 게 아니었다.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릴 때, 일할 장소를 서울시 '마포구'로 설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B 대화카페'에서 일하자는 제안이 왔다. 3월 19일 오후 5시 52분, 아무개 업주로부터 "홍대에 위치한 대화카페입니다.", "요즘 매니저분들이 너무 없어서", "제가 열심히 할게요~^^"라는 문자를 받았다.
   
홍대 대화카페 업주가 "이 일은 처음이시죠?"라고 물어 "어떤 일인가요?"라고 답장했다. "대화카페 일이요"라고 답한 뒤 바로 전화를 걸어 온 그는 "생각하는 카페 일은 아닐 거다"라며 "가슴 쪽 터치는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했다. 그는 다시 문자로"신분증을 챙겨 오세요", "미성년자는 절대 안 되거든요"라는 등 몇 번 더 연락했다. 그렇게 몇 번의 소통이 오가고 면접 날짜가 잡혔다. 첫 문자를 받고 일주일 뒤인 4월 3일, 오후 4시 32분에 께름칙한 마음으로 합정역 8번 출구를 나섰다.

약 5분이 흘렀을 때 회색 후드티를 입은 남성이 뒤에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잠깐 서로 눈으로 인사한 뒤, 합정역 앞에서 곧바로 직진했다. 남성의 안내에 따라, '홍대 대화카페'가 아닌, '합정'에 있는 B 대화카페에 도착했다.
   
B 대화카페 문을 열자마자 사무실의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강서구 A 대화카페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담배 냄새가 매우 심하게 났다. 흡연실을 방불케 하는 뿌연 연기, 담배 찌든내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고, 사무실은 허름해 보엿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은 "내 나이를 맞혀 봐요"라는 말로 면접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실장'이라 부르라면서 "앞으로 같이 일하면 내가 지켜줄게요", "여긴 안전해요"라고 강조했다. 면접 과정에서 실장은 "하루에 12시간 일해 70~80만 원을 버는 여성도 있다", "일하는 여성의 대부분이 20대 초반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실장은 "여성 매니저들의 나이를 일부러 낮춰 사전 예약 사이트에 올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B 대화카페’ 내부 모습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B 대화카페’ 내부 모습팀 라그랑주
    
B 대화카페 실장은 면접 과정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는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경험을 자세히 물었다. 면접이 이뤄진 20여 분 간 실장의 성희롱은 계속되었다. 그는 가슴 크기와 특정 부위 신체 사이즈를 묻는 등 취재진의 외모 평가를 이어갔다. 연이어 마스크를 벗어보라 하더니 "넌 예쁘니까 돈 많이 벌 수 있어", "나랑 같이 여기서 일하자"라고 말했다. 실장은 면접 도중 취재진의 어깨 쪽에 손을 올리며 함부로 스킨십을 하기도 했다. 


실장은 "대화 카페에서 술은 절대 안 팔지만, 손님과 술을 마시고 싶으면 방에서 몰래는 마셔도 되지", "방 안에서 남성 손님과 성관계를 맺어도 아무도 몰라. 손님한테 팁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 건 상관없어"라며 B 대화카페에서 성매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일러줬다. 상체 터치만 가능하다던 처음 통화 내용과 전혀 달랐다. 여기에 실장은 "그래도 한 가지 룰이 있다"라며 "여성 매니저가 손님에게 먼저 팁을 달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라고 성매매가 가능한 'B 대화카페'의 규칙을 강조했다. 
   
결국, 서울시 강서구와 마포구 모두 말만 '대화 카페'였을 뿐, 불법 성매매업소나 다름없었다. 홍대 대화카페 실장은 취재진이 이력서를 내린 지 4개월이 지난 후에도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 제5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 '격려상' 수상작입니다.
#20대 #여성 #구직자 사기 #OO 카페 #불법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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