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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성매매 업주들의 이구동성 "구직사이트서 이력서 봤어요"

['OO카페'의 민낯④] 알바몬·알바천국 "예방 및 신고 접수 등 조치에 힘 기울여"

등록 2023.02.22 09:47수정 2023.02.2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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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공개한 20대 여성에게 이상한 제안을 하는 수상한 카페들이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룸카페, 보드게임카페 등 자칭 '○○카페'의 실체는 불법 성매매업소였다.

구체적인 실태 파악을 위해 취재진은 5개월 동안 연락을 해 온 57곳의 '○○카페' 중 4곳을 방문해 직접 면접을 봤다. 성매매업소의 현장을 취재하며 실제 보고 들은 내용을 그대로 기사에 담았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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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키스방’인 대화카페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20대 여성들에게 은밀하게 성매매를 제안하고 있었다 ⓒ 팀 라그랑주

 
암시장 전문 조사업체인 미국 '하보스코프(Havoscope)'가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은 120억 달러, 약 12조 9000억 원으로 '세계 6위'였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중국, 스페인, 일본, 독일,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이다.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조직범죄단체의 불법적 지하경제운영실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하보스코프의 추정값보다 3배 높은 약 30조~ 37조 6천억 원에 달한다. 성매매 특성상 정확한 통계를 집계하기는 어렵다. 이마저도 '추정값'이다. 2021년 국내 치킨 시장의 규모는 9조 원이었다. 한국의 성매매 시장은 치킨 시장의 3배 이상이란 이야기다. 거대한 성매매의 그림자는 이제 음지를 벗어나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사회초년 여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 시발점은 구직 사이트에 공개한 '이력서 한 장'이었다.

"알바몬, 알바천국에서 봤어요"
   
취재하며 만난 OO카페 업주와 실장 등 총 57명은 "'알바천국'과 '알바몬'에서 (여성의) 이력서를 보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20대 초반인 여성 취재진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경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대표 아르바이트 플랫폼 두 곳이었다. 
   
2022년 5월, 개인정보관리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그 중 하나로 구인 구직 플랫폼을 언급했다. 그러나 2023년이 된 지금도 구인 구직 플랫폼에 올린 개인 이력서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유사 성매매업소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는 "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정보 보호 원칙 제3조 8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이 법 및 관계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과 의무를 준수하고 실천함으로써 정보주체(※정보의 주체가 되는 사람)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한다.
   
알바몬, 알바천국 이용자는 정상적인 기업이 아닌, 불법 성매매업소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음을 동의한 적이 없다. 자발적으로 이력서를 공개하였지만, 이를 키스방 등 유사 성매매업소에 공개한 것 역시 아니다. 또한,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 제4조는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고용·모집하거나 성매매가 행하여진다는 사실을 알고 직업을 소개·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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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대화카페라고 불리는 유사 성매매업소의 업주들이 보여준 행태는 이 법에 저촉될 수 있는 교묘한 제안이었다. 따라서 취재진은 2022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알바몬과 알바천국에 관련 사실에 대해 각각 네 차례 문의했다. 
   
2013년부터 알바몬·알바천국 플랫폼 내 자체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줄곧 문제를 제기해 온 '대화카페 등의 업소들이 이력서를 열람하여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제안하는 사태'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이에 대해 별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문의했다. 또 '대화카페' 업소의 존재 여부와 이들이 어떻게 구직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었는지 등도 물었다.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이같은 실태를 "잘 몰랐다"라고 밝혔다. 두 플랫폼은 특히 '사업주가 기업회원으로 가입하여 구직자의 이력서를 열람하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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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몬> 홍보팀

 

알바몬은 "기업회원 가입을 위해 사업자등록번호가 필수다"라며 사업자등록번호와 관련해서는 "사업자등록증명원이 실제 사업주의 인증을 거쳐야 발급이 가능한 서류이므로, 신뢰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알바몬은 사업자등록번호를 바탕으로 기업 인증과 추가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구직자의 이력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이력서 열람서비스 모니터링을 통해 의심 패턴(20대 여성만 선호 등)을 보이는 기업회원은 확인 후 이용제한 처리한다"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의심·비정상 업체에 대해, 구직자가 신고하면 해당 기업회원은 확인 후 즉시 이용제한 처리된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질문에 알바천국은 최소 4단계 이상의 과정을 거치면 기업회원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알바천국 측은 "기업회원 가입 시 사업자 번호 유효성 확인 및 채용담당자 연락처 실명 본인 인증 진행한다"라며 "사업자등록증명 서류와 회원가입 정보 중 상호명, 대표자명, 사업자번호, 소재지 정보가 일치해야 통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증 이후에도 이력서 열람권 사용 시 1일 1회 실명 본인 인증 진행 후 사용 가능"이라고 덧붙였다. 
   
두 업체에 유흥업종의 이력서 열람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알바몬은 "바(bar) 업체의 경우 바 근무를 희망하는 구직자의 이력서만 열람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구직자가 이력서를 등록할 때 희망업직종으로 bar를 선택해야만 바 업체가 해당 구직자의 이력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알바천국은 "바 업종에 대해서는 업계 최초로 기업회원의 이력서 열람 상품 구매를 제한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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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몬> 측에서 보내온 답변 내용 중 일부 ⓒ 팀 라그랑주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이력서공개 시 희망업직종으로 'bar'를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불법 성매매업소를 포함한 유흥업소로부터 구인 연락이 왔다. 두 아르바이트 플랫폼의 주장에 따르면 '유사성행위업소'로 분류되는 유흥업소 등이 구직자의 이력서를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인데 말이다.
   
두 업체의 답변은 기업회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업주가 사업자등록번호를 제출하기만 하면, 실제로 어디에서 어떤 영업을 하든지 간에 두 곳의 기업회원이 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대화카페 업주들이 실제 그곳에서 영업하든 안 하든, 하더라도 다른 일 하든 말든 두 업체는 국세청과 정부 기관에서 발급한 사업자등록번호에 따라 일을 처리해 왔기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특히 두 아르바이트 플랫폼 모두 '자유업종도 기업회원으로 등록 가능'했다. 인터뷰를 토대로 자유업, 자영업, 혹은 미등록 및 위장등록 상태인 대화카페 등의 유사 성매매업소도 이러한 경로를 통해 기업회원으로 가입이 가능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현재 국세청에서 사업자등록번호를 받는 건 매우 쉽다. 누구나 매매 계약서 하나만 받아서 사업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만 하면 손쉽게 사업자등록번호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업장을 차렸는지 업주가 신고한 내용에 따라 영업 중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른 사업자 번호를 임대 및 대여해 불법 성매매를 하는 게 경찰에 적발되거나 신고되지 않으면 처벌도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법의 사각지대'다.

구직사이트를 성매매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대화카페'
   
2월, 취재진은 다시 한 번 두 업체에 그동안 해당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물었다.
   
알바천국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회사 전체 인력의 10%를 투입해 현재 예방 및 신고 접수, 조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또 "구직자가 이력서 공개 설정 시, 주소는 동 단위까지 노출되며 이름과 이메일은 마스킹(Masking, 무언가를 덮어 가리는 행위-기자 말) 처리되고 연락처는 노출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력서 열람권을 사용하는 기업회원에 한해 마스킹 처리가 해제된 이름과 이메일, 연락처 안심번호가 추가로 노출된다"라며 "타 사업자 도용, 거짓 인증 등 일부 기업이 각종 편법으로 일삼고 있는 불건전한 행태에 대응하고자 단계별 규제와 검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알바천국은 이어 "범죄, 불건전 내용으로 검수 마감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AI 검수 시스템을 개발 및 운영하고, 검수 키워드도 꾸준히 업데이트 중"이라며 "공고 전담 검수팀 증원과 관련 범죄 행위 및 예방법 홍보도 지속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알바몬은 "불법과 편법으로 사각지대에서 구직자들을 꾀는 업체들이 있으니, 구직자들도 불건전하고 의심스러운 업체의 제안에 응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 주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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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몬> 앱 내용 중 일부 ⓒ 화면캡처

덧붙이는 글 뉴스통신진흥회 제5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격려상 수상작입니다.
#20대 #여성 #구직자 사기 #OO 카페 #불법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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