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돈으로 여성 구매' 인식 안 바뀌면... 새 업소 계속 생길 것"

['OO카페'의 민낯⑤] '성매매 알선' 판결문 224개 분석... 전문가 "인식 개선이 우선"

등록 2023.02.23 14:47수정 2023.02.23 14:47
1
원고료로 응원
취업난,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공개한 20대 여성에게 이상한 제안을 하는 수상한 카페들이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룸카페, 보드게임카페 등 자칭 '○○ 카페'의 실체는 불법 성매매업소였다.

구체적인 실태 파악을 위해 취재진은 5개월 동안 연락을 해 온 57곳의 '○○카페' 중 4곳을 방문해 직접 면접을 봤다. 성매매업소의 현장을 취재하며 실제 보고 들은 내용을 그대로 기사에 담았다. 비속어와 자극적 표현은 최대한 순화했다. 그곳에서는 통상 일하는 여성을 '매니저', 업소와 여성을 총괄하는 남성을 '실장'이라고 칭했다.[기자말]
"성매매와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는 인간의 존엄성 및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 -유엔 협약, 1949
   
"성매매는 폭력의 한 형태이며 여성과 남성 간의 평등을 열망하는 사회에 속하지 않는다" -Niccole Kill Neslson, 프랑스 
   
2021년 경찰청에서 제공하는 경찰범죄통계를 보면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적발된 범죄는 66건, 검거 건수는 65건이었다. 발생 건수 대비 검거율은 98.5%로 높았지만, 다른 풍속 범죄와 비교했을 때, 발생 건수 및 검거 현황은 뒤에서 3위로 하위권이었다.
   
a

2022년 1월 1일부터 2022년 9월 26일까지, ‘성매매 알선’ 관련 판결문 ⓒ 팀 라그랑주

 
성매매처벌법 제19조(벌칙)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를 한 사람,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모집한 사람, 성을 파는 행위를 하도록 직업을 소개·알선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영업으로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한 사람,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모집하고 그 대가를 받은 사람, 성을 파는 행위를 하도록 직업을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은 사람 어느 하나에라도 해당하는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이라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장되지 않은 20대 여성 구직자들의 안전과 낮은 검거율. 그렇다면 실제 처벌은 어떨까. 취재진은 2022년 1월 1일부터 2022년 9월 26일까지, '성매매 알선'을 키워드로 판결문을 검토했다. 미성년자 성매매, 마약, 음주운전 등 다른 중대한 죄명이 포함되지 않은 판결문으로 총 224개를 확보해 분석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건은 단 18건으로 약 8%에 그쳤다. 그마저도 폭행, 출입국 위반 등 다른 죄명이 포함돼 선고받은 형량이다. 
   
18건 중 다른 죄를 포함하지 않고 성매매 알선으로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는 전체 중 단 8건. 약 3.6%에 불과했다. 분석한 판결문 가운데 최고 실형은 1년 6월 징역형이었으며, 최소 실형은 6월 징역형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 벌금, 사회봉사 및 교육 이수 등이었다.
   
판결문은 성매매 알선에 대해 대부분 다음과 같이 나타내고 있었다.
 
'성매매알선 범행은 성을 상품화하여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는 등
 그 사회적 폐해가 크므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죄질이 나쁘다.'"

 - 대한민국 법원, 성매매 알선 관련 판결문 내용 발췌

그러나 '엄히 처벌할 필요', '죄질이 나쁨'과 다르게 실형은 고작 3.6%에 불과했다. 2018년, 여성가족부가 진행한 1심 판결문 1337건에 대한 '성매매 알선 범죄의 양형조사' 결과에서도 징역형은 전체의 11.8%에 불과했다. 집행유예 44.9%, 벌금형 26.1%, 집행유예와 벌금형 병과가 14%로 전체의 85%였다.
 
a

2019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 요약 ⓒ 여성가족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요약본

 

양형의 이유
   
판결문이 말하는 '양형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범행을 반성하는 점', '비슷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의 연령 및 생활환경'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성매매 범죄 중 19세 이상 대상 성매매 범죄, 성매매 알선 등은 징역 6월~1년 4월'을 기본으로 권고하고 있다. 
 
"피고인 A,B가 범행을 자백하고 피고인 C도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에게 벌금형 초과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들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과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이 사건의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 대한민국 법원, 성매매 알선 관련 판결문 내용 발췌

양형위원회의 성매매범죄 양형기준 중 집행유예 기준은 다음과 같다. 동종 전과가 없고,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는 경우, 피고인이 고령인 경우, 진지한 반성 등이 해당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실질적으로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6개로 분석하였다.
   
(범죄전력) 동종전과, 초범, 이종전과, 누범 등
(범죄기간) 6개월 초과여부 등
(경합범) 단독범, 성매매관련 경합범, 별건범죄 경합범 등
(전파성) 광고 행위
(피고인 역할) 업주/총괄, 홍보사이트운영, 종업원 등,
(재판부 성향) 담당 재판부의 주관 등


2019년 여성가족부 <성매매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는 이 같은 '양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성매매 사범에 대한 검찰의 처분현황을 살펴보면, 성매매범죄에 대해 매우 경미한 범죄로 인식하는 사법기관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성매매범죄는 피해자 고소보다는 경찰 단속을 통한 사건 인지로 사법처리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기소율이 전체 범죄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성매매 단속을 통해 경찰에 인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불기소되는 비율이 높은 편으로 나타난다. 기소가 되더라도 구약식 기소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비율 역시 높은 편으로 나타난다. 이는 성매매를 경미한 범죄로 인식하는 사법기관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또한, 단순성매매의 경우 기소유예로 불기소 처분을 받는 비율이 특히 높은 편인데,이는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성매매 알선행위에 대해서도 경미하게 다루고 있음을 시사한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매매를 경미한 범죄로 인식하는 사법기관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또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19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 요약>은 '양형기준이 법정형에 비해 매우 낮으며, 성매매 강요 2유형은 최하 6월부터 규정되어 있어 법정형(1년 이상)과 충돌'이라고 밝혔다. 해당 죄명의 법정형은 1년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감경의 경우 최하 6월부터 선고받을 수 있으므로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a

2019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 요약(출처: 여성가족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요약본) ⓒ 팀 라그랑주

 

한편, 성매매처벌법 개정안들은 지난 18대와 19대 국회에서 각각 3건과 1건씩 논의됐으나 임기만료에 따라 자동폐기됐다. 충북대 로스쿨 박찬걸 교수는 현재 성매매처벌법과 관련해 "발의된 개정안이 총 4건에 불과한 실정은 입법부의 성매매 정책에 대한 무관심과 방임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 개선'

취재진은 대화카페라며 20대 여성을 유인하고, 처음 약속과 다른 성행위를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손님과 업주로부터 착취가 행해지는 실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자 했다. 이와 관련,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소속 혜진 활동가와 '다시함께센터' 활동가 A 씨는 모두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혜진 활동가는 '구매자의 구매 욕구가 발생하는 원인인 성별 권력관계, 그리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자본, 그들이 유입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성매매의 주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성매매 산업이 돈이 되지 않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말을 항상 한다"라며 그런 사회가 되려면 "여성을 종속해 남성성을 실현하려고 하는 구매자들의 인식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씨도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년 동안 대딸방, 키스방, 대화카페와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성매매 피해를 목격했다. 근본적인 해결을 법에만 기대는 것은 무리다"라며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이 더 올라가야 한다. (특히)여성을 돈으로 구매해 유희의 수단을 즐기며 이를 자랑까지 하는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성에게 돈을 지불하고 그 시간 동안 "남성 구매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제도를 아무리 개선해도 무의미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의 의식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이 마련이 되어있어도 집행조차 제대로 안 되는 상황들이 발견될 것이다"라는 지적이다. 이어 "인식이 바뀌거나 조금이라도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OO카페와 같은 새로운 업소가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덧붙이는 글 뉴스통신진흥회 제5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격려상 수상작입니다.
#20대 #여성 #구직자 사기 #OO 카페 #불법 성매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