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부터 KIA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박찬호 ⓒ KIA타이거즈
2022 KBO리그 한국시리즈부터 스토브리그까지 엿볼 수 있는 흐름 중 하나는 '유격수 육성의 어려움'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정규 시즌 1위를 독주한 SSG 랜더스에 도전했으나 2승 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키움은 포스트시즌에서 김휘집과 신준우, 두 젊은 유격수를 번갈아 활용했지만 동반 수비 불안에 시달려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키움은 2020년에 뛰었던 외국인 야수 러셀을 재영입해 주전 유격수를 다시 맡긴다.
롯데 자이언츠는 다년간 시달렸던 유격수 약점을 메우기 위해 FA 노진혁을 4년 총액 50억 원에 영입했다. 다르게 말하면 롯데는 유격수 내부 육성 실패를 자인했다는 뜻이다. LG 트윈스는 2023시즌 종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하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과 6년 총액 124억 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리그 최고 유격수 오지환의 FA 이적 가능성을 LG가 사전에 지워버렸다. 이 같은 일련의 계약을 통해 유격수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재확인되었다.
KIA 타이거즈는 유격수 고민이 없는 팀이다. 2014년 입단한 박찬호가 차근차근 성장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2020년부터 KIA의 주전 유격수를 맡았다. 2019시즌 종료 후 주전 2루수 안치홍이 FA 자격을 취득해 롯데로 이적했다. 주전 유격수였던 김선빈이 2루수로 전환되면서 박찬호가 유격수를 맡게 되었다. 내야에서 가장 어려운 포지션에 박찬호가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시하는 시각도 있었다.
※ KIA 박찬호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 KIA 박찬호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유격수는 넓은 수비 범위를 요구받아 체력적 부담이 크다. 제아무리 빼어난 공수 능력을 갖춰도 부상이 잦으면 주전 유격수로는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박찬호는 주전 유격수를 맡은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매해 130경기 이상 출전하며 꾸준함을 선보였다.
지난해 박찬호는 타율 0.272 4홈런 45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685를 기록했다. 타율, 홈런, OPS가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았다. 가장 많이 타석에 들어서 강한 체력을 요구받는 1번 타자를 주로 맡아 남긴 성적이라 의미가 깊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나타내는 WAR(케이비리포트 기준)은 2.57로 역시 커리어하이였다.
박찬호의 타격 성적이 향상된 이유는 소위 '볼삼비'라 불리는 삼진 대비 볼넷의 비율과 연관이 깊다. 지난해 박찬호는 67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57개의 볼넷을 얻어 '볼삼비'가 0.85로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았다. 타석에서 선구 능력을 갖추니 나머지 타격 지표는 자연스럽게 따라온 형국이었다.
▲ 지난해 승리기여도(WAR) 2.57로 커리어하이였던 KIA 박찬호 ⓒ KIA 타이거즈
수비 실책은 22개로 리그 최다 2위였다. 순간 집중력이 떨어져 어이없는 실책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으나 전반적인 수비 안정감은 과거보다 많이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5년생으로 만 28세 시즌을 맞이하는 박찬호는 공수에 걸쳐 더욱 향상된 기량을 기대받고 있다. 프로 경험이 상당히 누적되어 전성기를 누릴 만한 시점에 왔다는 이야기다. 박찬호의 기량이 정점에 도달하면 골든글러브 도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KIA는 지난겨울 주전 포수 박동원이 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한 와중에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어 우려를 사고 있다. 박찬호가 KIA의 첨병으로서 팀의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앞장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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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KBO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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