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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아본단자 '영화 같은 시즌'... 팬들 "은퇴 안 했으면"

권순찬-아본단자, 1위 탈환, 최고 흥행... 김연경 은퇴 고민 '파노라마'

23.02.18 11:53최종업데이트23.02.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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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아본단자 감독(오른쪽) ⓒ 박진철·유럽배구연맹


'배구 황제' 김연경(35), 그리고 김연경의 옛 스승이자 세계적 명장인 아본단자(53) 감독이 한국 V리그에서 재결합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미 많은 국내외 언론이 보도했듯이, 흥국생명 구단은 터키 리그의 터키항공(THY) 팀 감독인 아본단자와 영입 협상을 진행해 왔다. 터키항공은 올 시즌 터키 리그 14개 팀 중 4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다.

그리고 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아본단자 감독과 터키항공의 '계약 해지' 절차가 마무리됐다. 터키항공은 지난 16일 밤(한국시간) 구단 SNS를 통해 '아본단자와 작별 및 감사'의 글을 올렸다. 아본단자 감독과 흥국생명의 계약, 한국 입국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배구팬들도 아본단자 감독 영입 협상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환영하며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바라고 있다. 여러 이유 때문이다. 아본단자 감독 자체가 해외 빅리그에서 수많은 우승 경험이 있는 명장이다. 김연경과 특별한 인연도 있다. 흥국생명 팀 사정도 한 달 반이 넘도록 감독 대행의 대행 체제로 힘겹게 끌고 가고 있다. 현 시점에서 아본단자 감독은 최상의 카드인 셈이다.

'김연경 최전성기 가장 오래 함께 한' 아본단자 감독

그 중에서도 김연경과 아본단자의 특별한 인연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의 최전성기 시절에 가장 오랫동안 함께 했고, 화려한 성적까지 만들어냈다.

아본단자 감독은 2013-2014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4시즌 동안 세계 최고 여자배구 리그인 터키 리그의 페네르바체 팀에서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었다. 그리고 2014-2015, 2016-2017시즌에 두 차례나 터키 리그와 터키 컵을 모두 제패하는 2관왕을 달성했다. 또한 4시즌 모두 터키 리그 우승 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16-2017시즌 터키 리그 우승 과정은 김연경 본인은 물론 배구팬들에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감동의 드라마였다. 2013-2014시즌에는 유럽컵(CEV컵) 우승도 달성했다.

김연경도 개인적으로 각종 대회에서 MVP, 득점왕, 공격상 등을 수상하며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아본단자-김연경 콤비가 이끈 4시즌 동안 페네르바체는 그야말로 최고 황금기였다.

'FA 때 어느 팀 갈까' 잔뜩 기대했던 팬들... 집단 멘붕

그런데 김연경-아본단자 콤비를 국내 V리그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순간, 배구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김연경의 '은퇴 검토' 소식이었다. 그것도 지난 15일, 소속팀 흥국생명이 무려 106일 만에 올 시즌 절대강자였던 현대건설을 제치고 정규리그 1위로 등극한 직후에 나왔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 모두 63.3%를 기록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심지어 3세트는 혼자 9득점을 몰아치면서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 모두 10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썼다.

그러나 김연경은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선수 생활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이번 시즌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나이로 올해 36살이다. 나는 예전부터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놓는 게 좋다고 생각해 왔다. 만약 은퇴를 결정한다면 그런 전제가 깔릴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팬들도 김연경의 '정상에 있을 때 내려 가겠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공감해 왔다. 그런데 여자배구 팬들이 모여 있는 사이트 곳곳에서 "그게 왜 지금이냐",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됐다"며 큰 아쉬움과 황망함이 뒤섞인 탄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배구 전문가와 팬들은 김연경의 기량이 지금도 정상이고, 앞으로도 최소 2년 정도는 어느 팀을 가든 정상의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점을 증명해준 사람도 김연경 본인이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팀의 성적과 개인 기록들이 산증인이다. 그것도 한 편의 영화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시나리오 작가도 내용을 그렇게 쓰면 비현실적이라고 욕먹을 정도다.

'최소 2년'은 정상 가능성... 김연경 본인이 증명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15일, 시즌 막판에 정규리그 1위를 탈환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권 6위 팀의 놀라운 반전이었다. 절대강자였던 현대건설이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최근 부진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흥국생명도 올 시즌 내내 더 모진 풍파를 겪었다.

실제로 세터 토스, 선수 기용, 로테이션 문제로 허무하게 패할 때마다 큰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다 지난 1월 2일 권순찬 감독 전격 경질과 구단 고위층의 선수 기용 오더(지령) 논란 등 V리그 역사상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한 달 반이 넘도록 감독도 없이 '감독 대행의 대행'이 팀을 지휘하는 촌극이 계속되고 있다. 우승 경쟁은 고사하고 시즌을 포기할 정도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김해란 등 베테랑을 중심으로 선수단 전체가 똘똘 뭉쳐 난국을 헤쳐나갔다. 김대경(36) 감독 대행도 선수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선수 기용과 로테이션 부분에서 과감한 변화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 결실이 바로 정규리그 1위 탈환이다.

특히 김연경은 올 시즌 개인 기록 면에서도 세계 최고 완성형 선수라는 평가를 여실히 입증했다. 18일 현재,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해 V리그 여자배구 전체 윙 공격수(아웃사이드 히터·아포짓) 중에서 공격 효율이 37.8%로 압도적 1위다. '공격 효율'은 공격수의 팀 기여도와 실속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또한 공격 성공률 부문에서도 46.02%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위와 격차가 크다. 시간차 공격 부문도 1위다. 수비에서도 서브 리시브 6위, 디그 9위로 리베로급 활약을 했다. 그리고 경기 도중 동료 선수들이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주고 이끌어가는 탁월한 리더십까지 발휘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김연경이 왜 현재도 세계 최정상급 월드클래스인지 증명해준 셈이다.

역대 최고 흥행 메이커.. 가장 뜨겁고 뭉클한 시즌

김연경은 V리그 흥행 측면에서도 절대적 존재감을 입증했다. 올 시즌 여자배구는 '김연경 신드롬'과 엄청난 티켓 파워 덕분에 역대급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흥국생명 경기는 평일과 주말,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매진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현재까지 여자배구 전체 경기에서 티켓 예매가 매진된 사례는 무려 15번이나 발생했다. 그 중에서 단 1경기만 빼고, 14번이 흥국생명 경기였다. 흥국생명 경기는 '김연경 전국 투어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그런 여파로 올 시즌 여자배구는 V리그 사상 최초로 30만 관중 돌파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2019-2020시즌보다 평균 관중이 오히려 증가했다.

남녀 배구를 통틀어 V리그 경기의 케이블TV 시청률 상위권도 흥국생명이 휩쓸고 있다. 때문에 'V리그 역대 최고 흥행 메이커'인 김연경이 실제로 은퇴를 한다면, 내년 시즌 V리그가 어떻게 될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팬들은 김연경이 지금 시점에서 은퇴를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오는 4월에 실시되는 FA(자유계약선수) 때 김연경이 어느 팀으로 갈지를 예상하며 큰 기대감을 갖고 갑론을박을 해왔다.

그러나 은퇴 여부는 전적으로 김연경 본인의 결정에 달린 문제다. 본인의 인생 플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의 경우 연봉이 은퇴 여부 결정에 핵심 요인은 아니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의 V리그 연봉 제한 규정은 김연경을 더욱 불잡기 어려운 요소이기도 하다. 올 시즌이 끝나면 처음으로 취득하는 FA도 김연경에게 매력 포인트가 되지 못한다. 남자배구에는 없고 여자배구에만 있는 '선수 1인당 최고 연봉 액수 제한(현재 7억원)'을 비롯해 각종 규제 장치 때문에 특급 선수에게는 무용지물이 돼버린 FA 제도 때문이다. 오히려 은퇴 후 자유롭게 방송 프로그램과 CF 광고 출연을 하는 것이 육체적, 금전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김연경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팬들은 존중해줄 것이다. 그럼에도 김연경의 경기 모습을 1~2년 정도는 더 보고 싶은 팬들의 열망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연경의 V리그 복귀, 흥국생명 구단의 권순찬 감독 경질 등 역대급 사태 발생, 그런 상황에서도 팬들의 선수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과 '행복 배구 클래퍼' 물결 감동, 흥국생명의 시즌 막판 1위 탈환,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의 V리그에서 재결합, 그리고 김연경의 은퇴 고민.

한 편의 영화 같은 2022-2023시즌 V리그는 선수와 팬들에게 가장 뜨겁고 가슴 뭉클한 시즌으로 기억될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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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아본단자 흥국생명 KOVO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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