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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김기현, 95% 싸게 땅 판다고? 빚 내서라도 사겠다"

울산 KTX역 관련 땅 투기 의혹 두고 "투기현 아닌 투자현" 조롱... 옹호하는 듯하면서 쟁점화

등록 2023.02.17 14:40수정 2023.02.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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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당시 대표(오른쪽)와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가 지난 2021년 7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투기현(투기+김기현)' 보다는 그냥 '투자현(투자+김기현)'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두고 김기현 후보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단순한 옹호는 아니었다. "땅을 파실 의향이 있다면 제가 빚을 내서라도 구매하고 싶다"라는 조롱도 덧붙이면서, 관련 의혹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슈화하고 나섰다.

김 후보의 관련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 2018년 울산 MBC 보도를 통해서였다. KTX 울산역과 연계되는 도로의 노선이 당초 계획과 달리 변경되면서 김기현 후보가 소유한 임야를 지나게 됐고, 결과적으로 김 후보가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게 됐다. 노선 변경의 배후에 김 후보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게 해당 의혹의 골자였다.

특히, 인근 토지가 2021년 초 평당 200만 원에 거래되면서 1998년 김 후보가 토지를 매입했을 당시 공시지가에 비해 무려 1800배의 시세 차익이 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2021년 국정감사장에서 양이원영 의원이 해당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2023년 현재,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황교안 후보가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들고 나왔다. 안철수 후보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김 후보를 공격하면서 전당대회 주요 의제로 떠오르게 됐다.

"권력형 투기가 아니라면 투기현 보다는 투자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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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모습의 이준석·천하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천하람 당대표 후보와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주최한 오찬 기자간담회 자리를 찾아 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천하람 당대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달아 글을 올리며 "일각에서는 '투기현'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사실 토지의 구매 시기인 1998년은 김기현 후보의 정계 입문 시기인 2004년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치나 행정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의도로 구매했다고 보기는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KTX 울산역의 개설은 2010년에 이루어지고 정치권에서의 공론화 또한 김기현 후보가 땅을 구매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2003년경 이루어 졌기 때문에 그 연결도로의 개설을 예측하고 땅을 구매했다고 확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전국적으로 맹지에 도로 내서 떼돈 버는 지방정치의 문제가 간혹 대두되다 보니 비슷한 유형이라고 보고 공격할 수는 있겠지만 정치권력을 이용한 투기라고 보기에는 시기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정치하면서 매번 정치적 행보를 할 때마다 '주가 관리 하러 나왔다'는 지적을 받는 안철수 후보의 억울함 정도가 김기현 후보의 억울함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권력을 이용해 맹지에 도로 낸 권력형 투기가 아니라면 '투기현'이라는 명칭보다는 그냥 '투자현' 정도가 아닐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95% 할인 구매 찬스... 매도호가 먼저 잡아주시라"

이준석 전 대표의 메시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그런데 중요한 건 김기현 후보가 공언한 대로 95% 싸게 저에게 그 땅을 파실 의향이 있다면 제가 빚을 내서라도 구매하고 싶다"라며 "지금 정치가 문제가 아니다. 95% 할인 구매 찬스이다. 공시지가에서 95% 깎아주시라"라고 밝혔다.

황교안 후보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해당 문제를 제기했다. 김기현 후보는 "황교안 후보께 그거 95% 할인해드리겠다, 5%만 내고 가져가시라"라며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다음 날(16일)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 후보는 이를 두고 "95% 할인해 팔겠다는 능글맞은 말"이라며 "그 이상 엄청난 시세차익이 났다는 것을 오히려 인정"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이 전 대표는 이 점을 비꼰 것이다.

그는 이어서 올린 다른 글에서 "95% 할인해서 살 때 그 땅의 기준가격을 어떻게 김기현 후보가 잡으시는지가 국민들에게 그 땅의 가치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자료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전 대표는 "공시지가대로라면 한 총액 1억 원 정도 될 테고 500만 원 정도면 구입 가능하다는 것인데, 만약 1억을 요구하시면 그 땅의 가치가 20억, 10억을 요구하시면 200억이고, 구매 가격 5000여 만 원을 빼면 그 가격이 부동산으로 거둬들이신 차익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95%의 할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반대로 해당 토지의 가치가 판매 가격의 20배일 것이라는 역산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양이원영 의원의 1800배 주장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김기현 후보께서 매도호가를 먼저 잡아주시라"라고 꼬집었다.

종합하면, 이 전 대표는 김 후보가 도로 개발 정보를 부당하게 인지하고 토지를 구매했거나, 혹은 토지 구매 이후 정치적 압력을 행사해 도로 노선 변경에 개입했을 가능성은 낮게 보았다. 동시에 미실현 이익일지언정 시세차익이 명백하게 발생한 점을 지적하며, 김 후보가 해당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꼬집은 셈이다.

김기현, 선관위에 공문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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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첫번째 TV토론에 앞서 김기현 후보가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에, 김기현 후보 측은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공문을 내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안철수 후보의 의혹 제기가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규정' 제39조 7호 '후보자 비방 및 흑색선전, 인신공격'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이다.

김 후보 측은 "(문재인 정권 하에서) 39차례 영장 청구가 의미하듯, 만약 단 한 점이라도 의혹에 사실인 점이 있었다면 김 후보가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라고 항변했다. 또한 "안 후보가 어제(16일)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의 질문을 빌려, 마치 의혹이 사실인 듯한 인상을 주려는 발언을 쏟아냈다"라며 "악의적인 인신공격"이라고 반발했다.

김기현 후보 측은 "연이은 안 후보의 당내 경선에 대한 교란 행위와 김 후보에 대한 음해·날조·인신 모독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당 선관위는 당헌·당규에 의거해 엄정하게 전대를 관리할 책임이 있음을 주지하라"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안철수 후보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 측은 입장을 내고 "김기현 후보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당 선관위를 끌어들이려는 행태가 참으로 무책임하다"라고 꼬집었다. 안 후보 측은 "스스로 해명을 할 수 없어 공정한 선거 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할 선관위마저 후보의 방탄용으로 이용하려 하는가"라며 "안 후보에 대해 선관위에 '엄중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건 참으로 파렴치한 프로세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전 정권에서 청구된 구속 영장들에 대해 "그것이 'KTX 울산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에 관한 것인지 정확히 확인해주기 바란다"라며 "영장 청구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 의혹이 해소된 것이라면 그 내용을 소상히 공개하라"라고 김 후보 측에도 요구했다.
#김기현 #땅투기 #의혹 #안철수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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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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