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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변준형, 그가 MVP로 손색없는 이유

안양 KGC를 상징하는 새로운 '주인공'으로 우뚝 선 변준형

23.02.18 12:16최종업데이트23.02.1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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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안양 KGC 변준형 ⓒ KBL


대세는 이제 변준형이다. 안양 KGC를 상징하는 새로운 '주인공'으로 우뚝 선 변준형이 팀의 단독 1위 질주와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을 이끌었다. 생애 첫 정규리그 MVP 도전에도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KGC는 지난 1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프로농구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26점을 몰아친 변준형의 활약을 앞세워 88-79로 승리하며 10연승을 기록했다. KGC는 전신인 안양 SBS 시절인 2005년에 특급 외국인 선수 단테 존스를 앞세워 15연승을 거둔 것이 구단 사상 최다연승 기록이다.
 
2010년부터 지금의 KGC로 간판을 바꾼 이후만 놓고보면 2017년 3월에 9연승이 종전 기록이었다. KBL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은 울산 모비스(현 울산 현대모비스)가 2013년 2월 16일 서울 삼성전부터 2013년 10월 19일 고양 오리온스(현 고양 캐롯)과의 경기까지 기록한 17연승이다.
 
2023년 들어 KGC는 1월 29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부터 17일 KCC전까지 단 한 번도 지지 않으며 창단 첫 두 자릿수 연승의 기쁨을 누렸다. 또한 33승 11패(.750)를 질주한 KGC는 2위 창원 LG(28승 15패)와의 승차를 4.5게임으로 벌리며 정규리그 우승에도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러한 KGC 돌풍의 중심에는 바로 변준형이 있다. KGC는 2020-21 시즌 후 이재도(창원 LG), 2021-22 시즌 후에는 전성현(고양 캐롯)이 각각 FA자격을 얻어 연이어 핵심 선수들의 전력누수가 있었다. 그 빈 자리를 메워야하는 변준형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변준형 개인으로서도 올시즌 보수 총액 2억 8천으로 오세근-문성곤에 이어 팀내 3위, 리그 전체 보수 30위권 이내의 고액연봉자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릴 만큼 스타플레이어로 인정받은 데다, 올시즌 후에는 상무 입대까지 앞둔 만큼 더욱 특별한 시즌이 될 수밖에 없었다.
 
변준형은 그 기대에 훌륭하게 부응하고 있다. 2022-23시즌 현재 변준형은 팀이 치른 44경기에 모두 출전하여 14.3점, 5.3어시스트, 2.5리바운드 1.0스틸로 맹활약하고 있다. 득점은 오마리 스펠먼(19.5점)에 이어 팀내 2위이자 국내 선수로는 1위다. 어시스트는 김선형(SK. 6.3개)에 이어 전체 2위다. 프로 데뷔 이후 변준형의 커리어하이 기록이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안양 KGC에 입단한 변준형은 데뷔 첫해인 2018-19시즌 신인왕을 시작으로 매년 착실하게 성장을 거듭해왔고, 이제는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엘리트 듀얼가드로 자리잡았다.
 
변준형이 프로에 데뷔할 무렵만 해도 같은해 대학 졸업반이었던 동기들은 '골짜기 세대'로 불리며 저평가를 받았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동기들의 경우 프로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선수는 고졸 출신으로 프로에 직행한 서명진(울산 현대모비스)과 식스맨상을 수상한 전현우(대구 한국가스공사) 정도에 불과하다. 당시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KT가 변준형 대신 포워드 박준영(현 상무)을 지명했던 장면은, 농구팬들에게 지금도 '변거박(변준형 거르고 박준영)'이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변준형은 골짜기 세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2018년 드래프티중 최고의 성공사례로 자리잡은 데 이어 내친 김에 올시즌을 기점으로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서의 스텝업을 노리고 있다. 그동안 KGC를 대표하는 '성골 프랜차이즈 스타'의 대명사하면 역시 오세근이 첫 손에 꼽혔다. 오세근은 2011년 데뷔 이래 오직 KGC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신인왕- MVP 트리플크라운(정규리그, 챔피언전, 올스타전), 팀 우승 3회 등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오세근은 여전히 리그에서 손꼽히는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덧 베테랑이 되면서 주역에서 후배들을 빛내주는 '명품 조연'으로 한걸음 물러섰다. 올시즌들어 KGC를 이끄는 에이스의 역할은 오세근에서 변준형으로 무게중심이 조금씩 옮겨오고 있다. 과거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전성기 시절 팀의 에이스 자리가 빅맨인 팀 던컨에서 가드인 토니 파커 중심으로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계승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KGC가 정규리그 우승에 한걸음씩 가까워지며 변준형은 강력한 MVP 후보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MVP 경쟁은 한때 팀동료였던 전성현의 독주 체제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전성현은 시즌 평균 19점(국내 1위, 전체 3위), 경기당 평균 3점슛 3.8개로 이 부문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는 놀라운 페이스로 올시즌 라운드 MVP만 벌써 두 번이나 차지했다. 약팀으로 꼽히던 캐롯을 일약 6강권으로 끌어올린 것은 전성현을 중심으로 한 '양궁농구'의 힘이 컸다는 평가다.
 
변준형도 2라운드 MVP를 한 차례 차지한 바 있다. 지난 4라운드에서도 이대성과 치열한 MVP 경쟁을 펼쳤으나 투표에서 3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밀렸다.
 
변준형은 최근까지 개인 성적과 화제성 면에서는 전성현에게 다소 밀리는 모양새였다. 3점슛 기록행진이라는 확실한 임팩트가 있는 데다 언더독 팀의 에이스로 고군분투하는 전성현에 비하여, 변준형은 스탯 자체는 준수하지만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은 없다는 게 약점이었다. 소속팀 KGC가 1위는 달리는 만큼 각 포지션에 올스타급 팀동료들과 함께하는 덕을 봤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KGC가 구단 창단 최다승-최다연승 기록에 도전하고 사실상 40승 페이스를 질주하면서 이제는 변준형이 '팀성적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보다, KGC가 오히려 '변준형 버프'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평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KGC가 10연승을 질주할 동안 승부처마다 변준형의 활약으로 흐름을 바꾼 경기가 많았다. 지난 9일 원주 DB전(21점 7어시스트 5리바운드), 11일 울산 현대모비스전(18점 9어시스트), 17일 KCC전(26점 8어시스트 5리바운드) 등은 모두 접전이었고 KGC가 몇 번이나 무너질뻔한 고비가 있었지만 4쿼터에서 변준형의 놀라운 집중력으로 승리를 지켜낼수 있었던 경기들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KGC의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들을 진두지휘하고 조율하는 것을 넘어서, 클러치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해결사로 나서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된 잦은 기복이나, 전성현보다 에이스로서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변준형은 이제 어엿한 스타플레이어이자 MVP 후보로 손색이 없다. 라이벌인 전성현이 시즌 후반들어 다소 주춤하고 있는 데다 본인의 구설수와 구단을 둘러싼 내우외환 등으로 기세가 하락한 것도 변준형에게는 기회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변준형이 변거박에 이어, MVP 경쟁에서도 '전거변(전성현 거르고 변준형)'이라는 대역전극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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