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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장례문화, 한국과는 이런 게 달랐습니다

장모님 장례식을 통해 경험한 캐나다의 장례 문화... 나라마다 다른 애도의 방식

등록 2023.02.18 16:03수정 2023.02.1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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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살면서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해본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경험이 없다 보니, 캐나다 현지 장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인사회 장례 문화만큼은 한국 장례 문화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만을 가지고 있었다.


장모님이 병원에서 영면에 드시던 첫째 날, 병원 측은 사망한 병실에서 유가족이 고인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시간적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유가족 모두는 고인과 충분한 추도의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장모님은 병원 관계자의 손에 이끌려 영안실로 홀연히 떠나가셨다.

사망과 동시에 빈소가 차려지는 한국과는 달리, 고인을 영안실로 떠나보내고 유가족은 각자 집 또는 생업의 현장으로 복귀하게 된다. 

조금 다른 장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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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를 마치고 연도에 참여했던 신자분들이 고인의 명복과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있다. ⓒ 김종섭

 
장모님이 영면하신 지 2일째 되던 날, 한인 성당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연도(천주교의 성인, 성녀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망자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추모의 기도)를 바치는 종교 추모 행사를 가졌다. 장모님을 비롯한 처가 식구 대부분이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다. 

영면 7일째 되던 날 추모관이 마련되어 있는 공원묘지에서 입관 예절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고인의 염습을 할 경우 유가족이 직접 참관하는 것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장례대행 업체가 자체적으로 염습을 끝낸 상태에서 추모관에 관을 안치에 놓고 입관 예절만 진행한다.

입관 예절이 시작되면 고인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닫혀있던 관을 개봉해 놓는다. 장모님은 가족이 미리 준비해 놓았던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으시고 손을 합창한 채로 평온하게 관 안에 누워계신 모습이었다. 마지막 배웅 길에 장모님 손을 잡아 드렸다. 핏기 없는 손은 마치 얼음덩어리처럼 차가우셨다. 그때야 비로소 죽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생각에, 통곡을 하고 말았다.


"장모님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잘 가세요." 

장모님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말은 세월의 무게감에 비해 너무나 가볍고도 짧았다. 유가족의 고별인사가 끝나고 고인에게 장미꽃을 헌화하는 순서로 입관 예절이 끝났다. 입관 예절이 있던 그날은 공교롭게도 밸런타인데이였다. 장미꽃이 일 년 중 최대의 몸값을 받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 엄마처럼 밸런타인데이날 장미꽃을 많이 받아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네요."

아내의 말처럼 밸런타인데이날 장미꽃을 가득 받으시고 떠나가셨다.

영면 8일째 되던 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장례미사가 성당에서 있었다. 장례미사가 끝나고 곧바로 전날 입관 예절이 있었던 추모관을 마주 보고 있는 화장터로 관이 운구되었다. 고인을 화로에 모시기 전에 천주교 예식을 치렀다.

예식이 끝나고 벽면에 잠겨 있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바로 문 앞에 화로가 붉게 타오르고 있었었다. 유가족의 통곡과 함께 장모님의 육신은 그렇게 가족 곁을 영원히 떠나버렸다. 화장터까지 함께 동행하면서 슬픔을 함께 해준 지인들을 위한 답례로 근교 한인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순서로 장례예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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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함이 생각지도 못했던 종이 상자에 담겨 유가족에게 인도 되었다.유골함이 납골함에 안치되면 전면을 대리석으로 밀봉한다. ⓒ 김종섭

 
이틀 후인 영면 10일째 봉안식이 있었다. 화장터에서 유골함이 유가족에게 인도되고 근교에 마련한 납골당에서의 봉안예절 의식을 끝으로 모든 장례절차가 완전히 끝이 났다. 종교가 없는 유가족의 경우는 가족 중심으로 장례 절차가 간소화되었을 것이다.

특히 조사의 경우, 조부모와 부모상에도 직장 내 특별한 휴가는 주어지지 않았다. 당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3일 이내의 무급 휴가를 얻어낼 수는 있다. 어쩌면 한국 정서로서는 이해 불가한 일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다행히 나는 한국 직장에 다니므로, 한국 정서에 맞게 3일의 애도의 휴가와 함께 장례식날까지 포함하여 4일간의 유급 휴가를 받았다.

이별의 슬픔을 나누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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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묘지 주변에는 새로운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 김종섭

 
캐나다에는 묘지 주위에 아무런 규제 없어 자연스럽게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다. 공원묘지라는 인식보다는 단순한 공원이라는 인식이 강했는지도 모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이민 사회에서는 로마법이 여지없이 통용되었다. 장모님의 장례식은 한인사회 안에서, 한인성당에서 치러졌지만 어쩔 수 없이 캐나다 장례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민사회에서 만약 종교가 없거나 종교의식에 의한 장례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가족끼리 외롭게 고인을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함께 이별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종교예절이 있어 장모님을 외롭지 않게, 편안하게 보내 드릴 수 있었다.

장례를 위한 절차마다 수고해 주신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성당 연령회 회원님들,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어주신 지인분들에게도 장례를 끝내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장례식 #발인 #입관 #장모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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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Daum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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