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24 11:51최종 업데이트 23.02.2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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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창간 23년을 맞은 데는 시민기자의 효용을 널리 전파하는 시민기자들의 역할도 컸습니다. 자발적으로 오마이뉴스를 알리고 시민기자를 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나는 5년째 <매일 글쓰기>라는 온라인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 10문장 이상의 글을 쓰고 단톡방에 공유하는 것이다. 이 글쓰기 모임의 특징은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쓴다는 것이다.

요즘 온라인에 글을 쓴다고 하면 대부분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만, 이 모임에 있는 분들은 대부분 일기를 쓰거나 자신의 기록을 위한 글을 쓴다. 치유와 소통, 글쓰기 관련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 가끔은 홍보와 정보가 넘쳐나는 글쓰기라는 망망대해에서 특이한 섬처럼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어요
 

일기에서 벗어나 공적인 글쓰기의 첫 단계로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 코너를 추천한다. ⓒ 언스플래쉬

 
5년 전 그때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시민기자로 활동 중인 이영실씨의 제안으로 글쓰기 모임이 처음 시작되었다. 그는 경력 단절 여성들을 위한 카페를 운영 중이었는데 그 카페에서 <매일 글쓰기> 모임을 맡아줄 수 없겠느냐고 한 것. 나는 선뜻 받아들였다. 글을 잘 쓸 자신은 없지만 꾸준히 쓸 자신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잘 나눌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처음 20~30명 남짓한 모임이 이제는 60~70명으로 늘어났다. 

모임 사람들에게 오마이뉴스 기사 쓰기를 권했을 때 대부분 "내가 그런 걸 써도 돼요?"라는 반응이었다. 내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밝히면 뭔가 대단한 것을 하는 양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면 놀라는 눈치였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요? 설마.


오마이뉴스에 가입해서 기사 쓰기 메뉴를 클릭하고 편집기에 기사를 쓰면 되는 것이라고, 블로그나 브런치와 비슷하다고 말해준다. 다만, 다른 SNS와 다른 점은 모든 글이 기사로 발행되는 것은 아니다. 편집기자 검토 후에 기사로 발행되는 점이 다르다. 

이 부분에서 편집기자가 검토 후 발행된다는 것을 큰 허들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허들이라면 허들일 수 있지만, 오마이뉴스는 신문이라는 특성상 시의성과 내용을 본다. 내용도 좋고 시의성이 잘 맞는다면, 문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기사로 발행될 확률이 높다.

글이 좋은데 뭔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편집기자가 전화나 쪽지로 알려준다(먼저 알려주지 않으면 1:1 게시판을 통해 직접 문의할 수 있다). 누군가 내 글을 꼼꼼하게 읽고 이러이러해서 발행되지 못했다고 조언해주는 경험, 이것만으로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날 모임 단톡방에 이런 문장을 쓰게 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저의 첫 오마이뉴스 기사가 발행되었어요."

그러면 "축하한다"는 말이 연이어 단톡방을 울린다.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매일 글쓰기 모임>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데뷔한 사람들이 15~17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기사로 발행되면 서로 축하해주고, 응원해준다. 공식적으로 글이 발행되는 기쁨, 설렘 그런 것들을 같이 공유한다. 
 

시민기자의 첫 기사가 발행되면 모두 축하를 해주는 분위기다. ⓒ 이혜선

 
내 글을 발전시키는 원동력

내가 글 쓰는 이들에게 오마이뉴스를 권유하는 이유는 글쓰기의 다른 감각이 필요할 때 좋은 도전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일기에서 벗어나 칼럼이나 기사라는 형식을 갖춰 글을 쓰게 된 곳이 오마이뉴스였다.

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 코너는 기사와 에세이의 중간 형태의 글이다. 기사처럼 딱딱하지 않으며, 에세이처럼 순수한 문학이 아니어도 된다. 다만, 일기의 형태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일기에서 에세이로 도약하고 싶은 사람에게 오마이뉴스를 권하는 것이다. 

또한 편집된 기사와 제목을 보는 것도 글쓰기 훈련에 도움이 된다. 요즘도 종종 내 글과 발행된 기사를 비교하지만, 처음엔 내 글의 원문과 편집기자님이 다듬어준 글을 양쪽에 펼쳐놓고 다른 문장을 찾아내 비교했다. 오탈자나 비문, 문장의 간결함 등을 눈에 익힐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은 글쓰기 훈련에 매우 유용했다. 

시민기자로 데뷔하고, 이후 기사를 조금 더 써본 사람들에게는 다음 단계로 연재를 권유한다. 한 가지 주제로 정기적으로 글을 써보는 경험 또한 글쓰기 체력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재가 쌓이면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다.

나 또한 연재를 통해 편집자 눈에 띄어 <엄마에겐 오프 스위치가 필요해>를 출간했다. 출간 제의는 여러 경로로 이루어 질 수 있는데, 오마이뉴스 연재도 출간의 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오마이뉴스의 장점 중 하나는 원고료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은 글 쓰는 사람들의 꿈이기도 하다. 작년 한 해 꾸준히 기사를 쓰고 받은 원고료 1년 치를 모아놓고 보니 적지 않은 돈이었다.

돈도 글쓰기에 동기부여가 된다. 돈이라는 것은 또한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한다. 책임감과 함께 더 잘 써야 한다는 감각이 들어온다. 이것이 약간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것을 건강한 스트레스라고 말하고 싶다. 내 글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오마이뉴스가 좋은 점 중 하나는 출간 작가에게 홍보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책을 출간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홍보가 얼마나 힘든지. 어디 좌판이라도 벌여서 '내 책 팔아요'를 외치고 싶지만, 온라인상에서 영향력 있는 좌판에서 무명작가를 초대해 주는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작가 스스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라면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책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 그럴 경우, 오마이뉴스는 [책이 나왔습니다] 코너에 내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내 글을 알리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한 플랫폼이다. 

간혹 "나는 그냥 쓰는 거야. 일기만 쓸 거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도 인정한다. 일기만 쓴다 한들 뭐 어떤가, 나의 기록이 되기도 하고, 결국 글은 나에게 가장 많은 위로와 위안을 주는 일일 테니까. 

다만, 간혹 글을 쓰다가 "나는 왜 매일 글을 쓰지?"라는 질문을 만난다면, 그때는 글쓰기의 다른 감각이 필요한 때라고 말해주고 싶다. '왜'에 대한 대답은 여러 각도로 생각하면서 얻을 수 있는 답이다. 그때 오마이뉴스를 떠올리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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