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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박정희 생가역' 추진... "이러다 구미시 이름도 바꿀라"

대구권 광역철도 사곡역 명칭 변경 나서... "박정희 아니면 안 되나" 시민·정치권 반대

등록 2023.02.20 18:17수정 2023.02.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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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경산 대구권광역철도 사업으로 신설되는 구미 사곡역 조감도. ⓒ 대구시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추모관 건립 논란에 이어 대구권 광역철도사업으로 신설되는 사곡역사의 역명 개명에 나서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구미시는 사곡역을 '박정희 생가역'으로 변경하겠다며 지난달 30일 '사곡역사 역명 개정을 위한 주민 의견수렴' 공고를 내고 이달 8일까지 주민의견을 수렴했다.

의견수렴 결과 약 20여 명의 시민들이 전화를 통해 의견을 접수했으며 '박정희역', '정수역', '새마을역' 등의 역명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시 관계자는 "역명 개정 지침에 따르면 지역의 대표 명소라든지 행정구역명만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박정희역이나 정수역 등은 사용이 힘들어 '박정희 생가역'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는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박정희 생가역'으로 변경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구미시는 앞서 지난해 12월 국토부 및 국가철도공단과 역명 변경을 협의하고 상모동 주민들에게도 역명 변경을 홍보하기도 했다.

"전임 시장들도 이런 건 안 했는데..."


하지만 구미시의 역명 변경 추진을 두고 구미시민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사곡역은 사곡 주민들에겐 관문이나 마찬가지인데 박정희 생가역으로 변경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며 "구미시장이 주민들 의사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자기 표 계산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 사무국장은 "최근에는 구미시를 상징하는 관광기념품을 발굴하겠다면서 박정희 대통령과 생가를 상징하거나 박 전 대통령 업적을 상징할 수 있는 기념품을 공모하고 있다"며 "전임 시장들은 이런 것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박정희 팔이에만 매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찬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구미에서 하는 모든 것은 박정희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러다가는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바꾸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지역에서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도 구미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사곡역 이름 변경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한 시민은 "사곡역을 박정희 생가역으로 변경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친일독재 등 부정적 이미지 때문만이 아니다. 죽은 사람을 찬양하는 것보다 미래를 생각해야 구미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구미는 박정희 아니면 안 되느냐? 노인들만 사나?"라며 "이제는 시민과 더 나은 구미 만들기에 신경써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진영역이 '노무현 생가역'이 되지 않은 것처럼 사곡역이 박정희 생가역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KTX 정차역도 아니고 전철역에 이런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정말 박정희 대통령을 예우하는 사람이라면 하면 안 된다"며 "또한 역 이름에 박정희 이름을 붙인다고 관광수요나 방문객이 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청도 새마을휴게소'에 관광객이 오지 않는 것과 비슷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곡역 #박정희 생가역 #대구권 광역철도 #김장호 #구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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