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노조 부패'가 대한민국 3대 부패? 하나하나 짚어봅시다

[주장]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 그 악의적 프레임

등록 2023.02.22 11:00수정 2023.02.22 11:06
0
원고료로 응원
a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최근 윤석열 정부가 소위 '노동 개혁'을 강조하며 노동조합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압수수색까지 진행하는 정부의 행태에 일각에선 '노조 때리기'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정부와 언론이 제기하는 노조 비판에 대해 살펴보고, 윤 정부가 말하는 '노동 개혁'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노조가 3대 부패? 회계 투명성 지적

윤 대통령은 노조 부패가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더불어 3대 부패 중 한 가지라며 노동 개혁의 첫 단추로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본부 차원의 사업비 총액은 한 해 대략 200억 원, 운영비는 모두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이뤄지기에 현행 노조법에 따라 노조의 회계 내역은 조합원들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 정부의 노동 자문 역할을 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참여하는 한 교수도 "회계 때문에 특별히 얘기하고 그런 건 아니지. 기본적으로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의 문제는 조합원과 대표자 간의 문제예요. 노동조합의 내부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알게 하겠다, 그렇게 할 수가 없는…"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2023년 1월 15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외부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위 MBC 보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국고보조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에 영수증 하나까지 다 입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최근 재정 관련 장부와 서류 보관에 대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각 노조에 발송했습니다.

정부는 노조에 '부패 프레임'을 씌우고 감사를 하겠다고 나섭니다. 그러나 노조는 정부 소속이 아닌 노동자들의 결성체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행태는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정부는 나머지 3대 부패라던 공직 부패와 기업 부패에 대해서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 때리기'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입니다.

#2 노동자간의 임금 차이가 노조 때문?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노-노 간 비대칭 구조다, 흔히 이를 이중 구조라고 쓰지만 정확하게는 착취 구조'라면서 대기업 노조 때문에 중소기업 노조의 임금이 감소한 것이라 강조합니다. 지난 2일, 정부는 노동시장의 임금과 이중구조 문제를 국가 재난 차원으로 다루겠다면서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대기업(300인 이상)과 중소기업(300인 미만)의 부가가치 가운데 영업 잉여 요소에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으로 같은 100만  원을 벌어도 중소기업은 인건비로 약 73만 원을 지불하고 10만 원을 남기는 데, 대기업은 43만 원 정도만 인건비로 지불하고 30만 원을 남겨 가져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비율상의 차이일 뿐, 절대적인 규모로는 훨씬 큰 금액의 차이가 발생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의 하청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하청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대기업이 하청 기업에게서 한 번 돈을 떼어가고, 하청 기업이 노동자들에게서 돈을 떼어갑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노조에 의한 이중착취가 아니라 불평등한 원하청 구조에 의한 이중 착취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최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자율 규제로 완화해 주는 등 차별 구조를 강화하면서 모든 책임을 노조에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3 채용 강요일까, 일자리 보장일까
 
a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장옥기 건설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일, 경찰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건설노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최근 건설노조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건설 현장에서 하청 업체 등에 노동조합원의 채용을 강요했다는 혐의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건설 현장 노동의 하청 구조와 불안정성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보통의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는 단체협상 등을 통해 인력 감축을 반대합니다. 그러나 건설 현장의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안전 관리 등 책임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정식 고용이 아닌 시공 때마다의 하청 계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하청 노동자들은 시공이 끝날 때마다 혹은 시공이 끝나기 전에도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상황입니다. 이에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는 조합원들을 위해 고용 교섭에 나서는 것입니다.

정부는 불안정한 하청 노동 구조를 개선할 생각은 않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조의 노력을 채용 강요로 낙인찍습니다. 더군다나 업체와 교섭 과정에서 노조 입장을 얘기하고, 의견 충돌 때 회사 입장을 정확히 예기해 달라고 한 부분을 위력 과시로 보는 것은 노조 혐오 프레임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4 노조가 돈을 뜯어간다?

건설노조의 고용 교섭과 함께 떠오른 것은 타임오프입니다. 노조법은 조합원 수에 비례해 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합니다. 비대칭적인 노사관계에서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설현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니 공사에 투입된 인력을 바탕으로 며칠 치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단체협약 체결의 관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금품갈취'로 보고 수사를 벌이는 것입니다. 

이 또한 건설 현장의 불안정성을 배제한 채 노조법에 명시된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부의 책임 방기일 뿐입니다.

실제로 위법행위를 저지른 사례가 있다면 이는 당연히 법에 의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를 마치 노조 전체의 행위로 인식하는 모양새입니다. 그와중에 정당한 행위를 위법행위인 것처럼 말해 '부패 프레임'을 씌우고 혐오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노조에 의해 다른 노동자들이 이중착취를 당한다'는 프레임까지 가동해 '갑'인 기업은 그대로 둔 채 '을'끼리의 다툼을 조장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현직 대통령으로선 7년 만에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가해 "정부와 기업이 이제 한 몸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자리에서 "노동개혁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스스로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들에겐 몽둥이를, 기업과는 축배를 드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현직 교사로 <참교육으로 여는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교육으로 여는 세상>은 역사의 진실과 정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미래 세대에 가르치기 위해 함께 배우고, 함께 실천하는 교사, 예비 교사,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노동 #교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