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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용인' 바람, 선풍기? 태풍? 확실한 3가지 기준

[이슈] 이준석계 후보 성적표에 따른 시나리오... 천하람 15%, 김기현 과반 저지 등이 관건

등록 2023.02.23 10:33수정 2023.02.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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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2023.2.12 ⓒ 연합뉴스

 
"천하람 '돌풍'이라는 표현도 써주시지만, 제가 봤을 때는 선풍기로 보면 한 2단에서 3단 넘어가는 정도 수준인 것 같다. 그런데 제가 결선을 가게 되면 이건 선풍기 수준이 아니고 태풍으로 바뀔 것이다." -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김종배의 시선집중' 23일 인터뷰 중에서

'천아용인', 이준석계의 바람은 선풍기가 될까, 태풍이 될까.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원하고 있는 천하람 당대표 후보,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1차 컷오프(경선 탈락)를 통과했다. 다른 주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윤심'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였다. 4명 후보의 전원 생존은 이준석계의 당내 존재감과 지분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됐다.

이것만으로도 1차 목표를 달성한 셈이지만, 이준석계는 바람을 타고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천하람 후보는 결선 진출 후 안철수 후보 지지층까지 흡수해 당권을 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이 모두 당선될 경우, 새로 출범하는 지도부의 과반을 이준석계로 채우는 셈이 된다.

그러나 이같은 '완승'을 기대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다. 상승세를 보이던 이준석계의 지지율은 여론조사 기관마다 널뛰면서 정확한 추세 확인이 어려워졌다. 3.8 전당대회를 2주 남겨놓은 시점, 천하람 후보를 위시한 '천아용인'의 바람은 돌풍으로 될지 미풍으로 끝나버릴지 분기점에 놓이게 됐다.

[당 대표] 천하람, 지분 확보 후 김기현 당선 저지만 해도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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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현재 우리 위치를 알고, 냉정하게 한 표씩 긁어모으는 전략을 해야 한다"라며 "천하람이라는 사람이 2주 전에 (지지율이) 5% 나오던 사람이다. 이 사람이 지금 10%에서 20%까지 가는 단계에서, 어떻게 빨리 가느냐가 유일한 고민 사항"이라고 이야기했다.

예비경선에서 살아남으며 돌풍의 시발점이 된 천하람 후보는 다수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치고 나왔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황교안 후보보다 앞서며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도 있다. 확실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2일 <뉴스핌>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9~20일 2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425명에게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로 적합한 인물을 물었을 때, 4명의 다자구도에서 천하람 후보는 11.7%를 기록했다. 오차범위(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4.8%p) 내에서 황 후보와 경합이기는 하지만 최하위권이다. 같은 기관의 일주일 전 여론조사와 비교해도 0.2%p 하락한 수치다.


원인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합동연설회에서 정책 위주의 이슈에 집중하고, 기존 보수정당의 지향점보다 전향적인 메시지를 많이 던지는 게 당 핵심 지지층에서는 큰 소구력을 보이지 못할 수도 있다. 김기현 후보의 울산 KTX역 관련 부동산 투기 의혹을 들고 나온 황교안 후보가 TV토론의 '신 스틸러'로 활약하면서 상대적으로 빛을 덜 보는 경향도 있다.

반면 <폴리뉴스>와 <경남연합일보> 공동의뢰로 '㈜피플네트웍스 리서치(PNR)'가 지난 21일~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천하람 후보가 약진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 자신이 책임당원이라고 응답한 층에 한정했을 때, 천하람 후보는 22.8%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김기현 후보 42.7%, 안철수 후보 17.9%, 황교안 후보 14.2%였다(오차범위 ±4.5%p).

이준석계의 성과가 반드시 천하람 후보의 당선에 달려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부족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준석계'의 돌풍 목표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김기현 후보의 과반 저지 ▲천하람 후보의 15% 이상 득표 ▲김용태·허은아 후보의 최고위원 당선이었다.

엄경영 소장은 "천하람 후보가 직접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결선 투표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면 이준석계의 사실상 승리"라며 "'어차피 당 대표는 김기현' 시나리오를 무산시키면 된다"라는 이야기다. "김기현 후보의 과반을 저지해서 결선 투표를 성사시키고, 15% 이상 20% 가까운 지분을 갖고 결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돕게 되면 당내에서 천하람 후보와 다른 후보들을 무시하기 어려워진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부진한 상황에서, 결선 구도는 사실상 3~4위권 후보들에게 달려 있다"라며 "천하람 후보가 10% 초반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설사 3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결선에서 영향력을 끼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15% 이상'을 제시했다.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천하람 후보 입장에서는 지금 선거의 성적표가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지금 앞으로 또 2주 남았는데, 천하람 후보는 2주 전 자신의 상황에서 한 달이 지난 다음에 뭐가 이제 달라졌느냐를 본인이 설명할 수 있으면 성공한 전당대회"라고 평가했다.

[최고위원] 김용태·허은아의 당선=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원천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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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최고위원 후보인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왼쪽부터),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맨 오른쪽)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의힘을 개혁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이준석계의 승리를 위한 퍼즐은 하나 더 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김용태·허은아 후보 모두 당선하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 최고위원은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해서 모두 5명이다. 친윤(윤석열 대통령)계는 이중 최소 네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최고위원들의 자진 사퇴로 사실상 지도부를 '셀프 와해'시켰다. 사법부로부터 제동이 걸리자, 당헌·당규를 개정해 아예 이를 명시적으로 제도화했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최고위원 4명이 스스로 물러날 경우, 지도부를 무력화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게 가능해졌다. 즉, 친윤계 최고위원 4명이 지도부에 입성한다면 용산이 내킬 때 언제든 여당 지도부를 전복·교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국회의원 총선거 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그러나 김용태·허은아 후보가 최고위원에 선출된다면 이 시나리오가 불가능해진다. 두 후보 모두 당선권인 4위 안에 안정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여론조사별로 들쑥날쑥한 양상이다.

둘 중 한 후보가 최고위원회에 입성하더라도 친윤계에 포위될 수 있다. 두 사람이 모두 들어가야 '저지선'을 확보할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1인 2표제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그런(두 후보가 모두 당선되는) 경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자신했다.
 

용산이 전적으로 신뢰할만한 최고위원 후보가 부족해진 점은 친윤계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앞서 1차 예비경선에서 '진짜 친윤'이라 할 수 있는 박성중·이만희·이용 의원이 탈락했다. 김재원·김병민 두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 후보들은 '진윤'이라 부르기에 다소 애매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조수진 후보의 경우, 최근 발언 성향이 강한 친윤인 것과 별개로, 나경원 전 국회의원을 향한 초선 의원들의 '연판장' 성명서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점에서 물음표가 찍혀 있다. 이른바 '멀윤(멀어진 윤석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민영삼 후보는 그러나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을 거친 인물로 '당성'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밖에 정미경 후보 또한 최근 언행의 경향성과 달리, 한때 이준석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한 바 있다. '비상 상황'에서 이들이 용산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할지 확신이 없는 것이다.

청년 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장예찬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무난히 청년 최고위원에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장예찬 후보를 이기인 후보가 추격하며 이 예상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최고위원 후보자 TV토론회에서 이기인 후보가 선전해 균열을 만든다면, 후발 주자로 선거판에 뛰어든 이준석계 후보가 친윤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형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친윤계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안철수-천하람의 느슨한 연대? "개혁 보수의 지분 확인만으로도 성과"

MBN 주관 2차 토론회가 끝난 직후, 언론사 카메라에 천하람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 덕담을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안철수 후보는 "이제 한 팀이 됐다"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후 '이태원 방문'을 천 후보 측이 먼저 제안하고, 안 후보에게 부정적이었던 이 전 대표까지 안 후보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서기도 했다. 비록 안철수 후보 측의 거절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처럼 양측의 느슨한 연대가 점차 가시화되는 이유는 하나다.

물론, 천하람 후보 본인은 이날 KBC라디오 '백운기의 시사1번지'와의 인터뷰에서 "딱 부러지게 말하면 천하람·안철수 연대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본인이 결선에 갈 경우 서로의 지지층을 끌어안을 생각을 갖고 있다. 김기현 후보를 위시한 '친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천하람 후보가 결선에 가고, 김용태·허은아 두 후보 중 한 명만 최고위원회에 입성하더라도 이준석계가 선전한 셈"이라며 "용산이 그토록 밀어줬던 김기현 후보가 상처 끝에 당 대표가 되고, 억지로 밀어내려 했던 이준석계가 최고위원을 달게 되는 것만으로도, 개혁 보수의 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총선용 얼굴들로 꾸린 비대위로 당 지도부를 교체할 생각을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개혁 보수를 자칭하는 당원의 구성이 상당하다는 점이 드러나면, 이 시나리오를 추진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라고 짚었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는 각 여론조사업체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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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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