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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발언, 법원은 판결로 이미 반박했다

노란봉투법이 위헌? 서울행정법원 CJ대한통운 판결 "원청 사용자 범위 확대, 합헌적 해석"

등록 2023.02.23 07:13수정 2023.02.2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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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선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소 및 가압류를 제한하는 취지를 담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의결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 유성호

 
"헌법과 민법 원칙에 위배되고..."

지난 2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노란봉투법을 두고 한 말이다. 이튿날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주도로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되자, 정부와 재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전망도 나온다.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나서는 일에 '불법' 딱지 떼어내어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란봉투법이 정말 헌법과 민법을 위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까.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이 대법원 판결문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 달 전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위헌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원청-하청노조 관계에서의 사용자 범위 확대를 "합헌적 법률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12년 전 대법원 판결에서 시작됐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2조·3조 개정안을 이르는 말이다.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 규정을 두고 명시·묵시적인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에만 노조가 사용자를 상대로 합법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사내하청 형태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많이 활용한 기업들은 사내하청 노조를 직접 상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기업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으므로, 이들이 꾸린 노조가 원청 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도, 쟁의행위를 할 수 없었다. 만약 쟁의행위에 나선다면, '불법' 딱지가 붙었다. 이어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받았다.

사내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벌이는 일이 '합법'이 된다면, 더 이상 손해배상 청구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이러한 가능성을 내포한 대법원 판결(2007두8881)이 나왔다.

당시 원청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조 탄압에 나섰는데, 현대중공업이 부당노동행위 금지 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이를 긍정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

단체교섭·쟁의행위 등 노동3권이 쟁점이 된 사건은 아니었지만, 대법원은 처음으로 원청 기업이 하청 노조의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을 징검다리 삼아 향후 노동3권 측면에서 원청 기업으로 사용자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표현은 노란봉투법에 그대로 반영됐다.

서울행정법원 "사용자 범위 확대, 합헌적 해석"

그로부터 12년 뒤인 지난 1월 노동3권 측면에서도 원청 기업 CJ대한통운이 하청 노조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제12부·재판장 정용석)는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는데, '노란봉투법이 파업을 조장하는 위헌·위법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결을 제시하면서, 원청 기업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내하청 구조 탓에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 근로자는 원청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어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유명무실해지거나 형해화되어 헌법이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써 보장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관계를 맺은 경우에만 사용자로 인정하는 해석이 오히려 위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 근로자의 근로3권 보장 범위나 제한의 정도가 원청 사업주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과잉금지원칙에 비추어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법률유보원칙, 과잉금지원칙 등의 기본권 제한의 헌법상 원칙들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원청 기업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합헌적 법률해석이라고 못 막았다.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에는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권한을 갖는 사업주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앞서 본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부합하고, 근로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며, 법률유보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합헌적 법률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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