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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이 정복자 캉을 '앤트맨3'에 등장시킨 이유

[리뷰]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23.02.23 10:13최종업데이트23.02.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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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리의 삶은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 일생에 한 번의 선택이 그 이후의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아주 어린 시절엔 그야말로 무수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화가가 될 수도 있고,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작은 선택들을 해나가면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어나간다. 아주 우연히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나'라는 존재가 가지는 가능성은 '나'의 모습을 규정짓게 하는 일종의 길이다.

그렇게 가능성의 길을 뚫고 현재의 내가 탄생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현재의 내 모습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따라온다. 미래의 내 모습을 결정할 다양한 가능성은 결국에는 우리가 할 작은 선택에서 나온다. 그런 가능성들을 영상으로 옮겨 보여줬던 <에브리웨어 에브리씽 올 앳 원스>는 다양한 멀티버스에서 존재할 수 있는 한 인물의 여러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모든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건 현재의 '나'라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다.

페이즈 5를 시작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5를 여는 영화다. 앤트맨인 스캇 랭(폴 러드)의 평범한 삶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영화는 스캇과 그 주변인물들이 바라보는 다양한 가능성을 어떤 태도로 보는지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스캇은 평범함에 익숙하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어벤저스 멤버라는 자부심도 있지만 그 때문에 딸에게 잠시나마 자신이 없다는 상실감을 느끼게 했던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스캇은 영웅 역할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어쩌면 스캇은 평범한 삶을 선택하면서 '위험'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려고 애썼는지 모르다. 타노스로 인한 블립으로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이 죽을 뻔한 상황을 경험하고 나서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스캇의 선택은 심심한 삶일지라도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하지만 그의 딸 캐시(캐서린 뉴튼)는 그 위험한 가능성을 피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아빠보다 좀 더 호기심이 많고 과학적 연구를 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건 1대 앤트맨인 행크(마이클 더글러스)의 영향이 컸다. 두 사람은 다른 가족 몰래 양자 영역 세계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그로 인해 스캇과 캐시, 행크를 비롯한 재닛(미셸 파이퍼), 호프(에반젤린 릴리)까지 양자영역으로 빨려 들어간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과거 앤트맨 시리즈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빌런인 정복자 캉(조나단 메이어스)을 등장시켜 좀 더 심각한 분위기로 끌어나가려고 한다. 정복자 캉은 2022년에 선보였던 디즈니+의 시리즈 <로키>에 등장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빌런으로 등장한 건 이번 영화부터다. 처음엔 선한 얼굴을 보여주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악한 이미지가 드러난다.

앤트맨과 정복자 캉이 가능성을 대하는 다른 태도

정복자 캉은 멀티버스라는 다양한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는 사람이다. 다양한 우주와 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그는 돌아다니면서 시간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모든 인물을 비롯해 그 우주 자체를 파괴하려 애쓴다. 그러니까 그에게 보이는 다양한 가능성을 억지로 줄이려는 캐릭터로 보인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배타적으로 접근하는 인물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스캇은 정확히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영화의 후반부 스캇이 어떤 물질의 코어에 접근하려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그 가능성들은 무한대로 많아지면서 어떤 가능성은 죽고 다른 가능성은 도망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능성들은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내 힘을 합쳐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를 돕는다. 스캇은 그 수많은 가능성을 두려워하거나 배타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최선의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렇게 가능성에 대한 다른 태도는 마블이 왜 정복자 캉을 영화 <앤트맨> 시리즈에 처음으로 등장시켰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사실 앞으로 정복자 캉은 많은 마블 영화에 등장하게 될 최종 빌런이다. 그가 가진 멀티버스에 대한 태도와 그가 악행을 벌이는 이유를 잘 설명하기 위해 스캇과 그 가족을 대척점에 세웠다. 그렇게 다양성에 대한 두 캐릭터의 대비는 정복자 캉이 어떤 인물인지를 뚜렷하게 만든다.

이런 대척점을 만들면서 포기한 건, 빌런으로서 가진 위압감이나 카리스마다. 그래서 몇몇 장면에서는 정복자 캉이 엄청난 힘을 가진 것 같이 묘사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힘이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휘되면서 그 카리스마가 휘발되어 버린다. 인물의 태도와 성향에 대한 것을 뚜렷하게 하고 그가 가진 힘이나 능력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그의 빌런으로서의 위압감은 다른 마블 시리즈의 빌런에 비해서 떨어져 보인다.

빌런의 위압감 대신 선택한 새 이야기의 발판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앤트맨>1편과 2편을 연출했던 페이튼 리드 감독이 계속 연출을 맡았다. 그래서 양자 세계의 아기자기한 이미지나 스캇이나 그 가족들이 가진 캐릭터들의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필요할 때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앤트맨 스캇의 활약과 1대 앤트맨 행크의 활약도 돋보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바로 미셸 파이퍼가 맡은 재닛이다. 양자 세계에 이미 갇혔던 경험이 있는 재닛은 이번 영화에서 꽤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며,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미셸 파이퍼가 보여주는 매력이 무척 뛰어나다.  

이번 영화는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마블 시리즈는 이제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멀티버스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이전 페이즈에서도 멀티버스를 활용한 이야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 멀티버스가 탄생시킨 빌런 정복자 캉은 이제 막 등장한 셈이다. 향후 이어질 마블 영화들이 이 무수한 가능성들을 어떤 태도로 보고, 어떤 식으로 이용하는지가 마블 팬들이 중점적으로 봐야 할 관전포인트다. 어쨌든 기존 마블 팬이라면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를 챙겨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직은 무너지지 않고 있는 마블이 조금 더 좋은 이야기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앤트맨 마블 정복자 캉 가능성 멀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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