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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화서 최초 발견된 작은 태극기, 간절했던 "대한독립"

남원 선원사 명부전의 탱화 '지장시왕도'에 태극기 확인돼

등록 2023.02.23 13:23수정 2023.02.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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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선원사 명부전 후불탱화 ⓒ 대한불교조계종


올해로 104년을 맞이하는 삼일절에 앞서 지난 21일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사로부터 뜻깊은 소식이 전해져왔다. 전라북도 남원에 위치한 선원사 명부전의 탱화 '지장시왕도'에서 태극기가 확인되었다는 것이었다.

지장시왕도는 지옥에서 고통을 겪는 중생을 극락으로 안내하는 지장보살과 지옥의 심판관인 시왕(十王)을 그린 불화를 말한다. 시왕(十王)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염라대왕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진광왕(秦廣王), 초강왕(初江王), 송제왕(宋帝王), 오관왕(五官王), 변성왕(變成王), 태산왕(泰山王), 평등왕(平等王), 도시왕(都市王), 전륜왕(轉輪王)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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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모에 그려진 태극기 숨겨서라도 간절히 비는 마음 대한독립 ⓒ 대한불교조계종


국내에서 태극기 연구가로 알려진 송명호(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전문위원) 전 위원은 21일 열린 '지장시왕도'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한 '지장시왕도'에 태극문양은 확인 한 적이 있으나 불화에서 태극문양과 4개의 괘가 모두 그려진 태극기 그림이 발견된 것은 최초로 보인다"며 "태극기가 그려진 곳은 변성대왕으로 추정되는 이의 관모 위로 태극문양을 청색이 아닌 옅은 뇌록색으로 그린 것도 눈에 잘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이 '지장시왕도'가 그려진 때는 탱화의 하단에 적어 놓은 그림에 대한 기록인 화기를 통해 알 수 있는데, 1917년(다이쇼 6년)으로 형식적으로는 포교의 보호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구속하고 통제하던 무단통치의 시기였다. 이에 따라 1912년 일장기를 보급하고 기념일에는 일장기를 걸도록 하는 칙령 19호를 선포했고 1915년 조선총독부령 제83호 <포교규칙> 등이 공포되기도 했다. 

이번 '지장시왕도'에 그려진 태극기는 칼과 총이 드리운 엄혹한 시대에도 항일의 의지는 사그라들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탱화의 제작 과정을 주관한 진응스님의 흔적을 찾아 보도한 <불교신문>을 보면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조선의 불교를 일본 조동종에 병합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이를 막기 위해 광주 증심사에서 승려대회를 개최하고 이후 순천 송광사에서 임제종을 세우기로 결의하는 등 당시 조선의 불교를 지키고자 노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숨겨서라도 독립에 대한 간절함을 담아냈던 한 장의 후불탱화에서 총과 칼을 앞세워 대한제국을 없애려고 했던 일제에 맞서 이 땅의 역사와 정신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을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일제가 그렇게 일장기를 내걸며 지우려 했던 태극기가 사라지지 않고 이후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에서 독립의 염원이 담겨 펄럭였다. 나라를 지키고자 한 마음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음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덧붙이는 글 역사, 문화, 문화재, 박물관, 여행, 책, 영화에 관한 글을 씁니다. 지난해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이라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남원선원사 #지장시왕도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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