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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짜리 동전 던지기'로 마을이장을 뽑았다고?

전북 순창군, 이장 관련 조례·규칙에 선출 방식 규정 없어... "제도 개선 고민중"

등록 2023.02.23 16:50수정 2023.02.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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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500원. ⓒ flickr=YunHo LEE


전북 순창군 한 마을에서 동전 던지기로 이장을 선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분리된 이 마을에서는 지난해 연말 이장 후보 2명이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마을총회에서 500원 짜리 동전을 던져서 앞면 '학'이 나오면 ㉠후보가 선출되고, 뒷면 숫자 '500'이 나오면 ㉡후보가 선출되는 방식으로 이장 선거를 진행했다.

동전 던지기로 낙선한 ㉡후보의 주장을 요약하면, 분리되는 마을에는 이장 선거를 주관할 선거관리위원장이 없었기 때문에 마을총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 분리되기 전 마을에서 개발위원장을 역임했던 한 주민을 선관위원장으로 삼아 이장 선거를 진행했다.

이 선관위원장은 ㉠후보의 친형이었다. 선관위원장은 자신이 제안하는 대로 이장을 선출하자며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한 뒤 그 방법으로 동전 던지기를 제시했다. 50% 확률에서 공교롭게도 선관위원장의 동생인 ㉠후보가 선출됐다.

낙선한 이장, "사전에 동전 던지기 기획 의심"

낙선한 ㉡후보는 "당시에 투표를 하면 당선을 확신하지 못하던 ㉠후보 측이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오도록 사전에 기획하지 않았나 의심이 들었지만, 순식간에 분위기를 동전 던지기로 몰아갔다"면서 "무슨 복불복 게임도 아니고 이장을 동전 던지기로 뽑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낙선한 ㉡후보의 이의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전 던지기로 이장에 선출된 ㉠후보는 "마을주민 대다수인 11명이 참석한 주민총회에서 동전 던지기 선출 방식에 동의하고, 한 주민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와 제가 이장으로 결정됐다"면서 "상대 후보도 당시에는 동의했는데 이제 와서 문제제기를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마을총회에 참석했던 한 주민은 "개발위원장(선관위원장)이 동전 던지기를 제안해 이장을 선출했다"면서 "그때 어떤 주민도 동전 던지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동전 던지기는 주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이장, 마을총회에서 '추천'하면 읍·면장이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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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 리의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2021.11.30 규칙 제1251호)에 이장 추천·심사·임명 관련 내용이 규정돼 있다. 선출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 최육상

 
현재 순창군에서 이장 임명 등과 관련된 사항은 '순창군 리의 하부조직 운영에 관한 조례'와 '순창군 리의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에 각각 정해져 있다. '조례'는 "제4조(이장의 임명) 이장의 임명에 관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칙'에는 "제4조(이장의 추천) ①개발위원회 위원장은 마을총회에서 선출된 자를 읍면장에게 추천한다", "제5조(심사) 개발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추천이 있을 경우 읍·면장은 자격요건 등을 심사하여 선정한다", "제6조(임명) ①읍·면장은 제4조에 의하여 선정된 자를 이장으로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순창군의 이장 관련 조례·규칙에는 복수의 이장 후보가 경선할 때 마을총회에서 '다수결 투표'를 해야 한다는 등의 이장 선출 방식이 명시돼 있지 않다. 동전 던지기나 가위바위보로 이장을 선출해도 이를 제재하거나 막을 마땅한 규정이 없는 것이다.

또한, 개발위원장이 마을총회에서 선출된 자를 읍면장에게 추천하면 읍면장이 심사해 이장을 임명하도록 돼 있는 구조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장선거를 경선할 경우, 마을총회에서 선출된 1, 2위 이장 후보를 추천해도 이장의 최종 임명권은 읍·면장에게 있기 때문에, 읍·면장이 1위 후보가 아닌 2위 후보를 임명할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한다.

실제로 십수 년 전에 이장 선거에 출마했던 한 주민은 "그 때 마을총회를 열어 이장 선거에서 제가 다수결투표로 1위를 차지해 1, 2위 후보를 면사무소에 추천했는데, 면장이 2위 후보를 이장으로 임명해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면서 "면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마을총회를 다시 열어 제가 결국 이장에 임명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총회에서 선출하면 그걸로 이장 임명이 돼야 하는데, 아직도 사문화된 규정을 근거로 이장이 경쟁할 경우 복수의 이장 후보를 추천하면 읍·면장이 임명할 수 있는 여지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 선출 방법과 임명 기준 제도 개선"

한 전직 면장은 "이장 후보가 2명 이상인 경우에는 주민총회에서 무기명 투표 등 다수결로 1, 2위 후보를 선출해 읍·면장에게 추천하면 통상 1위 후보가 이장에 임명된다"면서 "이장 선출 방식이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다수결로 표결하는 게 상식인데, 동전 던지기로 이장을 뽑았다니 정말 동네 창피한 이야기로 이건 재투표를 해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정숙 순창군의원은 "순창군 조례와 규칙에 이장 선출 방법과 임명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면서 "마을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이장을 맡는 등 이장과 관련된 몇몇 제보가 있어서 제도 개선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전 던지기로 선출된 이장은 "이장 관련 조례와 규칙에 다수결이나 무기명 투표 등의 내용을 규정하는 데에는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올해 전북 순창군 11개 읍·면에는 마을이장 317명이 있다.
덧붙이는 글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2월 22일자에 실린 기사를 수정, 보완했습니다.
#마을이장 #순창군 #전북 순창 #이장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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