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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논란에 입 닫은 김건희... 숙명여대의 판단을 기대한다

[김건희 논문 사태의 과제들 ②] 숙대 연구진실성위의 바른 판단으로 연구윤리 회복되길

등록 2023.03.01 11:12수정 2023.03.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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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논문 사태의 과제들' 1편(링크)에서 이어집니다.

'김건희씨가 가담한 것 아닌가'라고 의심을 받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심 판결이 났다(관련 기사: 도이치 주가조작 권오수 1심 유죄... 일부 관련자 면소 및 무죄). 연루 의혹을 받는 김건희씨는 이번 재판에 소환조사도 없이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판결문의 공개와 대통령실 해명, 이전 녹취록 공개 등이 맞물리며 김건희씨를 둘러싼 뒷말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김씨에 대한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잠깐 숨을 고르고 있으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시비도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국민대 테크노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은 국민검증단의 노력으로 높은 표절 가능성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국민대 측의 '직무유기성 판정'으로 인해 학위 취소까지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박사학위 취득의 전제 조건인 석사학위를 위해, 김건희씨가 과거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 제출했던 석사학위 논문 역시 강력한 표절 의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논문에 대한 숙명여대 측 당국의 판단이 3월 중순께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허위경력은 사과하면서... 논문표절 논란, 왜 사과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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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6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2년 전인 2021년 12월 26일, 당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검정색 정장을 차려입은 김건희씨는 당시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라며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사과를 했다(관련 기사: 김건희 "잘 보이려 경력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 있었다" https://omn.kr/1wkdj ).

후에 경찰이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려 처벌은 면했으나, 김건희씨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서 허위경력 의혹은 공식적으로 사실로 굳어졌다. 당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예상 밖 기자회견은 '김건희 리스크'의 하나였던 허위경력 논란을 빠르게 가라앉혔다.

위 사과를 보며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렇다면 논문의 표절 논란은 리스크 관리에서 빠져 있는가? 이는 2021년 7월에 처음 제기되어 무려 2년 가까이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왔다. 본인을 넘어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득표율을 깎아 먹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가까스로 당선된 후에도 계속 윤석열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런데도 왜 김건희씨는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는 것일까?


김건희씨를 비난하는 이들 중 일부는 김건희씨가 큰 노력도 없이 편법과 불법만으로 현재의 지위와 부를 얻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공개된 그녀의 이력 중 20세 이후의 것들을 보면 꼭 그것만으로 개인 연대기를 채워 온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1996년 회화(서양화) 전공 학사 졸업 후에 다닌 대학원만 해도 숙명여대 일반대학원, 국민대 전문대학원, 고려대 언론대학원,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등이 있다. 여기에 몇 개 대학의 최고지도자 또는 경영자 과정까지 다녔다.

이러한 학력과 학위를 바탕으로 직업으로는 고등학교와 여러 대학의 강사를 거쳐 또 몇 개 대학의 겸임교수를 맡기도 한다. 2008년부터는 전시, 기획에 강점을 가진 문화예술 콘텐츠 기업 '코바나컨텐츠'를 이끌어왔다. 20대 초부터 현재까지 학업, 경력, 따낸 자격증서와 사업의 맥락이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얘기다.

표절 논란에 함구하는 김건희씨... 그가 원했던 것은

지위의 높은 정도나 부의 양 같은 걸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 목표 달성의 가장 강력한 힘은 욕망일 것이다. 20대 이후의 김건희씨를 이렇게 부지런하게 만든 내적 동력은, 아마도 과정의 정당성 정도는 가볍게 여긴 욕망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만약 이러한 내 추측이 맞다면, 김건희씨는 아마 허위경력과는 달리 학위논문에 대해서만큼은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에서 박사학위가 갖는 의미는, 허위경력 정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씨는 미술전공을 했고 그 분야의 학업 연장을 통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얻었다. 사업적으로도 전공과 밀접한 코바나컨텐츠라는 회사를 나름대로 잘 운영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학위를 통한 '전문성'이 중요한 바탕이 된다. 즉 '코바나컨텐츠의 김건희'가 해당 사업을 성공시킨 것은, 돈과 운 때문만이 아니라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의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흐름이어야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없어도 되는 몇개 경력과는 달리, 현재 쌓인 모든 경력의 근본이 되며 사업하는 데 있어서도 신뢰감의 원천이 되는 박사학위를 그는 아마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3월, 이제 숙명여대의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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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1일, 임홍재 국민대 총장(뒷줄 왼쪽)과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뒷줄 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 남소연

 
그러나 아무리 학위를 지키고 싶다고 해도, 드러나는 증거들 앞에서 계속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에 이어 숙명여대의 석사학위 논문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에 대한 검증 결과도 곧 나올 예정이다. 숙명여대가 지난해 12월부터 김건희씨의 석사논문에 대해 본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조사는 90일 이내 완료'라는 규정이 추가 연장 없이 지켜진다면, 3월 중순께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숙명여대 교수협의회는 국민대 교수회와 달리 사태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2022년 9월 입장문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표절이 양심과 윤리의 위배라는 통상적인 개념이 존재하는 한 시기를 이유로 표절 검증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예비조사 후 본 조사를 진행하지 않던 학교 측을 적극 압박했다. 여기에 숙명여대 민주동문회가 '자체 검증 결과 표절률 48.1%'이라는 수치를 발표하는 등의 행동에 나섰고, 재학생들이 서명운동으로 힘을 보태어 마침내 본 조사를 이끌어 냈다.

국민대 연구윤리위가 연구윤리의 역사에 그어 놓은 흉터가 사람들 뇌리에서 망각되고, 새 살로 덮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숙명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는 이번 검증이라면, 국민대의 결론 탓에 훼손된 연구윤리가 복원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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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8일 당시 국민대가 표절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서울 성북구 국민대에서 국민대 민주동문회, 국민대 동문 비대위, 숙명여대 민주동우회 회원들이 규탄 시위를 벌이던 모습. ⓒ 권우성

 
숙명여대 본조사위원회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학교 당국과 권력은 물론 시민사회의 기대조차도 무시하고, 오로지 논문 그 자체만을 보고 판단하면 된다. 누구의 편도 아닌 양심의 편이 돼 지식인의 역할이 아직 건재함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다만 국민대처럼 판정의 근거를 다 숨겨서 오해는 받지 마시고, 판정의 근거와 설명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당성을 얻을 것이라는 당부의 말씀을 남긴다.

애초에 김건희씨 논문의 논란은 김건희 개인과 국민대의 명예, 숙명여대의 명예 같은 어찌보면 사소한 이해관계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사회의 신뢰와 양심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되었다고 본다. 김건희씨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숙대 측의 판단이 나올 3월 중순 즈음, 우리는 '연구윤리로 대표되는 사회의 양심이 아직 아주 바닥에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희망을 품어볼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준홍씨는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김건희논문 #국민대 #연구윤리 #김건희숙대논문 #논문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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