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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여기서 왜?" 심판위원장의 말에 항의했다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사회를 위하여

23.02.27 14:11최종업데이트23.02.2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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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 리그전 게이트볼경기 진행 현장 ⓒ 김최환

 
얼마 전에 우리 지역에서는 생활체육 게이트볼 리그전이 있었다. 총 23개 동네 동호인 팀이 참가하여 8팀씩 4개 조로 편성하고 각각 1개 조마다 A파트와 B파트로 나누고(한 파트에 4개 팀씩 배정) 격주마다 조별 리그전을 갖는다. 그리고 각 조에서 1위 팀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여 지역 대표팀 선발대회를 치루고 최종 우승팀과 우승팀이 자기 지역을 대표하여 도민 체전 왕중왕전에 출전하게 된다. 따라서 각 조에서 진행되는 게이트볼 리그전은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경기로 모든 팀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출전하고 팀마다 선수(경기자) 선발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참고로 도민체전 왕중왕전 대회는 게이트볼, 축구, 볼링 등 총 10개 스포츠 종목에서 동호인 리그전을 통해 지역대표팀을 선발하여 도민 체전에 출전하고 왕중왕전을 통해 도 지역에서 최강팀을 뽑는 지방에서는 제일 큰 스포츠 축제로 매년 열리고 있다. 왕중왕전에 지역 대표 팀으로 선발하기 위한 마지막 조별 게이트볼 리그전에 동호인 팀 4개 팀이 참가하여 경기를 진행했다.

게이트볼은 두 팀이 홍공팀과 백공팀으로 나누고 한 팀에 5명의 경기자(선수)가 각각 번호가 새겨진 자구(자신의 볼)를 가지고 심판의 타순 선고(홍팀-1,3,5,7,9/백팀-2,4,6,8,10)에 따라 한 사람씩 경기장에 들어가 1게이트(1득점), 2게이트(1득점), 3게이트(1득점)를 순차적으로 통과하고 골폴(2득점)에 터치하면 완료(개인경기 끝)되어 총 5점을 얻게 되고, 동시에 한 팀 5명의 경기자(선수)가 원팀으로 경기하는 단체전(총 득점 25점)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경기자(선수) 개인의 경기력과 소통하는 팀플레이가 매우 중요한 경기이다.

한 게임에서 30분간 10명의 경기자가 순번대로 경기하면서 팀별 득점이 높은 팀이 승리하는 스포츠 종목이다. 또한 게이트볼은 남녀노소,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모두가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스포츠의 한 종목이기도 하다.
 
기자는 이날 심판으로 참가하여 다른 심판과 둘이서 경기를 진행하였다. A팀의 1번 타자(선수)는 타순 통고(경기할 선수의 볼 번호를 주심이 부르는 것)를 받고도 2번씩이나 경기 중 퇴장에 해당하는 반칙을 범하였다.

한 번의 반칙으로 퇴장 당하더라도 다음 순번에서는 다시 경기자로 입장할 수 있다. 해당 타자의 반칙 조항은 10초 룰을 지키지 않은 것인데 게이트볼에서는 타순 통고를 받는 순간부터 10초 이내에 자기 볼을 타격하여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경기 세레머니 ⓒ 김최환

 
그런데 타자는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고 타임오버(주어진 시간을 넘김)의 반칙을 범한 것이다. 이러한 규칙은 장애인이나 연로한 선수에게는 조금은 불리하게 적용되는 사례들이 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심판은 통상 10초를 셀 때 10초가 지난 후에 8초부터, 9초, 10초, 반칙의 순서로 큰 소리로 누구나 다 듣도록 외치며 조금은 느슨하게 타격할 기회를 주면서 판정한다.
 
심판의 '반칙'이 선언되고 타자(선수)가 퇴장을 당하자 팀에서 항의가 빗발친다. "심판이 너무 깐깐하게 보네, 동네 운동하는 사람이고 더군다나 나이 드신 장애인인데 좀 봐주면 안 되나. 너무하네. 그러믄 못써", "심판이 못됐어" 등등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그런가 하면 심판은 심판대로 경기규칙에 따라 정당하고 공정하게 판정했고 판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어르신들에게 설명하느라 애를 먹는다.
 
그러자 심판위원장이 다시 중재에 나서서 "심판의 정당한 판정을 따르는 것이 스포츠 경기이고 더구나 게이트볼 리그전은 스포츠 대회이기 때문에 규칙을 따라야 한다"며 "규칙 적용을 판정하는 심판이 있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는 규칙대로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면 장애인대회에나 나가야지 여기서 왜 그래? 나이 많은 장애인임을 내세우며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것 같으면 나오지 말아야지요"라고 말했다. 해당 위원장은 장애인게이트볼대회나 리그전에도 심판으로 참가하여 경기를 진행했던 사람이다.
 
"장애인이면 장애인대회에나 나가야지 여기서 왜 그래?"
 
필자는 이 말을 듣고 경기가 끝나고 위원장에게 말했다. "어차피 동네 사람들이 하는 스포츠 대회인데 장애인들이나 스포츠 노약자들이 참가하여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경기규칙을 개정하거나 완화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안 되나요? 게이트볼 종목도 배리어프리 스포츠로 나아가야 할 것인데요."
 

게이트볼 세레머니 광경 ⓒ 김최환

 
앞서 말한 경기자(선수)는 고령으로 경증 지체장애인인데 평소에도 동네 구장에서 게이트볼 규칙 10초 룰을 지키기보다는 느긋하게 경기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장애인도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려면 규칙에 맞는 운동 습관을 갖는 것도 필요하고, 스포츠 대회 역시 때로는 포용성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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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장애인 언론 "에이블 뉴스 칼럼니스트" 모든 국민의 스포츠권을 보장하고 모든 국민은 스포츠및 신체활동에서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며 스포츠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된 스포츠 기본법에 의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하는 "배리어프리 스포츠"의 확산과 사회, 문화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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