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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에 살인자라니... 산으로 간 '일타 스캔들'

[TV 리뷰] tvN 토일 드라마 <일타 스캔들>

23.02.28 10:06최종업데이트23.02.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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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일타 스캔들> 스틸컷. ⓒ tvN

 
전쟁통에도 사랑은 한다고 사교육 전쟁터에서 1타 '로맨스'가 터졌다.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인 최치열(정경호 분)이 개인 과외까지 서슴없이 할 정도로 사랑에 빠졌으니 상대는 전 핸드볼 국가대표, 현 '국가대표' 반찬가게 사장이자 유부녀인 남행선(전도연 분)이다. 사교육계가 'NO 치열'을 외치며 유부녀를 넘본 괘씸한 놈이라고 욕할 때 남행선의 딸, 아니 조카인 남해이(노윤서 분)가 소리친다.

"그러니까, 이건 스캔들이 아니라 로맨스라고요!"

남행선이 자신의 친모가 아니라 버려진 조카를 키워준 이모라는 그의 고백에 드라마의 장르가 바뀌었다. 스캔들에서 로맨스로. 드디어 최치열과 남행선의 일타짜리 케미를 볼 줄 알았는데 드라마는 다시 장르를 틀었다. 로맨스는 어디 가고 스캔들만, 그것도 시험지 유출부터 살인까지 별별 스캔들이 다 터졌다.
 
'스캔들'만 남았다

tvN <일타스캔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스캔들이 있다. 그건 바로, 최치열의 제자인 정수현이 시험지 유출 사건에 휘말려 자살한 것. 최치열은 자신이 학원장에게 정수현이 다니던 학교 교무부장의 연락처를 넘긴 것이 사건의 발단임을 알고 사건이 한참 흐른 현재까지도 죄책감에 시달린다.
 

tvN <일타 스캔들> 화면 갈무리. ⓒ tvN

 
이 스캔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최치열 말고 한 명 더 있다. 그는 최치열을 열렬히 보필하는 실장 지동희(신재하 분)다. 자신의 누나가 생전에 유일하게 믿었던 어른인 최치열을 지켜주겠다는 마음으로 실장 자리까지 꿰찼다. 최치열을 향한 마음이 애틋함이면 좋았으련만. 오직 자신만이 최치열을 지킬 수 있다는 집착은 커져 드라마의 흐름까지 깨뜨리는 스캔들이 되었다.

최치열과 남행선이 막 사랑을 시작할 때, 그의 집착도 눈을 떴다. 그들의 볼링장 데이트에 끼어서 남행선을 유능한 이모라고 비꼬지를 않나, 그들의 요트 데이트에선 일부러 핸들을 꺾어 남행선을 다치게 한다. 심지어 쇠구슬로 남행선을 노리다 실패하자, 그의 조카인 남해이를 납치하고 교통사고를 자살사건으로 위장하기까지 한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갑자기 살인자의 등장이라니. 최치열의 성실한 실장에서 쇠구슬 살인자로 탈바꿈한 지동희의 캐릭터 변화가 이질적이다. 또한 주인공인 일타 강사 최치열과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보다 실장 지동희의 분량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최치열과 남행선이 사랑을 피워가는 모습이 아니라 지동희가 범죄를 공모하는 과정을 지켜만 봐야 한다.

<일타스캔들>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특유의 가벼움과 캐릭터끼리 티키타카 하는 유쾌한 흐름으로 사랑받았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로맨스를 치우고 범죄자 지동희만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의 조카를 납치하는 지나친 수위에 이젠 드라마상에서 지동희가 경찰에 잡혀가거나 느닷없이 반성한다 해도 시청자의 찜찜한 마음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포카리 같은 학원물 아니었나요?
 

<일타스캔들> 스틸컷 ⓒ 이진민

 
<일타스캔들>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일타 강사만이 아니다. 남해이를 두고 경쟁하는 이선재, 서건후의 삼각관계는 그 나이 때에만 가능한 청량한 학원물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시험지 유출'이 끼어들자 톡 쏘는 사랑은 날아가고 갈등만 남았다.

이선재의 어머니가 학교 교무부장과 공모하여 유출한 시험지를 이선재만이 아닌 남해이까지 함께 보았던 것이다. 결국 남해이는 죄책감에 백지로 시험지를 제출하였고 이선재는 유출된 시험지 덕에 1등을 차지한다. 사실대로 밝히자는 남해이에 이선재는 자신의 엄마를 신고라도 하라는 거냐며 강하게 몰아붙인다.

그러다 남해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일부러 차에 뛰어든 거란 경찰관의 말에 이선재는 사실대로 밝히지 못한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옥상으로 올라가 자살을 시도하려다 실패한다. 불과 몇 화 전까지 버스에서 이어폰을 나눠 끼며 청춘을 즐기던 그들이 갑자기 '시험지 유출'이란 범죄에 휘말려 서로를 몰아세우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일타스캔들> 화면 갈무리 ⓒ tvN

 
여주인공은 혼수상태이고 남주인공은 자살을 시도하는 드라마의 장르가 로맨스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게다가 남해이와 이선재는 원치 않았음에도 어른들의 공모로 시험지 유출 범죄에 엮였다.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남은 2화 안에 되살아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도 나는, 좋아한다 이 드라마를
 

<일타스캔들> 스틸컷 ⓒ tvN

 
이제 2화밖에 남지 않았지만, <일타 스캔들>이 수습해야 할 스캔들은 너무나 많다. 쇠구슬 살인범 지동희부터 이선재와 남해이의 '시험지 유출', 그리고 14화 엔딩에 갑자기 나타난 남해이의 친모까지. 이런 스캔들만 수습하려고 최치열이 '불륜남' 누명까지 쓴 건 아닐 텐데 어찌 그들의 사랑에는 장애물이 많다.

시청자들이 로맨틱 코미디를 사랑하는 건 아무리 역경이 많고 일이 꼬여도, 결국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고 해피엔딩을 맞이할 거란 장르적 확신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이 드라마의 엔딩을.

수학 문제보다도 더 어려운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최치열과 남행선이 찾을 사랑의 답을. 부디 <일타스캔들>이 마주한 문제들이 풀기 까다로운 킬러 문항일지라도, 우리에겐 알차게 설명해 줄 일타 로맨스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일타스캔들 TVN 전도연 정경호 최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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