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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월 매출 3천인데, 남는 게 없습니다

[위기의 자영업] 연이어 터진 '떡볶이 위약금' 분쟁... 프랜차이즈 기업의 이익 집착

등록 2023.03.03 17:52수정 2023.03.0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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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집에 날아온 4천만 원 위약금… 떡볶이는 소송 중>(2023.02.11, SBS Biz)

몇 주 전 올라온 이 기사는 모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적자 운영에 지쳐 본사에 가맹계약 해지를 요청하자 본사가 계약 기간 미준수를 이유로 그 가맹점주들에 4천만 원의 위약금을 내고 나가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에 눈이 갔던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프랜차이즈 분쟁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업종도 떡볶이로 같았다.

"아~ 그 기사 속 브랜드는 우리 브랜드가 아닙니다. 거기는 **** 떡볶이에요. 우리도 위약금 때문에 싸우고 있지만, 위약금이 4천만 원이라니 정말 너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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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참 잘하는 집, 떡참' 홈페이지 ⓒ 떡참

 
이 분쟁의 당사자이며 해당 점주 단체의 공동대표로 본사의 부당행위에 대응 중인 사장 A씨는 이렇게 기사 속 브랜드가 자신들과 관계없음을 밝혔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A씨가 가맹한 떡볶이 브랜드 분쟁도 기사화되었다.

<가맹비 면제로 큰 '떡참', 경영난 폐점한다니 "1900만원 내라">(한겨레, 23.02.20)

'떡볶이 참 잘하는 집', 일명 '떡참'으로 불리는 이 브랜드는 가맹희망자가 가맹할 때 통상 본사에 지급하는 가맹비, 교육비, 로열티 등 6가지 비용을 받지 않는다며 '6무' 창업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여전히 후진적인 K 프랜차이즈


이 분쟁의 핵심 또한 글 서두에 언급한 사례와 같이 위약금이다. 심지어 분쟁에 이르는 과정도 같았다. 저매출로 적자를 버티지 못한 '떡참' 점주들이 장사를 그만두겠다고 본사에 통보했다. 이때만 해도 점주들은 당연히 계약해지 절차를 밟을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본사가 중도에 영업을 포기했으니 '위약금'을 내라고 한 것이다. 점주들은 어리둥절했다. 동일 업종의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폐업을 선택한 점주들 경우 그에 따른 비용 손실은 오로지 본인들 몫이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해 준 떡참 점주 A씨가 들려준 이야기는 가맹사업 현장에서 수많은 갑질 사례에 익숙한 필자에게도 새롭게 다가왔다. 

"제 가게 매출은 월 3000여만 원으로 '떡참' 내에서 꽤 상위권입니다. 그런데 이게 돈을 벌 수 없는 수익 구조더라고요. 매출이 안 나와도 잘 나와도 버는 게 별로 없어요. 기본 메뉴인 9800원 떡볶이를 우리 점주들이 포장재까지 다 포함해서 계산해 보니 메뉴 원가율이 40%였어요. 문제는 이번에 리뉴얼한 3500원 메뉴는 원가가 50%나 됩니다."

점주 A씨는 본사에 정확한 원가 분석 자료를 달라고 했지만, 본사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알려주지 않아 점주들이 스스로 원가를 계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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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가게 경영 분석자료, 원가를 개선하고 고용을 축소하여 매출이 줄어도 수익을 높였다. ⓒ 권성훈

     
위 원가 분석 사진은 3년 전 필자가 컨설팅을 위해 분석한 어느 떡볶이점 자료다. 이 자료만 봐도 요즘 영업 환경(배달앱과 같은 각종 수수료, 높은 임대료, 고임금 등)에서 메뉴의 원가가 판매가의 40%에 이르면 월 삼천여만 원에 가까운 좋은 매출을 올려도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메뉴의 원가율이 높으면 손익분기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점주들은 매출이 올라 직원을 고용한 뒤에 오히려 수익이 줄어드는 현상에 당황해한다. 결국, 상당수 점주는 일당백 근무로 고용 인원을 최소화하는 고육책을 선택한다. 그런데 가혹하게도 인원을 줄이면 매출도 줄어든다. 사장이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매출을 위해 고용을 늘리면 이익이 줄고 고용을 줄이면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결국 점주는 시쳇말로 '멘붕'에 빠진다. 돌파구는 원가율 개선뿐이지만 프랜차이즈는 점주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 원가가 50%라면 웬만한 수준의 매출로는 수익 창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점주들은 급기야 가게에서 1인 자영업자로 홀로 분투하다 파김치가 되어 영업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현재 '떡참' 점주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상황일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점주도 필자도 알 수 있는 것을 본사가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매출 안 나오는 점주 중엔 월 매출이 200여만 원인 곳도 있습니다. 이건 누가 봐도 적자인 거죠. 그래서 폐점하겠다고 한 건데 위약금을 내라고 합니다. 더욱이 얼마 전, 본사가 리뉴얼을 단행하며 9800원 메뉴를 없애고 3500원짜리 메뉴로 바꿨죠. 9800원 메뉴를 팔아도 안 남는데 3500원은 도대체 몇 개를 팔아야 남는 건지..., 여기에 레시피가 바뀌었다고 새로운 원부자재를 300만 원어치 사라고 하더라고요.

유명 홍보성 예능 프로그램인 '네고왕'의 경우도 우리는 오히려 이미지만 나빠졌어요. 9800원짜리 떡볶이 하나에 7000원 순살 치킨을 무상으로 끼워 줬습니다. 본사가 지원한 건 겨우 순살 치킨 원가였어요. 우리가 불만을 표하니까 천원을 페이백 해줬고요.

저희 점주 상당수가 1인 매장입니다. 저처럼 직원이 있는 매장도 네고왕 이벤트 땐 제가 새벽부터 나와 종일 치킨만 튀겼어요. 1인 운영 매장들은 그 이벤트 때 문을 닫았습니다. 만들 수가 없으니까요. 본사가 가맹점의 노동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 손님과 점주 모두 불만인 이벤트가 되었죠. 이걸 본사가 점주들 책임으로 떠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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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수익 구조에 분노하며 폐점을 선택한 '떡참' 방배점주의 호소문이 가게에 걸려있다. ⓒ 떡참 점주협의회 제공

 
인터뷰 말미 점주 A씨는 분쟁의 핵심인 위약금과 관련하여 위약금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만, 본사로부터 이 부분에 유의하라는 사전 고지를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본사는 점주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 점주들의 일방적이고 거짓된 주장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겨레>와 인터뷰에서도 "사전 계약 체결 전 가맹점주 귀책 사유로 인한 위약금 발생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고지를 했다"라며 "리뉴얼은 강제성이 없는 자율적 결정에 맡기고 있고, 기존 매장과 이원화된 운영을 하고 있어 위법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실종된 상도

이렇게 최근 연이어 터진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위약금 분쟁은 사실 예견된 문제였다. 코로나19 재난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샵인샵(한 가게에서 여러 브랜드 메뉴 판매) 창업은 물론, '3무, 6무'와 같은 최소 비용 프랜차이즈 창업이 붐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손쉬운 조리와 폭넓은 소비층으로 접근성이 좋았던 떡볶이 업종이 특히 그랬다. 

영리가 목적인 기업이 3무니 6무니 하며 핵심 수익을 포기하겠다는 그 자체가 사실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기업이 가맹희망자들에게 선심을 베풀 듯 면제한 그 비용을 다른 곳에 전가하리란 예상은 억측이 아니라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바로 점주들로부터 원성의 대상이 된 높은 원가율과 위약금이 그 증거라고 본다.

특히 이 분쟁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는 저비용 창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절박한 사정을 기업이 이용한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분쟁은 우리 프랜차이즈 기업에 만연한 과도한 이윤 집착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점주 A씨의 아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우리 가맹점 중 그나마 매출 좋은 가맹점들은 경쟁이 치열한 일상 시간대를 피해 새벽 철야 장사를 스스로 선택한 점주들 가게입니다. 문제는 이게 인간적인 삶을 살 수가 없는 거죠. 그런데 본사는 이런 점주를 안쓰러워하기는커녕 계약서의 하루 12시간 영업시간 준수를 닦달하는 내용 증명을 보냈습니다. 너무 비인간적입니다."
#떡볶이 #떡참 #프랜차이즈 #위약금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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