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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여경 성희롱'으로 해임된 경찰관, 징계취소 소송 승소

해임→강등 감경 후 징계취소 소송도 제기... 법원 "법률상 성희롱 인정 어렵다"

등록 2023.02.27 18:24수정 2023.02.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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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경찰청 자료사진. ⓒ 권우성

 
"여자는 남자의 성노리개에 불과하다 알았늬. 그 이상 이하도 아니야. X년들이 인권외치고 있어. 조선시대에 태어났음 귓방망이 찜질을 해줬을 건데."
"(준강간) 여경이니깐 용인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여경 좋아함, 뒤탈이 없어요." (카카오톡 대화방 성희롱 발언 인용)


2년 전 서울경찰청 소속 남성 경찰관들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동료 여경들을 두고 성희롱 대화를 나눠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여경 단톡방 성희롱 사건'의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가 대거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가담자 3명은 각각 해임, 강등, 정직 등의 중징계를 받았으나 일부가 이의를 제기해 징계가 감경됐다. 특히 성희롱 가담 정도가 가장 심해 해임 징계를 받았던 경찰 이아무개씨도 이의 제기 절차를 거쳐 강등으로 징계가 완화됐고, 최근엔 징계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도 승소했다. 패소한 서울경찰청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오마이뉴스>가 이씨의 징계 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배석 위수현·이은경)는 지난해 10월 21일 "서울시경찰청의 징계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인정된다"며 징계 취소를 주장한 이씨 손을 들어줬다. 이씨 행위가 '법률상 성희롱'이라고 볼 수 없기에 성희롱을 사유로 한 서울청의 중징계는 부당하다는 요지다.

이씨를 포함한 남성 경찰관 4명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경을 성적으로 조롱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주고 받은 사실은 이들 중 1명이 준강간 사건으로 기소된 후 그의 휴대폰 포렌식 자료가 재판 증거로 확인되면서 발각됐다.

경찰 A씨는 2018년 10월 만취한 동료 여경을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준강간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9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준강간 사건이 일어나기 한 달 전, 이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여경에 술을 먹이고 준강간을 하라'는 취지의 성범죄 대화를 서로 장난스럽게 나눴다. 이씨는 이때 "여경이니까 (준강간이) 용인된다"거나 "그래서 내가 여경을 좋아한다. 뒤탈이 없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내놨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선 여경의 실명을 거론한 성적 조롱부터 "죄다 오크들" 같은 비하 섞인 품평, 노골적인 성희롱까지 스스럼없이 오고 갔다.

그러다 A씨 준강간 사건 피해자가 성희롱 대화 사실을 발견하면서 사건이 경찰청에 접수돼 2021년 5월 서울시경찰청이 조사에 착수했고 그해 6월 파면된 A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각각 해임, 강등, 정직 3개월 등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가해자 손 들어준 재판부... "직위 이용하거나 업무 관련된 성희롱 아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씨의 비위 행위가 국가인권위원회법 및 양성평등기본법상의 성희롱 요건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봤다.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의 성희롱 규정에 따르면 가해자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행위를 해야 하고, 그 행위도 상대에게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씨가 동료 여직원들을 성적 대상화하고 저속한 성적 표현의 대화를 한 건 맞으나, 해당 여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는 도중에 이뤄진 것으로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한 성희롱 행위라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징계는 이씨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뤄졌다"며 "그러나 이씨 행위는 성희롱이 아닌 '그 외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접 피해자를 상대로 한 게 아닌, 사적 영역에서 제한된 인원과의 대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에게 이런 내용이 전달될 것이 아니어서 일반적인 성희롱과 불법성을 같게 평가할 수 없다"고도 적었다.

나아가 재판부는 "비위 행위는 2018년 발생한 것으로 3년의 징계시효가 경과되기 불과 몇 개월 전 징계가 이뤄졌다"며 "이씨는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자녀도 출산해 새롭게 가정을 꾸렸고, 자기 잘못을 반성하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양성평등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소청심사위원회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11월 7일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동료 여경 성희롱 단톡방 #징계 취소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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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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