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검찰 기소와 선정적 편파보도는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윤미향 사태가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 ③

등록 2023.02.28 10:35수정 2023.02.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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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2020년 5월 '윤미향 사태' 당시 조중동 주류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가관이었다. 검찰이 흘려준 내용을 소설을 창작하듯 기사를 썼다. 윤미향 의원을 포함해 정의연(정대협) 활동가에게 기사 관련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특히 조선일보는 하루에만 수 차례 기사를 내보내며 '윤미향=악마'로 몰아갔다. 2020년 윤미향 사태 당시 조중동 신문이 보도한 기사 제목 일부를 살펴보자.

"[단독]이용수 할머니 "윤미향 양심 없다, 왜 위안부 팔아먹나"(중앙일보, 5/14 인터뷰 기사)
"[단독]위안부 피해자 5명에 장례비 750만원 지원했다는데… 故 곽예남씨 딸 "받은건 조의금 25만원뿐" 주장"(동아일보 5/15)
"[기자의 시각] 정의도 기억도 연대도 없었다 (조선일보 5/13)
김근식, '조국' 소환한 윤미향 직격…"뻔뻔한 그 길 제발 멈춰라" (조선일보 5/13)
위안부 피해 할머니 없는 '위안부 수요집회' (조선일보 5/14)
"윤미향, 기부자가 안 원해서 내역 못 밝힌다? 국민이 바보인가" (조선일보 5/14)
친문 공지영도 정의연 비판 "할머니들 잘 모시라고 낸 돈을…" (조선일보 5/14)
"할머니들 뒤에서 쌈짓돈 챙긴 것 아니라면 기부금 공개해야" (조선일보 5/14)
[김광일의 입] 윤미향 개인계좌 모금, 유용인가 횡령인가(조선일보 5/14)
[단독] 정의연 4년간 13억 국고보조금 중 8억 사라졌다(조선일보 5/15)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2004년 "정대협 모금 금지" 소송 냈다(조선일보 5/15)
[단독] 정의연 국고보조금, 文정부 들어 46배 늘어(조선일보 5/15)
위안부 쉼터, 윤미향이 즐기던 술상엔 일본과자들이...(조선일보 5/17)
위안부 피해 할머니 "TV 보고 쉼터 알아, 치가 떨렸다"(조선일보 5/18)


그러나 윤미향 의원은 전국을 돌면서 강연한 강사비 전액을 정대협에 모두 기부했다. 그게 자그마치 1억 원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윤미향 의원을 사기, 업무상 횡령을 비롯해 무려 14가지 혐의로 기소하면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그렇지만 1심 판결은 13가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는 2020년 5월을 전후해 윤미향 사태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 권력과 시장을 감시하던 여타 시민운동단체와 NGO들이 크게 위축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후원하는 회원수 감소로 곧바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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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동에 위치한 <참여연대> 전경 <참여연대>는 가장 많은 회원수를 보유한 한국 사회 최고의 NGO이다. 국가권력과 시장(자본) 권력을 동시에 감시하고 비판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한다. ⓒ 하성환

거대 공룡재벌 삼성을 감시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NGO 참여연대는 2020년 당시 회원수 1만5000명이던 것이 2023년엔 1만400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정의연(정대협)은 매달 1만 원씩 내는 정기 후원 회원이 고작 700명을 넘지 않는다. 참여연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상근자도 55명을 두고 일하는 참여연대와 달리 고작 8명 정도로 매우 힘들게 일한다.

한 마디로 극히 적은 활동비(보수)로 생활하며 집회 준비, 성명서, 회계처리, 강연, 토론회 등 모든 일본군 위안부 관련 활동을 도맡았다. 글자 그대로 정의연(정대협) 활동가들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희생이 아니고선 '30년 군 위안부 투쟁'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게 우리 사회의 민낯이자 역사의 진실이다.

북유럽은 고등학생들이 NGO 가입을 권유하고 독려한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북유럽 일반 시민들은 대부분 NGO에 가입돼 있다. 핀란드의 경우, 전체 국민은 500만 명인데 NGO 가입 회원수는 1500만 명이다. 국민 한 사람당 평균 3개 정도 시민단체에 가입돼 있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시민운동이 막 싹을 트던 30년 전이나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이나 여전히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3-4년 활동하고 나면 거의 소진돼가는 현실이 우리나라 NGO가 처한 아픈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 윤미향 사태 당시 검찰의 8차례에 걸친 일방적 압수 수색과 기소, 그리고 조중동 주류언론들이 보인 선정성 짙은 보도 태도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확인을 하지 않거나 당사자에게 묻지도 않은 채 추측성 보도를 남발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윤미향 의원이 기금을 빼돌려 자녀 유학비로 충당했다는 보도 기사가 대표적인 거짓 보도다. 그런가 하면 술집에서 하루에 3300만원을 지출했다는 편집 또한 최소한 당사자에게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았기에 다분히 악의적이다. 거짓 보도와 악마의 편집은 민주주의 최대의 적이다. 언론에 재갈을 물려 탄압하는 것도 민주주의 적이지만 거짓 보도와 편파보도를 일삼는 행태 또한 민주주의를 좀먹는 나쁜 짓이다.

그 이유를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첫째는 무리한 검찰수사와 언론의 불공정한 편파보도가 특정 정치세력의 비호하에 관행처럼 반복된다면 시민운동을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사기를 꺾을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시민운동에 관심을 끌게 하기보다 더욱 거리를 두게 만드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국가 권력과 시장(자본) 권력의 부패와 비리를 NGO가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통해 사회의 빛과 소금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NGO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의 결정체다. 그런 NGO를 약화시키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귀착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유지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인 NGO를 국가공권력과 주류언론이 앞장서서 무력화시키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행위로 그 자체가 공동체 기본질서를 흔드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운동이 취약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도덕성을 집요하게 공격하며 물어뜯는 검찰수사와 주류언론의 보도 태도는 공동체 발전에 역행하는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두 가지 이유에서 윤미향 사태 당시 검찰과 주류언론이 보인 행태는 매우 위험한 대목으로 성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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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시민교육법> 입법화 관련 학술 세미나 2020년 7월 22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학교 민주시민교육> 입법화 관련 세미나 포스터. <학교 민주시민교육> 관련법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 힘이 반대하는 법안으로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되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강민정 의원실 제공

 
일반 시민들 역시 검찰이 흘린 수사 내용과 주류언론들이 보인 보도 행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윤미향 사태 당시 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조차 주류언론에 휘둘리기 일쑤였다. 북서유럽에서 보편화된 '시민교육'이 학교 교육과정으로 존재하지 않은 결과이자 '시민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기르지 못한 참담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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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위안부> 피해자 고 박영심 할머니 모습 1945년 종전 직후 중국 운남성에서 촬영된 사진을 들고 있는 고 박영심 할머니 모습. 사진 맨 오른쪽 임신한 소녀가 배를 잡고 힘겹게 기대서 있는 분이 바로 고 박영심 할머니다. 2006년 돌아가셨다. 2022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 일본군 위안부로 등록된 분은 240명이고 거의 돌아가셔서 현재 생존해 계신 분은 10분이다. 생존해 계신 할머님들 평균 연령이 90세를 훌쩍 넘었다. 이제 정말로 시간이 없다.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 하성환


이제 해방된 지 77년이 흘렀다. 제대로 된 자주독립 국가라면 마땅히 과거사 문제를 올바르게 청산했어야 했다.

더구나 조선 여성 20만~30만 명을 강제로 끌고가 '성노예'로 부리며 존엄성을 철저히 짓밟은 반인도적 전쟁범죄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계속 침묵하는 것은 정상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이미 일본은 전후 배보상 문제에서 자신들이 침략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배보상 문제를 오래전에 해결했다. 유일하게 남북한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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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한일 정부 간 합의문에 대한 규탄 글씨 박근혜 정권은 정대협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전 소통이나 논의도 없이 일본과 굴욕적인 합의문을 공동 발표했다. 그러자 즉각적으로 저항에 직면했고 분노한 NGO와 시민들이 항의농성에 돌입했다. ⓒ 하성환


이젠 과거사 문제,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 NGO 정의연(정대협)이나 피해 당사국 국민들이 나서서 투쟁하는 것을 뒷짐 지고 지켜볼 일이 아니다.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전시 성폭력 전쟁범죄에 대한 해결 주체로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다.

거꾸로 명확한 증거도 없이, 또는 불순한 정치적 이유로 특정 시민단체와 활동가 출신 정치인을 인신공격하는 행태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짓이다. 증거도 없이 마녀사냥으로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만신창이를 만드는 짓은 병든 공동체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가 마땅히 떠안아야 할 국가 과제를 대신해서 특정 시민단체가 공익적 가치 실현 차원에서 활동하는 경우엔 더더욱 신중하게 수사하고 보도할 일이다. 윤미향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교훈이다.
#윤미향 #조중동 주류언론 #민주주의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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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의 안위를 뒤로한 채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항일투사들이 이념의 굴레에 갇혀 망각되거나 왜곡돼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아 근현대 인물연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복원해 내고 이를 공유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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