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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에 묻혀있던 황국신민서사비, 눕혀서 '홀대전시'... 왜?

사과 않는 일본에 항의하는 의미... 대전여고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 위한 교육자료로 활용"

등록 2023.02.28 16:39수정 2023.02.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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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고 운동장 옆 공원에 일명 ‘홀대전시’ 방식으로 설치된 황국신민서사비. ⓒ 임재근

 
대전여고(대전 동구 대동)가 지난 2019년 9월경 교사 신축 공사 중 화단 밑에서 발견한 황국신민 서사비를 운동장 옆 공원에 일명 '홀대전시' 방식으로 설치해 역사교육현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홀대전시는 일부러 거꾸로 세우거나 비스듬히 눕혀 전시하는 방식이다. 일제강점기 기념시설들을 온전한 상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전시하며 아직도 식민 지배에 사과하지 않고 있는 일제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을사늑약 체결 등에 앞장섰던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 받침대를 거꾸로 땅에 박아 놓은 서울 남산 통감관저 터 '거꾸로 세운 동상'도 홀대전시다.

지난해 말부터 운동장에 공원조성 공사를 진행한 대전여고는 올해 2월 말 공원 공사를 마치며 황국신민서사비도 공원에 설치했다. 대전에서 황국신민서사비가 발견된 건 지난 1995년 9월 산내초등학교 교정에서 발견된 후 두 번째다.

산내초등학교에서 발견된 황국신민서사비는 일제의 황국신민화 정책이 얼마나 잔악했었나를 일깨워주기 위해 지난 1997년 4월 4일 한밭교육박물관에 보관됐다. 이때도 황국신민서사비를 쓰러뜨려 놓고 전시하는 '홀대전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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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고는 2019년 9월 경 교사 신축 공사 중 화단 속에서 묻혀 있다가 발견했던 황국신민서사비를 테니스장 옆 운동장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일명 ‘홀대전시’ 방식으로 설치했다 ⓒ 임재근

 
황국신민서사는 일본 제국이 1937년에 만들어내 조선인들에게 외우게 한 맹세다. 주로 학교를 비롯한 관공서, 은행, 공장, 상점 등에서 조회나 기타 회합 등에서 제창됐는데, 이는 조선 민중에게 커다란 정신적 고통이었다.

일제는 황국신민서사를 돌에 새겨 학교나 관공서 등 정문에 세워놨는데, 이를 황국신민서사비 또는 황국신민서사지주라 부른다. 지난 1937년 설립된 대전여고(당시 대전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에는 황국신민화 정책이 절정에 달했던 1940년 전후에 세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황국신민서사의 내용은 아동용과 성인용으로 구분된다. 산내초등학교에서 발견된 황국신민서사는 아동용인 반면, 대전여고에서 발견된 것은 "우리는 황국신민(皇國臣民)이다. 충성으로서 군국(君國)에 보답하련다" 등 3개 항이 적힌 성인용이다.

대전여고 관계자는 황국신민서사비를 두고 "당초 정문 입구에 세웠던 것을 해방 후 치욕의 역사라 생각해 땅속에 묻었던 것으로 추측된다"라며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성과 본질을 파악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여고에서 발견된 황국신민서사비는 그동안 한밭교육박물관이나 대전시립박물관 등에 전시될 것으로도 거론됐지만, 여러 검토 끝에 발견된 곳에 전시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황국신민서사비 #홀대전시 #대전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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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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