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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주 닥터헬기, '안전 필수' 비상 부양장치 빠진 채 운항

최소 요구사항 누락, 10분 이상 해상비행 조건 위반 소지... 중앙의료원 "위법 아냐, 4월 장착"

등록 2023.03.02 11:06수정 2023.03.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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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1월 29일 오전 제주시 시민복지타운 광장에서 열린 국내 8번째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출범식 직전 닥터헬기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리는 제주 닥터헬기가 비상 부양장치 없이 운항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닥터헬기는 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응급의료 전용헬기로, 의료진이 닥터헬기에 동승해 권역외상센터나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이동하는 동안 기내에서 응급환자를 신속히 치료할 수 있다. 헬기에 장착하는 비상 부양장치(Floating Device)는 기체에 문제가 생겨 추락할 경우 바다 등 물 위에 떠 있도록 해 해상 구조에 용이하다. 

이로 인해 제주 닥터헬기가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본 안전장치를 장착하지 않은 채 구조활동에 나선 것은 안전 소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와 보건당국은 오는 4월까지 부양장치를 장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소 요구사항 '해상운항 가능한 장비' 빠진 제주 닥터헬기 

국내에 8번째로 도입된 제주 닥터헬기는 A항공의 EC-155B1 기종으로, 제주 권역 거점응급의료센터인 제주한라병원에 배치돼 지난해 12월 1일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민간 사업자에게 헬기를 임차해 한라병원에 배치하고 제주도와 함께 운영하는 형식이며, 연간 헬기 임차비는 41억 7500만 원이다. 비용은 정부가 70%, 제주도가 30%를 부담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해 7월 '제주지역 응급의료 전용헬기 사업자 선정' 긴급공모를 내면서 최소 요구사항으로 "해상운항이 가능한 장비(Floating Device)", 즉 부양장치 장착을 제시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제주에 배치된 닥터헬기에는 부양장치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선 '공모 당시 내건 요건과 다를 뿐더러, 추자도·마라도 등 도서지역 출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과 전남 등 바다가 인접한 지역에 배치된 닥터헬기는 모두 부양장치를 갖추고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항공기 전문가는 "유사시뿐만 아니라 바다나 호수 쪽에 있는 환자를 이송해야 할 때도 수상 이·착륙을 위해 부양장치가 필요하다"며 "특히나 제주도는 도서지역이어서 추자도 같은 섬으로 출동할 일이 많다. 해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부양장치 없이 운항해선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제주 닥터헬기는 최근 환자 이송을 위해 추자도에 다녀온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현행법을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도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6일 추자도에서 발생한 낙상환자 이송 당시 닥터헬기는 오전 9시 23분 한라병원에서 이륙해 14분 뒤인 오전 9시 37분에 추자도에 착륙했다. 이어 오전 9시 43분 추자도를 이륙해 17분 뒤인 오전 10시 한라병원에 도착했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은 "순항속도로 10분거리 이상 해상을 비행"하는 헬리콥터의 경우 부양장치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양장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10분을 넘겨 바다 위를 비행한 것이다. 항공안전법에 명시된 안전운항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국토교통부령에 따라 항공기·노선운항 또는 항공종사자의 업무가 정지될 수 있다.

중앙의료원 측 "관탈섬 경유, 현행법 위반 아냐... 4월 설치 예정"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2월 28일 '최소 요구사항과 다른 닥터헬기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오마이뉴스> 질의에 "부양장치가 없는 헬기를 선정한 게 아니다. 운항개시일까지 헬기에 장비를 장착하기로 하고 선정했다"며 "다만 외국 헬기여서 설계변경과 장치 수입 등에 시간이 걸려 일정이 지연됐다. 오는 4월까지 설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부양장치가 없는 채로 10분 이상 운항한 건 항공안전법 위반 아닌가'라는 질문엔  "해당 법의 시행규칙상 비상착륙에 적합한 섬을 경유하면 육지로 본다. 한라병원과 추자도 사이를 이동할 때 중간에 관탈섬을 지나기 때문에 10분 이상 해상을 비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항공기 전문가는 "관탈도는 암반 무인도다. 헬기 비상착륙 자체가 불가능한 지형"이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도 "닥터헬기 부양장치 장착 의무, 도입 후 알았다" 

위탁운영을 맡은 제주도 측은 닥터헬기에 부양장치를 장착해야 한다는 사실을 도입 후에 알았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닥터헬기 운항을 시작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부양장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돼 국립중앙의료원에 문의했고, '항공안전법상 문제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그렇지만 안전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측에서 부양장치를 설치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양장치가 없는 동안 추자도 출동 시 비상한 상황이 발생하면 중간에 있는 관탈섬에 비상착륙하는 대책을 세워뒀다"며 "이 헬기에는 엔진에 두 개라 하나가 고장나도 추자도~제주도 사이를 이동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헬기 체공시간이 3시간인 기종"이라고 덧붙였다.

닥터헬기는 현재 제주를 포함해 인천 가천대길병원, 전남 목포한국병원,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경북 안동병원, 충남 단국대병원, 전북 원광대병원, 경기 아주대병원에 배치돼 있다. 

한편, 제주 닥터헬기는 한국한공우주산업(KAI)이 내놓은 첫 소형민수헬기인 'LCH 양산 1호기'이기도 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이 공동 추진하는 민·군 헬기 통합개발과제를 통해 에어버스헬리콥터스(독일·프랑스업체)와 공동으로 민수헬기를 설계·제작했다. KAI는 지난해 9월 A항공과 LCH 양산 1호기 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2개월 뒤 이 헬기가 제주 닥터헬기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닥터헬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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