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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자보 쓴 서울대생 "겁났지만 제2, 제3 정순신 막기 위해"

[스팟인터뷰] 생활과학대학 22학번 A씨 "반지성·반윤리 인물과 같은 교정을? 분노 치밀어"

등록 2023.03.02 11:09수정 2023.03.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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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변호사(전 검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낙마) 아들의 학교 폭력과 2차가해성 소송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아들 정아무개씨가 다니고 있는 서울대에 27일 비판 대자보가 붙었다. ⓒ 소중한


"반지성적, 반윤리적 인물이 저와 같은 교정을 밟고 있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행태에 대한 저의 깊은 분노를 드러내는 수단으로써 대자보를 붙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전 검사) 부자 및 윤석열 대통령을 "부끄러운 동문"이라고 칭한 대자보 작성자 A씨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서울대 생활과학대학"이라고 적힌 학생증으로 22학번 재학생임을 증명한 그는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고 지성이라 함은 양심과 윤리를 바탕으로 하여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지성의 전당에 타인을 짓밟고 약자를 폭력성 분출 상대로 여기는 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2월 27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과 2차 가해성 소송,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학교폭력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정 변호사 아들은 현재 서울대에 재학 중이며 대통령과 정 변호사도 서울대 출신이다(관련기사 : [단독] 서울대에 '정순신 사태' 대자보 "윤 대통령, 학폭은 문제도 아닌가?" https://omn.kr/22w6j).

"공직자의 경중 판단이 사회의 경중 결정... 윤 대통령, 학교폭력 가볍게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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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A씨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공적인 임무를 맡고 책임을 지는 자들의 태도로부터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공직자들이 중하게 또는 경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곧 우리 사회의 경중을 결정한다"며 "이번 '정순신 사태'에서 윤석열 정부가 학교폭력을 가벼운 문제로 취급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폭력은 근본적으로 강자가 약자를 폭력으로 짓밟는, 가해자들의 뒤틀어진 서열의식을 보여주는 문제다. 이러한 학교폭력을 가볍게 취급한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 또한 세상을 서열과 주종의 관계로 바라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강자는 폭력으로 짓밟고 약자는 복종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자보를 붙이며 비난이나 불이익이 걱정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A씨는 "물론 저도 목소리를 내는 것이 두렵고 겁났다"면서도 "그러나 제가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저 하나에게 쏟아지는 비난·불이익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배신하고 우리 사회를 퇴행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 하나가 두렵다고 목소리 내는 걸 포기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며 "이미 윤석열 정부는 여러 번 국민을 배신했고 우리 사회를 퇴행시켰다. 저는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라고 가장 빠른 길은 윤석열 정부를 탄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학생회, 학내단체, 시민단체 등에 소속돼 있는지' 묻자 A씨는 "공부에 집중하느라 그러한 단체 등에서 활동할 시간도, 관심도 없었다"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이 그 몰지각한 행동들로 저에게 사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줬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또 "윤석열 정부는 검찰에게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몰아주고 있다. 검찰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집단"이라며 "(권력을 몰아주는 것으로 인해) 검찰 내 자정 작용이 사라지고 심각한 결함을 지닌 인사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존재하는 이상 제2, 제3의 정순신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서울대 구성원을 향해 "세상은 너무나도 커서 작은 힘으로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작은 힘을 보태고 '나 하나라도'의 마음가짐을 갖고 행동할 때 세상은 변한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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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 소중한


 
#정순신 #서울대 #대자보 #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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