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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케인과 토트넘, 헤어나기 힘든 '무관의 늪'

[FA컵] 토트넘,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0-1 패배... 16강 탈락

23.03.02 14:20최종업데이트23.03.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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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필드와의 경기에 출전한 손흥민 ⓒ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가 올 시즌에도 사실상 '무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2일 영국 셰필드의 브라몰 레인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FA컵 5라운드(16강)에서 토트넘은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0-1로 덜미를 잡히며 탈락했다. 손흥민은 공식전 3경기 만에 선발로 복귀했으나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토트넘으로서는 매우 뼈아픈 결과다. FA컵은 토트넘이 현실적으로 그나마 우승을 노려볼만한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회였다. 상대 홈이고 일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2부 리그팀이었다.

토트넘은 우세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세를 퍼부었지만 셰필드의 압박과 수비 조직력에 고전했다. 후반 34분에는 교체로 들어간 일리만 은디아예가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하며 무너졌다. 다급해진 토트넘은 후반 해리 케인 등 주전들을 모두 투입했음에도 끝내 골문을 열지 못하고 탈락의 굴욕을 받아들여야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의 구단이 일반적으로 한 시즌 동안 우승에 도전할수 있는 대회는 4개다. 정규리그, 국내 리그컵과 FA컵, 그리고 유럽클럽대항전(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유로파 컨퍼런스)이다. 다만 전시즌 우승팀의 경우, 커뮤니티 실드와 슈퍼컵, 클럽월드컵 출전 자격까지 얻는다. 기본 4개 대회 중 리그-FA컵-UCL를 모두 석권하면 '트레블(3관왕)', 모든 대회를 휩쓸면 '쿼트러블(4관왕)'로 불린다. 잉글랜드에서 트레블이 나온 것은 1999년의 맨유가 유일하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리그 우승을 경험해본 것은 7팀(맨유,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시티, 리버풀, 블랙번, 레스터시티) 뿐이다. 이중 1-2팀을 제외하면 컵대회 역시 비슷한 팀들이 돌아가며 우승을 싹쓸이하는 양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EPL 출범 이후 같은 기간 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팀 중 맨유-리버풀-첼시는 유럽클럽대항전에서도 잉글랜드 구단이 차지한 총 10개(UCL 6회, 유로파리그 4회)의 트로피를 합작했다. FA컵은 아스널(14회)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2회), 리그컵도 리버풀(9회)과 맨체스터 시티(8회) 등이 최다 우승 1, 2위를 휩쓸고 있다.
 
토트넘도 1882년 창단 이래 1-2부 리그 우승 각 2회, FA컵 8회, 리그컵 4회, 유럽클럽대항전 우승 3회 등의 화려한 역사를 자랑한다. 여기에는 잉글랜드 최초의 유럽클럽대항전 우승승(1963년 컵위너스컵), 유로파리그 초대우승(1972년) 등 역사적인 순간들도 포함되어있다. 누적된 역사만 보면 토트넘 역시 명문구단으로 손색이 없는 기록이다.

다만 문제는 단 1번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1990년대 이전, '20세기'에 달성한 기록이라는 사실이다. 토트넘의 마지막 1부 리그 우승은 1960-1961시즌으로 EPL도 출범하기 한참 이전인, 무려 60년이 훌쩍 넘었다. FA컵 우승도 1990-1991시즌이 마지막으로 32년 전의 일이다.
 
그나마 토트넘이 EPL 출범과 밀레니엄 시대이후 우승컵을 들어본 것은 2007-2008시즌 리그컵(당시 칼링컵)이 유일하다. 당시 이영표가 선수로 활약했던 토트넘은 연장접전 끝에 첼시를 2-1로 물리치고 꿈에 그리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들중 지금 토트넘에 남아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이후로 한동안 만년 중위권을 전전하던 토트넘은 2010년대에 접어들며 가레스 베일,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등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들을 잇달아 배출하여 EPL의 주목받는 신흥강호로 성장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주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등 세계적인 명장들도 거쳐갔다.

리그 내 위상이나 전력상으로는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2008년보다 오히려 지금이 훨씬 낫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작 2023년 현재까지 토트넘은 우승 트로피를 더이상 추가하지 못했고 '15년 연속 무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우승에 근접했던 순간은 몇차례 있었다. 토트넘은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 2위,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0-2021시즌 리그컵 준우승을 기록하며 정상 문턱에서 수차례 좌절했다.

올시즌에는 지난해 4위로 오랜만에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한데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의 기량이 절정에 올랐고, 해리 케인과 콘테 감독의 건재, 히샬리송-이반 페리시치 등의 전력보강까지 더해지며 어느 때보다 트로피를 들어올릴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토트넘의 행보는 올시즌도 순탄하지 않았다. 토트넘은 지난해 11월, 리그컵(카라바오컵) 3라운드(32강)에서 노팅엄 포레스트에 0대 2로 무릎을 꿇었다. FA컵에서는 벌써 3시즌 연속 16강에서 무너졌다.

토트넘의 전력을 고려할 때 그나마 우승 가능성이 높은 것이 컵대회였는데, 리그컵과 FA컵 모두 우승권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는 충격적이다. 특히 올해 컵대회의 경우 토트넘의 대진운이 역대급이라고 할만큼 좋았기 때문에 더욱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과다.

리그컵에서 토트넘을 무너뜨린 노팅엄은 승격팀이었고 올해 EPL에서도 13위에 그치고 있는 약체였다. FA컵에서는 1부 리그팀을 한번도 만나지 않았고 셰필드 역시 2부리그 소속이었다. 8강에 올랐다면 역시 2부 리그인 블랙번을 만나는 상황이인데다 우승후보인 맨체스터 시티와 맨유 등은 결승까지 올라야 마주칠수 있었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대진운을 스스로 걷어찬 격이었다.
 
토트넘에게 남은 대회는 이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뿐이다. 현재 4위에 위치한 토트넘(승점 45)은 선두 아스널(승점 60점)과의 승점차이가 15점이나 벌어져있어서 사실상 추격이 어렵고 다음 시즌 UCL 출전권이 주어지는 톱4 수성이 더 현실적이 목표다. 그나마도 5-6위권인 뉴캐슬-리버풀 등의 거센 추격을 따돌려야해서 아직 안심할수 없다.
 
챔피언스리그 역시 밀란(이탈리아)과의 16강 원정 1차전에서 0-1로 패하며 탈락위기에 놓여있다. 9일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반전을 노려야하는 상황에서 최근의 경기력을 감안하면 반전이 쉽지않아보인다. 또한 8강에 올라간다고 해도 레알 마드리드나 맨시티, 바이에른 뮌헨 등 쟁쟁한 강팀들을 제치고 토트넘을 우승후보로 예측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토트넘의 주축 선수인 손흥민과 케인 등은 개인기량은 월드클래스급 선수로 인정받고 있지만 전성기의 대부분을 토트넘에서 보낸 탓에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케인은 최근 9시즌 연속 20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고, 손흥민도 프리미어리그 통산 100골에 단 2골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케인이 아무리 꾸준히 골을 넣어도 팀은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이다. 오히려 파트너인 손흥민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각종 대회에서 9골에 그치고 있어서 케인에 대한 의존도는 더 심화됐다. 케인과 손흥민도 어느덧 30대의 베테랑에 진입한 가운데, 토트넘이 우승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이 노쇠하거나 팀을 떠나기라도 한다면 토트넘의 우승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콘테 감독은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리버풀같은 팀과 경쟁할 수준이 아직 아니다"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며 구단에 더 많은 전력 보강을 끊임없이 요구한 바 있다. 과연 토트넘은 언제쯤 이 기나긴 무관의 수렁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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