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한국의 파바로티 되리라"

2022년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신인상 테너 박석호씨

23.03.05 13:05최종업데이트23.03.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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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하게 웃는 박석호 성악가 박석호 성악가가 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페라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욱래

 
"박석호를 만나면 그의 애잔하면서도 풍부한 음색, 파워풀한 목소리에 빠져들고 몸에 밴 겸손함과 따뜻함에 한번 더 반한다."
 
테너 박석호에 대한 지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2021년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State University of New York, Binghamton)에서 석사, 미네소타(Minnesota)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캐나다에 온 박석호(35) 성악가는 작년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웨스턴 음대(Western University)에서 오페라를 가르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이 시상식은 오페라 단장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그 해 주목할만한 오페라인을 뽑는 권위있는 대회다.
  

▲ 오페라대상 상장과 트로피 테너 박석호가 받은 '제15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남자 신인상'. 박씨는 강의 일정 등 여러 사정으로 한국방문을 못해 부친 박종원씨가 상장과 트로피를 대리 수상했다. ⓒ 조욱래

 
MZ세대(1980년~2005년생)로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큰 상을 받고 대학 강단에도 선 비결에 대해 그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마다 귀인이 등장하는 행운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성악과 오페라에 전부를 쏟은 그의 인생 역정을 듣고 보니 '행운은 매사 성실하게 살며 최선을 다한 자에게 따른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 무대 위의 박석호 박석호 성악가가 작년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오페라' 런던 공연에서 주인공 역인 네모리노를 연기하고 있다. ⓒ 조욱래

 
 

▲ 무대 위의 박석호 박석호 성악가가 작년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오페라' 런던 공연에서 주인공 역인 네모리노를 연기하고 있다. ⓒ 조욱래

 
 

▲ 무대 위의 박석호 박석호 성악가가 작년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오페라' 런던 공연에서 주인공 역인 네모리노를 연기하고 있다. ⓒ 조욱래

 
박 성악가는 "대학시절 임웅균 교수님 도움으로 오페라 라보엠(La Bohème)의 주인공에 발탁된 것. 그리고 팬데믹으로 미국 오페라단 입단계약이 취소됐을 때 미네소타대학교의 마이클 킴 학장이 온타리오주 웨스턴 대학교로 자리를 옮기면서 저를 스카웃한 것 등 중요한 순간마다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절대 올 수 없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미국 생활에 대해 박 성악가는 "나 스스로 악에 받쳐 미치도록 공부하고 연습에만 집중했다. 캐나다는 미국과 달리 사람들이 친절하고 인종차별을 하지 않아 훨씬 편하다"며 "미국 유학 중 동료들의 따돌림으로 바뀐 모임장소를 몰라 혼자서 3시간 동안 기다리며 추위에 떨었고, '너보다 멕시코 불법체류자를 데려와 연습하는게 낫겠다'고 서슴없이 모욕을 준 오페라단 단장도 있었다. 지금의 아내가 없었다면 견디지 못하고 진작에 유학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 성악가의 아내 김다예슬(34·메조 소프라노)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 재학시절 만난 사이로, 7년 동안의 힘든 유학생활을 견디게 한 버팀목이다. 성악가 부부이기에 누구보다 서로의 고충을 잘 이해한다.
  

▲ 메조소프라노 김다예슬 성악가 박석호씨의 동반자로 3월에 있을 오페라 공연에 동반 출연한다. ⓒ 조욱래

   
청소년 시절 윤도현을 좋아해 밴드활동도 한 박 성악가는 음색이 성악에 어울린다는 고교 은사의 조언으로 진로를 바꿨다.

성악을 배우자 오페라의 매력에도 흠뻑 빠졌다. "오페라는 연기와 대사, 음악 그리고 화려한 무대라는 시각예술이 조화를 이룬 종합예술로서 다른 장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다. 마이크 등 전자장치를 쓰지 않는 노래와 사운드를 직접 들으면 평생 경험하지 못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최고의 공연을 위해 성악가들은 운동·식단 등 여러 요소를 굉장히 신경쓰고, 컨디션 유지를 위해 매일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이러한 과정을 견딘 후에 관객들에게 받는 박수의 힘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지금은 상당수의 성악가들이 대중성 높은 뮤지컬에서도 활약하지만 그가 아직 오페라만 고집하는 이유다.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반응에 그는 "평소 한국인이 가진 한恨의 정서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표현하고자 많이 노력한다. 고아원 봉사와 선교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것도 감정표현과 발성연습에 영향을 준 것 같다"라며 "화려한 기교나 커리어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 갖춘 성악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파바로티와 같은 세계적인 성악가로 성장해 K-오페라의 우수성을 널리 전파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료들 사이에서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유학생활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티스트 개개인의 다양한 노래 스타일과 그것을 존중하는 분위기"라며 "그동안 내가 알던 정형화된 표현방식을 버리고 시각을 넓히는 큰 전환점이 됐다. 캐릭터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혼자 거울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고 연기하기를 반복한다. 스스로에게 피드백하는 시간을 주면서 내적으로도 다양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
 
그는 성악가들의 낮은 처우 관행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음악가는 전문성에 비해 처우가 많이 부족하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성악가의 경우 월 수입이 평균 150만원(약 1,540 캐나다 달러)에 불과하다. 나 역시 미국에서 공연 석 달 동안 번 돈이 200달러가 전부였고 생계를 위해 일주일 내내 일을 해야 했다. 지금은 대학교에서 나오는 월급이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 한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얼마전 손을 크게 베이기도 했다."

"사실 음악가들의 연주나 공연이 당연시 되거나, 재능기부라는 프레임 안에서 '무료'라는 인식이 자리 잡힌 것은 문제가 있다. 음악가에 대한 처우가 많이 개선돼 질 높은 공연과 함께 그들의 존엄이 지켜지길 바란다." 
 

▲ 무대 위의 박석호 박석호 성악가가 작년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오페라' 런던 공연에서 주인공 역인 네모리노를 연기하고 있다. ⓒ 조욱래

 
박 성악가는 3월 올해 첫 오페라 무대에 오른다. 현지시간으로 오는 11일(토) 오후 2시이며, 캐나라 온타리오주 런던의 웨스턴대학교 안에 위치한 폴 다븐포트 극장(Paul Davenport Theatre)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인다.
 
공연작은 베르디의 유명한 희극이자 마지막 작품인 팔스타프(Falstaff). 박 성악가는 '펜톤'역을 맡아 낭만을 노래하는 젊은 사랑꾼을 연기하고 아내 다예슬씨 역시 '퀴클리 부인'으로 동반 출연한다. 

박석호 약력
University of Minnesota, 음악 예술학 (성악) 박사
뉴욕 주립대SUNY Binghamton, 음악학 (성악) 석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성악) 학사

前 The Glimmerglass Festival, 영 아티스트
前 Tri-Cities Opera, 소속가수

現 The Canadian Operatic Arts Academy (COAA), 소속가수
現 The Accademia Europea Dell'Opera (AEDO), 소속가수

오페라 출연작
- L'elisir d'amore (사랑의 묘약)
- Rigoletto (리골레토)
- L'incoronazione di Poppea (포페아의 대관식)
- Carmen (카르멘)
- Postcard from Morocco (모로코에서 온 엽서)
- L'heure espagnole (스페인의 한 때)
- La bohème (라보엠)
- Die Zauberflöte (마술피리)
- Così fan tutte (여자는 다 그래) 외 수백회의 공연에 참여

수상경력
- 2022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신인상
- 런던 웨스턴대학교 오페라 장학생
- 美 NATS 대회 eastern district competition - 1위
- 美 NATS 대회 eastern regional competition - 2위
- 美 NOMEA Competition – Best opera singer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캐나다 한국일보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오페라 박석호 성악가 캐나다 파바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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