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트리플 크라운' 옐레나, 흥국생명 선두 질주 견인

[여자배구] 2일 페퍼저축은행전 여자부 시즌 첫 트리플크라운, 흥국생명 3-1 승리

23.03.03 09:59최종업데이트23.03.03 09:59
원고료로 응원
선두 흥국생명이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선두자리를 굳게 지켰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9-25, 25-17, 25-16, 25-12)로 승리했다. 이번 시즌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승점 18점을 모두 따낸 흥국생명은 승점 73점으로 2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승점 67점)와의 승점 차이를 다시 6점으로 벌렸다(24승 8패).

흥국생명은 '여제' 김연경이 블로킹 1개와 43.76%의 리시브 효율, 5개의 세트 성공, 18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20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주장 김미연도 블로킹 2개와 함께 14득점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는 이번 시즌 여자부에서 처음으로 트리플 크라운이 나왔다. 8개의 후위공격과 3개의 서브득점, 그리고 4개의 블로킹을 기록한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7시즌 급격히 줄어든 트리플크라운
 

지난 시즌 인삼공사와 재계약하지 못한 옐레나는 이번 시즌 흥국생명에서 '여제' 김연경과 함께 뛰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에서는 한 경기에 후위공격과 서브득점, 블로킹을 각각 3개씩 기록하는 선수에게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1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트리플 크라운 기록은 여자부보다는 남자부에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아기자기한 랠리가 길게 이어지는 여자부 경기보다는 파워풀한 공격이 오가는 남자부가 서브득점이나 블로킹 같은 기록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5-2006 시즌 황연주(현대건설)에 의해 처음 달성된 트리플 크라운은 여자부에서 지난 시즌까지 총 68회가 나왔다. 황연주가 4회로 국내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고 김연경이 3회,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이 2회, 이재영과 이소영(KGC인삼공사)가 각각 1회씩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선수의 트리플 크라운은 단 11회에 불과했고 나머지 57회는 모두 외국인 선수의 몫이었다.

V리그 여자부 역사상 트리플 크라운을 가장 많이 달성한 선수는 2012-2013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활약했던 니콜 포셋이었다. 니콜은 도로공사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11번이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다. 2015-2016 시즌 이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변경되지 않았다면 니콜의 트리플 크라운 기록은 더욱 늘었을 것이다.

자유계약 시절에 활약했던 니콜은 2012-2013 시즌 트리플 크라운 6회, 2008-2009 시즌의 베띠 데 라 크루즈가 4회(챔프전 1회 포함), 2014-2015 시즌의 폴리나 라히모바가 정규리그에서만 4번의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트리플 크라운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기록이 아니었다. 하지만 2015-2016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로 변경되면서 V리그 여자부에 트리플 크라운은 급격히 줄어 들었다.

실제로 2015-2016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7시즌 동안 트리플 크라운은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를 모두 합쳐 단 16회 밖에 나오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한 시즌에 2.29회 밖에 트리플 크라운이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정규리그가 막바지로 향할 때까지 트리플 크라운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트리플크라운이 나오지 못한 시즌이 될 뻔했던 위기는 2일 흥국생명의 옐레나가 풀어냈다.
 
개인 통산 2번째 트리플 크라운 달성
 

옐레나는 흥국생명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책임지면서 김연경을 비롯한 동료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의 옐레나는 보스니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10대 시절부터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그리스, 프랑스, 러시아, 튀르키예 리그 등에서 활약하다가 2021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V리그에 문을 두드렸다. 전체 3순위로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은 옐레나는 2021-2022 시즌 득점(672점)과 공격성공률(39.44%) 부문에서 나란히 5위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시즌이 끝난 후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했다.

옐레나는 196cm의 큰 신장을 앞세운 공격력이 뛰어나고 블로킹 능력도 포지션 대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운동능력이 평범한 편이고 어려운 공을 처리하는 능력도 다소 떨어지는 편인데 옐레나는 그런 단점에도 작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또 다시 전체 3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다. 그리고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옐레나에게는 인삼공사 시절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었다. 바로 김연경이라는 세계적인 선수의 동료가 됐다는 점이다.

옐레나는 팀에 김연경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있음에도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주공격수로 활약하며 34%의 높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졌다. 물론 흥국생명에는 김연경이 있기 때문에 옐레나는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인삼공사)처럼 40%를 넘나드는 점유율을 책임질 필요는 없다. 옐레나는 이번 시즌 득점 3위(751점)와 공격성공률 4위(42.45%)를 달리며 외국인 선수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인삼공사 시절이던 2021년 12월 3일 이후 트리플크라운 기록이 없었던 옐레나는 2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V리그에서의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했다. 이날 29.68%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한 옐레나는 후위공격 8개와 서브득점 3개, 블로킹 4개를 기록하며 이번 시즌 여자부의 첫 트리플 크라운 주인공이 됐다. 4세트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채우는 서브득점을 기록했을 때는 김연경을 비롯한 동료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함께 기뻐했다.

이날 승리로 2위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이를 6점으로 벌린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지난 2020-2021 시즌 '쌍둥이 사태'로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우승을 모두 놓쳤던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우승으로 챔프전에 직행한다면 통합우승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 그리고 흥국생명이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옐레나는 흥국생명 정규리그 우승의 최고 주역으로 인정 받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옐레나 므라제노비치 트리플 크라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