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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낳아야 할까요?" 4개월차 신혼부부가 물어봤다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0.78... 여섯 쌍의 부부가 생각하는 임신·출산·육아

등록 2023.03.06 04:47수정 2023.03.06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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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보는 커플의 모습. ⓒ 픽사베이


결혼한 지 막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평일에는 각자 직장에서 일을 마친 후 집에 와 함께 넷플릭스에 맥주 한 잔을 하고, 주말이면 전국 맛집을 찾아다닌다.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콕하는 날도 여행 온 것처럼 즐거워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고민도 존재한다. 예상대로 '출산' 여부다. 사회 통념상 이제 결혼했으니 아이를 낳아야 하나 싶다가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지금 이대로 남편과 둘이 살면 시간으로 보나 금전적으로 보나 여유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출산은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애를 낳아 좋다는 '출산 선배들'

이렇게 갈팡질팡 둘이 고민하는 것보다 결혼 및 출산 선배들의 생각을 듣고 출산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아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해봤다.

우선 이미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된 지인 A, B, C에게 물었다. 7살 아이를 키우는 아빠 A는 누구보다 강력하게 아이를 낳을 것을 권유했다. 아이가 예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건 '미래 한국 경제'를 위해서였다. 출산율 하락으로 인구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경제 상황을 걱정하면서, 불가피한 사정없이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 부부를 책임감이 없다고 표현했다.

B는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를 키우는 30대 후반 엄마다. 5년 넘게 고통을 견디며 시험관 시술을 시도한 후 아이를 어렵게 품에 안았다. 그렇게 오랜 기간 아이를 기다려왔기에 당연히 출산을 적극 장려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고,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는 것만큼 큰 기쁨은 없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몸과 마음이 너무 버겁단다.


아이는 돌이 지났지만 혼자 외출은 꿈도 못 꾸고 다 같이 하는 외식도 눈치 보느라 음식이 나온 후 10분 만에 흡입하고 나온다고. 직장도 그만두고 아이만 돌보는 시간이 힘들다고 했다. 그나마 자신은 부부 둘만의 시간을 실컷 즐기고 아이를 낳은 것이 다행이라고 하며 '낳을 거라면 꼭 최소 2년은 신혼을 즐기고 아이를 낳으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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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란 ⓒ 픽사베이


C는 30대 중반 아빠로 갓난쟁이 아이를 키우고 있다. 동갑인 아내가 신체적으로 늦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결혼 6개월 만에 아이를 가졌고, 이듬해 아이가 태어났다. 그들은 밤이고 새벽이고 목청껏 울어대는 아이를 달래면서 잠을 못 자도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연년생 둘째 아이도 가질 계획이라고.

B와는 반대로 '낳을 거라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아이를 가지라'고 전했다. 나이가 들고나면 아이를 키울 체력도 부족하고, 아이의 건강이 아무래도 걱정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들은 아이를 낳는 게 좋을지 아닐지를 따지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했다.

아직 아이를 가질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반면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갖지 않고 있는 D, E, F는 모두 공통적으로 '무섭다'라는 의견을 들려줬다. 딱히 딩크족으로 살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출산 및 육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 해 한 해 아이 가지는 걸 미루고 있다고 한다. 

벌써 결혼 4년 차인 D는 출산 자체도 무섭지만, 가장 두려운 건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D에게 가장 큰 산은 자기 커리어를 비롯해 취미생활, 친구와의 만남, 자기계발 등 모든 일상생활을 일시 중단해야 하고, 오롯이 부부만을 위해 쓰던 시간과 돈을 몽땅 아이에게 줘야 한다는 결심이다.

E는 아이를 원하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3년째 임신을 미루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아이를 가지자고 남편과 약속했지만, 아직 안정은커녕 신혼집 이자 내느라 정신없단다. 물가도 오를 대로 올라 두 사람이 사는 데만도 빠듯해 올해로 미뤘던 임신 계획을 다시 내년으로 미뤘다고 한다. 꼭짓점에서 매입한 아파트 대출을 갚으려면 최소 7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 관점에서 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건 F가 유일했다. F는 지금처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산한다면 자신도 아이도 인생을 살아가기 힘들 거라고 단언했다. 유학 생활을 거치고 4년제 대학을 나와 남들이 다 아는 대기업에 몸을 담고 있지만 한국의 경쟁사회를 매우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아이가 이런 무한 경쟁과 편 가르기, 급 나누기가 만연한 사회에서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본인이 커오는 과정에서 같은 문제 때문에 힘들고 괴로웠기 때문에 그 감정을 대물림하기 싫다는 게 그 이유다. F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 확신이 들 때 아이를 낳겠다고 답했다.

문득 어느 책에서 본 문구 내용이 떠올랐다. "아이를 낳는다는 건 내 아이에게 얼마나 이 세상이 아름다운지 보여주기 위함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다시 태어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있으면 아이를 낳게 된다는 거다.

한국 작년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떨어졌다. 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전국의 대다수도 지인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지 않을까? 당장 자기 자신이 살아가며 행복감을 느끼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일상이 지속되면 출산하고자 하는 이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필자는 아직 아이를 낳을지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에 가족 모두가 행복할 거란 확신이 든다면 출산을 결심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출산 #결혼 #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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