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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3.1절 퀴즈, 여러분이 직접 비교해 주십시오

[取중眞담] 윤 대통령 옹호 나선 국힘 카드뉴스...김대중-노무현 기념사와 똑같다?

등록 2023.03.03 17:07수정 2023.03.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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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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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일 페이스북에 올린 윤석열 대통령 삼일절 기념사 관련 카드뉴스. ⓒ 국민의힘 페이스북


104번째를 맞이한 삼일절, 저는 현장에서 취재 중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뭉갠 양금덕 할머니의 서훈을 대신 전하려는 부산 시민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다행히 이들로 인해 올해 94세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어르신은 특별한 삼일절을 맞았습니다.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에서 펼쳐진 평화훈장 수여식에선 약 보름 동안 1만400여 명이 참여한 추천 운동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빼곡하게 적힌 참여 명단을 배경으로 자발적으로 낸 1천 원이 모두 모여 순금 5돈짜리 메달, 순금 1돈짜리 감사패가 만들어졌습니다. (관련기사: 1만명이 주는 평화훈장 https://omn.kr/22wz5)

국무회의 심의에 올리길 거부한 양 할머니의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보다 더 값진 선물을 전달하겠단 의지였습니다. 현장에서 본 시민들의 표정은 단호했습니다. 이들은 상처받은 어르신을 위로하며, 굴욕외교에 반대한다는 외침을 쏟아냈습니다. 일본의 사죄배상 거부에도 정부가 외교적 개선에만 매몰돼 있다는 문제의식에서입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일본이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가 아닌 협력파트너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복합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 극복을 위한 한미일 3자 공조를 강조하면서 나온 얘기입니다. 공백을 포함하면 1300여자로 이례적으로 짧았던 기념사에 일본의 책임을 묻는 내용은 하나도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를 놓고 정치권 등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이 가운데 눈을 의심한 게 있습니다. 바로 국민의힘이 2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한 카드뉴스 내용입니다. 전·현직 대통령의 기념사를 비교한 것인데, 국민의힘은 이를 토대로 윤 대통령의 기념사를 옹호하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민주당 출신인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기념사를 했다는 취지입니다. 일부 언론은 이를 인용해 "국민의힘이 반박에 나섰다". "그 취지나 지향점이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시 전문을 소개하지 않고 일부 대목을 가져왔는데요, 과연 똑같은 내용일까요? 아래에 81주년, 86주년 삼일절 대통령 기념사 전문을 소개합니다. 이 글을 읽어보며 세 대통령의 기념사가 무엇이 다른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https://omn.kr/22xxy)에 온전히 보관된 자료입니다.

미리 소개를 하면, 세 대통령 모두 과거와 다른 변화에 주목한 건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를 풀기 위한 전제로 일본의 진지한 노력, 즉 사죄배상을 강조합니다. "진실한 자기반성의 토대" 위에서 과거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삼일절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강조한 김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서두에 3·1운동 외에 일제와 맞서 싸운 무장투쟁의 역사까지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소개한 발언을 전합니다. 함께 봐야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덧붙여 국민의힘이라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낭독한 94주년 삼일절 기념사도 대통령 기록물에서 읽어볼 만 합니다. 저도 이 기념사를 소개하게될지 과거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전 대통령으로 여러 논란을 남겼지만, 기념사에서만은 현 대통령이 참고해야 할 분명한 부분을 거론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 역사적 입장은 천년이 흘러도 변할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일본이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신뢰가 쌓인다는 것을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제104주년 3.1절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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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와 독립유공자 여러분 오늘 백네 번째 3.1절을 맞이했습니다. 먼저,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04년 전 3.1 만세운동은 기미독립선언서와 임시정부 헌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갈망했던 우리가 어떠한 세상을 염원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지금 세계적인 복합 위기, 북핵 위협을 비롯한 엄혹한 안보 상황,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분절과 양극화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될 것이 자명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그 누구도 자기 당대에 독립을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에, 그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에,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진 선열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조국이 어려울 때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특히,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우리와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공동 번영에 책임있는 기여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우리 선열들의 그 정신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룩한 지금의 번영은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의 결과였습니다. 그 노력을 한시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이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선열에게 제대로 보답하는 길입니다.

영광의 역사든, 부끄럽고 슬픈 역사든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지키고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을 기억하고 우리 역사의 불행한 과거를 되새기는 한편, 미래 번영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계승해서 자유, 평화, 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노무현 전 대통령] 제86주년 3·1절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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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일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86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독립유공자와 내외귀빈 여러분, 여든여섯 돌 3.1절 기념식을 이곳 유관순 기념관에서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날의 감동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3.1운동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 나라의 자주와 독립의 권리를 천명한 3.1정신은 지금도 인류사회와 국제질서의 보편적인 원리로 존중되고 있습니다. 또한 상해임시정부에서 오늘의 참여정부에 이르는 대한민국 정통성의 뿌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3.1운동의 위대한 정신을 이어나가고, 다시는 100년 전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애국선열에 대한 도리이자 3.1절에 되새기는 우리의 다짐입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민주주의와 번영의 초석을 놓아주신 애국선열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가족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일요일, 독립기념관을 다녀왔습니다. 구한말, 개화를 둘러싼 의견차이가 논쟁을 넘어서 분열로 치닫고, 마침내 지도자들이 나라와 국민을 배반한 역사를 보면서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울러, 우리 땅을 놓고 일본과 청나라,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힘없는 우리가 어느 편에 섰던들 결과가 과연 달라졌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국력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제 우리는 100년 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아무런 변수도 되지 못했던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세계에 손색이 없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루고 스스로를 지킬만한 넉넉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국방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선열들께서도 지금 우리의 모습을 매우 대견스러워 하실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올해는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4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입니다. 한편으로는,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되면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거문제가 되살아나서 또 다른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동안 한일관계는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뤄온 것은 사실입니다. '95년 무라야마 일본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말했고 '98년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신한일관계 파트너십을 선언했습니다. 2003년에는 나와 고이즈미 총리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일 두 나라는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할 공동운명체입니다. 서로 협력해서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지 않고서는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할 수 없는 그런 조건 위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법적, 정치적 관계의 진전만으로 양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이상의 실질적인 화해와 협력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진실과 성의로써 양국 국민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진정한 이웃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프랑스는 반국가행위를 한 자국민에 대해서는 준엄한 심판을 내렸지만, 독일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손을 잡고 유럽연합의 질서를 만들어왔습니다. 지난해 시라크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 기념식에 처음으로 독일 총리를 초대해서 "프랑스인들은 당신을 친구로 환영한다"며 우정을 표했습니다.

우리 국민도 프랑스처럼 너그러운 이웃으로 일본과 함께 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국민의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지 않도록 절제하고, 일본과의 화해 협력을 위해서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습니다. 실제로 우리 국민은 잘 절제하고 사리를 따져서 분별 있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의 양국관계 진전을 존중해서 과거사 문제를 외교적 쟁점으로 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과거사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교류와 협력의 관계가 다시 멈추고 양국간 갈등이 고조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두 나라 관계 발전에는 일본 정부와 국민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 연후에 화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전 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인 방식입니다.

저는 납치문제로 인한 일본 국민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역지사지해야 합니다. 강제징용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이르기까지 일제 36년 동안 수천, 수만 배의 고통을 당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지성에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진실한 자기반성의 토대 위에서 한일간의 감정적 앙금을 걷어내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앞장서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선진국임을 자부하는 일본의 지성다운 모습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과거의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경제력이 강하고 군비를 강화해도 이웃의 신뢰를 얻고 국제사회의 지도적 국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독일은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만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고 보상하는 도덕적 결단을 통해서 유럽통합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일협정과 피해보상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도 부족함이 있었다고 봅니다. 국교정상화 자체는 부득이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국교를 단절하고 지낼 수도 없고, 우리의 요구를 모두 관철시킬 수 없었던 사정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피해자들로서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청구권을 일방적으로 처분한 것을 또한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모으고 국회와 협의해서 합당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이미 총리실에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해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좀 더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서 국민자문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청구권 문제 외에도 아직 묻혀있는 진실을 밝혀내고, 유해를 봉환하는 일 등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일본도 법적인 문제 이전에 인류사회의 보편적 윤리, 그리고 이웃간 신뢰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면서 선열들이 꿈꾸었던 선진한국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일제의 총칼에 맞서 일어섰던 선열들의 용기와, 모든 것을 뛰어넘어 하나가 됐던 대동단결의 정신이 우리의 앞길을 이끌어 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제81주년 3·1절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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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01년 3월 1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제8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새천년에 들어서서 처음 맞이하는 뜻깊은 3.1절을 여러분과 다 함께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그리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거룩한 목숨을 바치고 희생하신 모든 선열들에 대해 깊이 머리 숙여 감사하고 그분들의 위대한 뜻을 같이 기리고자 하는 바입니다.

3.1운동은 남북한 전역에서 전 국민이 일어선 민족독립을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세계에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제가 을사국치 이래 40년 동안 이 나라를 강점(强占)할 때 국내에서 혹은 국외의 시베리아, 만주, 중국대륙에서 하루도 멈추지 않고 무장투쟁을 한 점입니다. 이는 세계 어느 식민지 독립투쟁에도 없는 일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1919년 3.1운동에 따라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이래 해방되어 귀국할 때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法統)과 간판을 지키며 상해로부터 중경까지 전전하면서도 끝내 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3.1운동은 대한제국이 무너지고 불과 10년 후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다시 왕조로 돌아가자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를 기본이념으로 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민국(民國)이란 민주공화국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위대한 3.1운동은 중국, 인도 등 세계의 많은 식민지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2차대전 말기 카이로선언에서 한국의 독립을 결정할 때에도 3.1운동과 선열들의 계속된 투쟁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입니다. 3.1정신은 바로 민주주의 정신이고 민족의 번영을 추구하는 정신이며 모든 국민에게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정신입니다. 이는 3.1 독립선언서에 명백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이러한 뜻과 일치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생산적 복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3.1운동 정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 받들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부터 국민의 정부의 지난 2년을 회고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지난 2년 동안 이 나라 민주주의, 특히 인권의 신장이 괄목할 만큼 실현되었습니다. 합법적이고 평화적이면 어떠한 시위나 집회, 파업도 이제는 원천봉쇄 당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제 거리에서 최루탄과 화염병이 사라졌습니다. 언론자유는 언론인 자신들과 국민들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하여 인정하듯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보장되고 있습니다.

시민운동은 놀랄 만큼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것을 여러분이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의 자유도 완벽하게 보장되어 민주노총이나 교원 노조가 합법화되었고, 노동자들의 정치참여와 정치자금 모금도 허용되고 있습니다. 군과 경찰, 기타 공무원들도 이제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여성차별 금지와 성폭력 금지를 법으로 제정하는 등 여성의 권리가 계속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비례대표의 30%를 여성이 차지하게 됩니다. 노인과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해서 법률을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민주주의가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의 혼란이 국정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입니다. 정치의 책임을 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국민 앞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반드시 정치가 안정되어야 하겠습니다. 정치가 안정되어야 미래를 위한 개혁을 할 수 있습니다. 개혁을 중단하면 우리는 삼류국가로 전락하고 맙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의 경제개혁 성과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 기업, 공공, 노동부문의 개혁을 통해서 우리는 파탄 직전에 있던 국운을 되살리고 6.25전쟁 이래 최대의 국난을 극복했습니다. 98년 마이너스 5.8%의 성장으로 추락했던 우리나라 경제가 작년에는 10.2%의 성장을 했습니다. 세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물가는 사상 최저로 내려갔습니다. 금리도 한자리 숫자입니다. 환율도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0대 선까지 내려갔던 주가도 크게 올라 이제 900선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무역흑자도 건전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년에도 120억 달러의 무역흑자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봅니다. 외환보유고는 저의 대통령 당선 당시 불과 39억 달러에서 이제 800억 달러가 되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 29개국 중 일본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7대 채권국가 중에 한국이 들어 있습니다. 2년 전에는 꿈도 못 꾸었던 변화를 이룩한 것입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는 2월 28일자에서 "한국을 보면 영화 타이타닉호의 비디오를 거꾸로 감상하는 것 같다. 대양 한가운데서 거대한 타이타닉호가 다시 떠올라 더욱 행복한 미래를 향해 항해하는 것 같다." 고 보도했습니다. 그러한 평가처럼 이제 우리가 IMF(국제통화기금)의 위기는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여러분께 보고드리는 바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안심해도 되는 것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겨우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 뿐입니다. 21세기의 무한경쟁시대, 그리고 전혀 새로운 패턴의 새천년의 경제여건에 적응하려면 참으로 혁명적인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20세기에는 눈에 보이는 물질, 즉 자본, 노동, 토지 같은 하드웨어가 경제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즉, 지식, 정보, 문화창조력이 경제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적응해 나가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는 조상들의 덕으로 세계에서 가장 교육기반이 튼튼한 민족이고 또 문화적 창조력이 강한 민족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중국으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이면 해동불교로 발전시켰고 유교를 받아들이면 조선유학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만주족은 청나라를 세워서 270년을 통치하고도 중국문화를 자기 것으로 재창조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부 중국인으로 동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7천만이 넘는 대민족이 엄연히 한반도에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위대한 3, 1운동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에는 국민적 관심의 초점 중 하나인 빈부격차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기업이 도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중산층과 서민의 희생이 컸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줄기찬 노력의 덕택으로 우리는 다시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회복했습니다.

IMF 사태 이후 2만3천개가 문을 닫았던 중소기업은 작년 말에 다시 3만개가 창업되었고 지금 매월 3천개 이상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 별로 없었던 벤처기업이 지난 2년 동안에 4천8백개가 늘어나고 금년 말까지는 1만개에 이를 전망입니다. 중산층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봉급생활자들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감면하고, 전자제품과 음료수 등 생필품에 대한 특소세도 감면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특히 중산층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IMF 이후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서 아랫목에서 중앙까지는 온기가 있지만, 윗목에는 아직도 냉기가 돌고 있습니다. 하위 20%의 국민들의 소득이 국내 총생산의 9%선에 불과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설에 재래시장을 찾아보니 너무도 썰렁하여 오히려 찾아간 것이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서민들의 생활을 보장하고 중산층을 튼튼히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회가 안정이 됩니다. 또한 그들의 소득이 늘어나야 구매력이 생겨서 경제도 더욱 좋아집니다. 따라서 정부는 금년에 10조원을 들여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생산적 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산적 복지에 따라 정부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월 약 100만원까지 그 수입을 보장하여 생계와 의료, 교육을 뒷받침 해줄 것입니다. 약 40만명의 중, 고등학생에 대해서 등록금을 정부가 대납해 주고 있습니다. 30만명의 대학생에 대해서는 장기 저리융자를 하고 정부가 그 이자의 반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교의 교실과 마을회관 등에서 컴퓨터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50만명의 가난한 초, 중, 고등학생에 대해서는 컴퓨터 교육비를 면제해 줍니다. 100만명의 주부에 대해서도 아주 저렴한 강습료로 컴퓨터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가 약 1천만명인데 금년 중에 다시 1천만명이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저의 임기 중에 전 국민이 컴퓨터를 갖고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할 것입니다. 지금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신들린 사람처럼 정보화시대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머지 않아 지식정보 10대 강국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창창하다는 것을 저는 여러분에게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립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래산업에 대해서도 지식정보산업 못지 않게 중시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재래산업은 우리 경제의 한 축이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여러분에게 간곡히 부탁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해서 반드시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도처에서 지역주의를 악용해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 하고 있습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이러한 일은 결단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3,1정신을 거역한, 민족에 대한 죄악으로서 우리는 이를 단호히 심판해야 합니다.

자유당, 민주당 때까지도 그러한 일이 없었습니다. 전라도 출신이 경상도 지방에 가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경상도 사람도 전라도에 와서 당선되었습니다. 전국 도처에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인물을 뽑은 것이 우리 선거 역사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5, 16 군사정부 이래 이렇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입니다. 남북한조차 화해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남북분단도 통탄스러운데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 지역을 가르다니 이러고서 우리가 어찌 복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어찌 우리 선열들을 대할 면목이 있겠습니까.

3, 1 운동이 어떠한 운동입니까. 전 국민이 함경도에서 전라도까지, 평안도에서 경상도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투쟁한 민족독립운동이 아닙니까. 그래서 전 민족이 하나같이 그 뜻을 기리고 교훈을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3, 1운동을 진심으로 기념하는 길은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저는 강조해 마지 않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북한에 대해서 확고한 안보의 기반 위에 화해 협력을 추진할 것을 선포했습니다. 햇볕정책을 통하여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냉전상태를 종식시키는 것이 여러분과 저의 최대의 소원일 것입니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미, 일과의 합의 아래 긴밀히 공조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의 나라들과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모두가 지지합니다. 북한과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 몽골, 베트남, 이집트까지도 정상회담을 통해서 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외교정책이 이처럼 전 세계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햇볕정책은 북한에 대해서 그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회복을 도와주며 국제적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은 대남 무력도발을 포기하고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야망을 완전히 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 주고받는 가운데서 양쪽이 다같이 이익을 얻는 소위 말하는 '윈-윈 정책'을 우리는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햇볕정책이라 해서 결코 안보를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연평해전이 그 좋은 예입니다.

저는 연평해전이 일어났을 때 국방장관에게 네 가지 사항을 지시했습니다. 그 내용은 '북방한계선은 꼭 지키시오, 우리가 먼저 발포하지 마시오, 북한이 발포하면 이를 단호히 분쇄하시오, 그러나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하시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군은 군의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의 지시를 효과적이고도 충실하게 이행해서 혁혁한 성과를 이룩하였습니다. 거꾸로 우리가 만일 승리하지 못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나는 자랑스러운 승리를 우리에게 가져다준 국군에게 국민 여러분과 함께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자 하는 바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1년 동안 북한은 의미있는 두 가지 변화를 보였습니다. 하나는 금창리 지하 핵의혹 시설에 대한 사찰을 수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사일 제2차 발사를 중지한 것입니다. 이로써 전쟁의 위협이 크게 감소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금강산 관광을 위시한 남북간의 문화, 스포츠교류는 물론, 경제교류가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100개가 넘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북한에 진출해 있고, 대기업들도 본격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년 1년 동안 남북간의 교역은 3억3천만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였습니다.

우리가 인내와 일관성과 성의를 가지고 노력하면 저의 임기 중에 냉전종식이라는 목표는 반드시 달성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해 마지않습니다. 지금은 통일을 추구할 단계가 못됩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그러한 힘이 없고, 또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더라도 남북간에 전쟁을 하고 50년 이상 무장대결을 한 처지에서 정신적 갈등을 쉽게 극복할 수 없습니다. 독일이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통일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1300년 동안 통일국가를 이룩해온 이 민족이 어찌하여 50년 분단 때문에 통일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3, 1정신을 가슴에 되새기며 때가 오면 반드시 통일을 이루겠다는 결의를 다같이 굳게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19세기에 우리 조상들이 범했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됩니다. 당시 우리가 일본과 똑같이 개국하고 근대화를 했던들 우리는 일제침략을 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조상들의 한 때 잘못으로 후손들은 일제통치, 국토분단, 한국전쟁, 냉전대결 등 100년 이상 앙화(殃禍)를 입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잘못하면 또다시 후손들에게 그러한 죄 많은 유산을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과 같이 이미 말한 5대 과업, 즉 민주국가의 완성, 지식정보국가의 건설, 생산적 복지의 실현, 국민적 대화합, 한반도 냉전의 종식을 반드시 실현하여 새천년 21세기의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국가로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야 말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바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국가로 만듭시다. 그것을 기반으로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시킵시다. 7천만 민족이 얼싸 안고 자유와 번영과 정의를 구가하는 그 날을 이룩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민족 전체의 행복을 실현시키고 후손에게 3.1선열과 같은 자랑스러운 조상이 됩시다. 감사합니다.
#윤석열 #노무현 #김대중 #삼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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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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