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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사는 금호강에 파크골프장? 원점 재검토해야"

환경단체, 축소 또는 원점 재검토 촉구... 대구시 "이해당사자들과 협의 필요"

등록 2023.03.03 18:01수정 2023.03.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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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난개발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는 3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강 주변 파크골프장 건설을 비판했다. ⓒ 대구환경

 
대구 금호강을 따라 파크골프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3일 '세계야생동식물의 날'을 맞아 사업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 북구청은 사수동 금호강 둔치에 36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착공해 성토작업이 진행 중이고, 공사 진척률은 5% 정도이다.

금호강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수달과 삵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멸종위기 1급 어류인 얼룩새코미꾸리를 비롯한 12종의 법정 보호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강변에는 현재 14곳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여기에 북구청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수파크골프장을 포함해 대구시가 추가로 내년까지 82억 5천만 원을 들여 금호강 둔치에 6곳 108홀 규모의 골프장을 새로 짓거나 확장하게 되면 금호강 둔치에만 20곳 이상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

대구의 파크골프장 수는 현재 25곳으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다. 그럼에도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건설하려는 것은 대구의 파크골프 회원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대구는 '파크골프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회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체 회원 9만 8000여 명 중 1만 8700여 명으로 20% 가량을 차지해 서울 7000여 명, 부산 8000여 명의 2배 이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파크골프는 어르신에게 새로운 생활체육으로 주목받는 스포츠이자 노인복지시설"이라며 "앞으로도 파크골프장을 노인복지시설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금호강의 수질과 수생태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멸종위기종이 함께 살고 있어 개발 대신 공존의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생동물 지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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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난개발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는 3일 오후 대구 북구 사수동 파크골프장 공사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파크골프장 건설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 대구환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와 한국수달네트워크, 낙동강네트워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등은 3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사수동 파크골프장 공사현장으로 이동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금호강에는 지난 산업화 시절 절멸했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수달과 얼룩새코미꾸리를 비롯한 12종의 법정 보호종이 살고 있다"며 "금호강을 조금만 더 가꾸고 보전하면 명실상부한 생태하천으로 거듭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대구시는 금호강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6곳이나 중설하고 금호강 르네상스란 이름으로 개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며 "그로 인해 금호강이 지금 심각한 수난의 위기에 다시 처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야생의 생물들과 공존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며 "수달, 삵, 얼룩새코미꾸리 등등 금호강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는 파크골프장 증설 계획과 르네상스 개발 계획과 같은 약탈적 행정을 철회하라"며 "북구청이 추진하고 있는 사수동 파크골프장 조성사업은 공사 현장에서 법정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된 만큼 이들의 보호대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근원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금호강이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난 것은 그동안 대구시민들이 금호강을 사랑해줬기 때문"이라며 "그런 금호강을 파크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훼손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북구청 관계자는 "수달 등에 대한 보호대책을 대구지방환경청에 제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환경단체 등이 요구하는 골프장 면적을 줄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달은 행동반경이 넓기 때문에 서식지라고 딱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세밀한 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수달 집을 만들어 유인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호강 #파크골프장 #난개발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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