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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아·싸이월드... 1980년대 생이라면 더욱 반가울 영화

[미리보는 영화] <소울메이트>

23.03.06 14:04최종업데이트23.03.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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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메이트> 관련 이미지. ⓒ NEW


 

서울에서 도망치듯 섬으로 들어온 소녀, 고소공포증으로 섬에서 육지로 나가지 못하는 소녀가 만났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고, 어찌 보면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존재의 우정이 관객에게 어떤 울림으로 다가올까.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소울메이트>는 바로 그 우정과 연대의 결과로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중국 영화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인물 구도와 주제 의식을 제외하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정서나 사건들은 상당히 다르다. 원작의 장벽이 낮기에 독립적으로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주라는 낯선 땅으로 전학 온 활달한 기질의 안미소(김다미)와 그림에 유독 재능을 보인 조용한 성격의 고하은(전소니)의 유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구성으로 플래시백과 비선형적 서사 구조가 특징이다.
 
미소와 하은 그리고 하은의 연애 대상이었던 진우(변우석) 사이의 미묘한 감정 기류가 주요한 사건 발발 동기로 작용한다. 하은과 미소, 진우 사이에 흐르는 삼각관계의 씨앗을 맥거핀 삼아 이들이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아주 사소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서로가 삶의 큰 의미였던 차에 사랑의 감정으로 흐트러졌으니 파고가 상당하다.
 
<소울메이트>의 미덕 중 하나가 두 캐릭터의 개성과 성정을 서사 안에서 거의 완벽히 대칭을 이루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활달하고 거침없어 보이는 미소는 안씨라는 성 때문에 품게 되는 어떤 아이러니를 상징한다. 제주 토박이 성씨를 지닌 고하은에게 본래 한자 뜻과 다른 '여름 은하수'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특별한 존재로 호명하며 적극적으로 마음을 여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련함 선사하는 2000년대 초반의 정서
 

영화 <소울메이트> 관련 이미지. ⓒ NEW


  

영화 <소울메이트> 관련 이미지. ⓒ NEW


  
반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표출하지 못하는 성격의 하은은 그런 미소의 호명으로 점차 자신의 내면에서 외부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진우에게 마음을 고백하게 되고, 성인이 된 이후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되는 것도 미소의 영향이다. 짧고 굵은 생을 살며 몇몇 예술가처럼 스물일곱 전에 '요절'하고 싶어했던 미소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생을 이어가게 되지만, 정작 하은은 미소가 바랐던 그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는 것도 역설적이다.
 
일부 관객에겐 시간 순으로 진행되다가 조금씩 역행하는 플래시백을 보여주는 영화적 구성이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를 애정하는 관객 입장이라면충분히 캐릭터의 정서와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울메이트>가 구현한 세계관과 주제의식이 젊은층에겐 철지난 감성처럼 느껴질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 안에서 구현해 낸 인물의 입체성과 세계관의 디테일함은 충분히 완성도가 높기에 그 자체가 폄하되어선 안될 것이다.
 
영화 곳곳에 구현해 낸 2000년대 초반의 시대 정서 또한 아련함을 준다. 드라마나 몇몇 영화에서 자주 소환된 1990, 1980년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2000년 초반 정서가 반갑다. 2G 휴대폰과 DDR 같은 댄스 게임기, 싸이월드와 토스트가 무한 리필됐던 카페체인점 '캔모아' 등. 당시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을 보낸 1980년대 초중반 관객 입장에선 추억을 자극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혜화, 동> 이후 약 12년 만에 장편을 선보이게 된 민용근 감독의 분투가 반갑다.
 
한줄평: 소중한 그때 기억과 정서를 환기시키며 아련함을 전하다
평점: ★★★★(4/5)

 
영화 <소울메이트> 관련 정보
 
출연: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감독: 민용근
제공: 스튜디오앤뉴
공동제공 및 배급 : NEW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앤드마크 스튜디오
공동제작: 스튜디오앤뉴, 키이스트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3년 3월 15일
 
   
소울메이트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민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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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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