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만능포워드' 김단비, 16년 만에 정상에 '우뚝'

[여자프로농구] 6일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데뷔 첫 MVP 선정, 신인왕은 박소희

23.03.07 09:21최종업데이트23.03.07 09:21
원고료로 응원
'만능포워드' 김단비가 프로 데뷔 16시즌 만에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았다.

우리은행 우리원의 포워드 김단비는 6일 서울 63컨벤션센터 그램드 볼룸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포함해 블록상, BEST5, 우수수비상, 윤덕주상(공헌도 1위)을 휩쓸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한 김단비는 평균 31분55초를 소화하며 17.17득점(2위)8.8리바운드(5위)6.1어시스트(2위)1.5스틸(2위)1.3블록슛(1위)을 기록하며 공수 전 부문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한편 앞서 열린 신인왕 시상식에서는 하나원큐의 2년 차 가드 박소희가 생애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을 차지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하나원큐에 지명된 박소희는 루키 시즌 8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신인 자격을 유지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4.42득점1.9리바운드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입단동기 변소정(신한은행 에스버드)을 제치고 신인왕에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15시즌 만에 이적 선택한 신한은행의 심장
 

프로 데뷔 후 15시즌 동안 신한은행에서 활약했던 김단비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김단비의 농구인생은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최강의 슈퍼팀으로 꼽히는 '레알 신한'의 전성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김단비는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신한은행에 입단했지만 당시 신한은행은 전주원(우리은행 코치)과 정선민(국가대표 감독)을 중심으로 하은주, 최윤아, 강영숙, 진미정 등을 거느린 준 국가대표팀이나 다름 없었다. 실제로 김단비는 루키 시즌 단 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로서 배워야 할 게 많았던 유망주 김단비가 쟁쟁한 레전드 선배들이 많았던 신한은행에 입단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김단비는 최고의 선수들 밑에서 많은 훈련량을 통해 빠르게 기량을 향상시켰고 2009년 퓨처스리그에서 득점과 스틸,블록슛 부문 1위를 휩쓸며 신한은행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09-2010 시즌부터 식스맨으로 자리를 잡은 김단비는 2010-2011 시즌 신한은행의 주전 포워드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김단비는 2011-2012 시즌까지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 중 5번의 우승을 함께 하며 젊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영원할 거 같았던 신한은행의 왕조는 전주원의 은퇴와 정선민의 이적, 최윤아, 하은주의 잦은 부상, 그리고 '레알 신한'의 숨은 주역이었던 위성우 감독의 우리은행 이적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실제로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우리은행은 2012-2013 시즌 신한은행의 7연패를 저지하며 새로운 왕조를 건설했다).

WKBL의 중심축이 신한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넘어가면서 김단비는 신한은행의 '외로운 에이스'가 됐다. 김단비는 2014-2015 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4시즌 연속 전 경기에 출전하는 등 매 시즌 뛰어난 활약으로 신한은행을 지탱했지만 신한은행은 더 이상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는 '드림팀'이 아니었다. 급기야 김단비가 7경기에 결장한 2018-2019 시즌 신한은행은 WKBL이 단일시즌 체제로 바뀐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2019-2020 시즌 평균득점이 12.30점으로 떨어졌던 김단비는 2020-2021 시즌 18.53득점, 2021-2022 시즌 19.33득점을 기록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단비가 아무리 분발해도 WKBL은 이미 우리은행과 KB스타즈가 '양강'을 형성하고 있었고 '김단비 원맨팀'이었던 신한은행의 성적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한계였다. 결국 신한은행에서만 15시즌을 보낸 김단비는 2021-2022 시즌이 끝난 후 결단을 내렸다.

이적 첫 시즌에 정규리그 MVP 등극
 

김단비는 이적 첫 시즌부터 정규리그 MVP를 포함해 5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금까지 김단비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여러 차례 FA자격을 얻었지만 한 번도 신한은행을 떠난 적이 없었다. 신한은행은 '레알 신한 시대' 최후의 보루인 김단비에게 섭섭지 않은 대우를 해줬고 김단비 역시 자신을 키워준 구단과의 의리를 지켰다. 하지만 신한은행에서 10시즌 동안 '외로운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단비는 더 늦기 전에 챔프전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은행 이적을 선택했다.

처음 김단비가 우리은행 이적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농구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은행에는 정규리그 MVP 5회 수상에 빛나는 박혜진이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존재하고 포지션의 경계가 모호한 김단비의 플레이가 박혜진은 물론이고 박지현, 김정은 등과 동선이 겹칠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김단비가 얼마나 다재다능한 선수인지 잠시 간과했기 때문에 생긴 착각이었다.

김단비는 우리은행 이적 후 첫 공식경기부터 33득점을 퍼부으며 우리은행에 새로운 에이스가 나타났음을 증명했다. 비싼 돈을 받고 새 팀으로 이적한 FA 선수들이 흔히 겪는 '적응기간'도 김단비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었다. 특히 기존의 에이스 박혜진이 발바닥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하는 사이에도 김단비는 전 경기에 출전하며 우리은행의 새 동료들과 원활한 호흡을 선보였다. 

그렇게 득점과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슛, 3점슛, 3점슛 성공률 등 공수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른 김단비는 신한은행의 새 에이스 김소니아와 팀 후배 박지현을 제치고 생애 첫 정규리그 MVP에 등극했다. 김단비는 단상에서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임영희 코치, 동료선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감사인사를 전한 후 마지막으로 오늘의 김단비를 있게 해준 '친정' 신한은행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비록 MVP 경쟁에서는 김단비에 밀려 조연에 만족했지만 신한은행의 김소니아는 '보상선수 득점왕'이라는 WKBL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BNK 썸은 진안이 리바운드와 2점슛 1위, 안혜지가 어시스트 1위, 이소희가 3점슛 1위에 오르며 개인기록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올렸다. 이제 정규리그 시상식까지 모두 끝낸 여자프로농구는 오는 11일부터 챔프전 우승을 가리기 위한 봄 농구 일정에 돌입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우리원 김단비 정규리그 MVP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