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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팔순에도 600번째 지리산 천왕봉 오릅니다"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 수필가... 4일 599회 이어 오는 10일 600회 앞둬

등록 2023.03.07 10:18수정 2023.03.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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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 수필가. ⓒ 윤성효

 
"3월 10일이 600회다. 천왕봉에 피우는 팔순 꽃이니 미리부터 마음이 설렌다. 오늘도 세상사 다 잊고 지리산 정기 받아 콧노래로 즐거운 산행을 마친다."

정동호(80, 진주) 수필가가 지난 4일, 599번째 지리산 천왕봉(해발 1915m)을 등정하고 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그는 삼일절에 이어 다시 중산리부터 걸어 천왕봉을 밟았다.

"주말이라 팔도에서 몰려든 산꾼들로 천왕봉이 붐빈다"고 했던 그는 "사흘만에 또 올랐는데 힘들다는 느낌이 없는 걸로 보면 아직도 기계가 쓸만한가 보다"라며 건강함을 뽐내기도 했다.

지난 삼일절 날에 천왕봉에 올라 가지고 갔던 태극기를 높이 들었던 정 수필가는 "태극기를 들고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찾았다. 많은 이들, 특히 젊은이들도 태극기를 많이 들고 와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며 "산마루에 운집한 산꾼들을 선동하여 만세삼창을 외쳤다. 대한민국 만세. 호응이 좋아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맘 속으로 '일본은 지금이라도 진솔하게 사죄하라, 5천만 국민이여 (일제) 36년을 잊지 말자. 이제는 극일(克日)이다' 부르짖었다"라고 적었다.

정 수필가는 오는 10일 아침 진주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9시경 중산리에 도착, 천왕봉에는 오전 11시 30분에서 12시 사이 도착할 예정이다.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천왕봉까지는 5.4km 거리다. 그는 지리산에서 천왕봉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짧은 구간인 중산리~칼바위~맘바위~법계사~개선문 사이의 등산로를 이용한다. 전체 산행은 왕복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1991년 10월 처음으로 천왕봉에 올랐던 그는 2003년 하동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정년퇴직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고, 처음부터 계속 횟수를 헤아렸다.

그는 천왕봉 등정을 하고 난 뒤 사진과 소감을 '천왕봉 마니아'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페이스북에 올려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의 이 기록을 보면 사시사철 지리산의 변화를 알 수 있다.

그는 2020년 1월 27일 400번째, 2021년 6월 4일 500번째 천왕봉에 올랐다. 400회에서 500회까지는 1년 4개월이 걸렸고, 이번 500회에서 600회까지는 그때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의 목표는 1000회 천왕봉 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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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 수필가. ⓒ 정동호

 
나이 팔순에도 젊은이 못지 않게 지리산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지리산에 만난 정동호 수필가는 "600회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더 기분이 좋고 발걸음도 가볍다"며 "앞으로 700회, 800회도 해야 하기에 몸관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희망했다.

그는 "지금 이 상태로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 지금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 병원에 스스로 갈 생각은 없고, 그만큼 아직 몸에 이상 신호가 없다"고 했다. 건강검진을 2년마다 한번씩 받는다고 한 그는 "여든이지만 건강하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건강 비결은 걷기와 등산이라는 것.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체질적으로 강한 사람은 아니다. 보통 의사들이 하는 말이 종아리가 제2의 심장이라고 한다. 나이 요량하면 제 종아리 근육은 딴딴하다"고 자랑했다.

정 수필가는 지리산 기운도 한 몫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리산에 와서 에너지를 많이 받아 충전해 가는 것 같다"며 지리산에 고마움을 표했다.

천왕봉에 자주 오르다 보니 아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것. 그는 "아무래도 나이가 든 사람이 천왕봉에 오르니까 한 번 더 보는 것 같고, 점점 알아보기도 한다"며 "자주 만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지리산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오니까 저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고 신기해했다.

이어 "요즘 산에 오는 사람들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지키려고 하는 것 같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부도 있다고 했다.

그는 "노래나 라디오를 듣기 위해 음향을 크게 틀어 시끄럽게 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며 "그런 사람들을 보면 상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산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고, 산짐승들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등산로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으면 알든 모르든 같은 산꾼이기에 인사라도 나누었으면 한다"며 "어떨 때는 인사를 먼저 건네면 대답도 하지 않고 지나가기도 해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산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산에 대한 생각은 다들 같은 마음이니까 인사 정도는 나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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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 수필가. ⓒ 윤성효

 
팔순에도 젊은이 못지 않게 지리산을 힘차게 오르내리는 그는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몸을 웅크리게 되는데 그러면 건강이 더 나빠진다"며 "걷기부터 해서 등산을 하면 몸과 정신도 좋아질 것이다. 나이 들어도 등산을 권장하고 싶다. 무엇이든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에 기록을 남기고 있는 그는 "천왕봉을 다녀오고 나서 사진과 함께 소감을 올려놓으면 매번 200~300명 정도는 보는 것 같다"며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도 고맙다. 무엇보다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천왕봉 마니아'는 600회 등정을 30여 명과 함께 할 예정이다. 특히 경남농촌진흥원 퇴직자들이 이날 아침 진주에서 모여 그와 함께 버스로 이동해 지리산에 오른다. 또 다른 지역에 사는 산꾼들이 이날 천왕봉에서 만나자고 그한테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한편 1965년 남해군에서 농촌지도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했던 정동호 수필가는 2007년 등단해 현재 진주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남가람수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책 <자투리에 문패 달기>에 이어 2년 전에는 <78세의 천왕봉 가는 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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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 수필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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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산꾼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는 정동호 수필가. ⓒ 정동호

#지리산 #천왕봉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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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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