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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사태가 남긴 과제... '이것'부터 도입합시다

[주장] 교사 출신 변호사가 본 정순신 사태, '학교폭력 국선변호사'가 필요하다

등록 2023.03.08 10:14수정 2023.03.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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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0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정순신 특수부장 검사가 '세월호 침몰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하루 만에 국가수사본부장 직에서 물러난 정순신 변호사(전 검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기는 과제는 무엇일까. '전학 처분'으로 한정해 조심스레 생각을 밝혀본다.

첫째, 학교가 전학 처분을 곧바로 집행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고, 이런 문제가 더는 없도록 일선학교들과 교육청들의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2017년 내내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학생은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을 신고했고, 2018년 3월 학교는 전학 처분을 내렸다. 그 전학 처분이 재심을 거쳐 확정된 때는 2018년 6월 29일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학교는 전학 처분을 집행하지 않았다. '소송을 거는 바람에 전학을 못 보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쟁송 제기만으로 전학 처분 집행을 멈출 수는 없다.

정순신 변호사 측은 위 전학 처분에 대해 2018년 7월 11일 행정심판과 집행정지신청, 행정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모두 제기했다. 그리고 2018년 7월 27일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전학 처분 집행정지신청을 인용받았다.

문제는 2018년 6월 29일부터 2018년 7월 26일까지의 기간이다. 약 한 달은 전학 보내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학교폭력예방법령 및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학교는 그 기간에 '지체 없이' 가해학생을 전학 보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현재까지 파악된 것을 보면, 당시 학교는 강원도교육감에게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전학 갈 학교의 배정 요청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지역위 재심에서 '전학'이 결정된 이후 7개월이 흐른 2019년 2월 14일에서야 강원도교육청에 '전학학교 배정요청' 공문을 보냈다(관련 기사 : [단독] 민사고, 7개월 지나서야 정순신 아들 전학 공문 발송 https://omn.kr/22zo9 ).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전학 처분에 대한 쟁송 및 전학 처분 집행 과정

* 2018. 3. 23. 00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전학 처분
* 2018. 3.~2018. 6. 28. : 두 번의 재심을 진행하며 전학 처분 집행이 중지
* 2018. 6. 29. 전학 재심 결정 [2019. 6. 29.부터 지체 없이 전학 처분 집행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
* 2018. 7. 11. 1심법원에 소 제기 및 집행정지 신청, 행정심판 제기 및 집행정지 신청
* 2018. 7. 27. 행정심판에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며 처분 집행이 중지
* 2018. 9. 3. 1심법원에서 집행정지 기각 결정 
* 2018. 9. 4. 1심법원에서 패소 판결 
* 2018. 9. 6. 2심법원에 항소 제기
* 2018. 9. 14. 2심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 2018. 10. 11. 2심법원에서 집행정지 기각 결정 
* 2018.12.21. 행정심판에서 본안이 기각되며 집행정지 효력 상실 [2018. 12. 21.부터 지체 없이 전학 처분 집행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
* 2019. 1. 23. 2심법원에서 본안 기각 판결 
* 2019. 1. 24. 3심법원에 상고 제기
* 2019. 2. 가해학생이 전학
* 2019. 3. 4. 3심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 2019. 4. 25. 3심법원에서 본안 기각 판결, 집행정지 기각 결정

학교와 교육청은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나 

대체 왜 학교는 가해학생을 지체 없이 전학 보내지 않은 걸까? 대체 왜 교육청은 그런 학교를 보고만 있었을까?

지금이라도 당시 학교가 2018년 6월 29일 이후 지체 없이 전학 처분을 집행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 학교폭력예방법령 위반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고, 혹시 누군가의 거짓말이나 압력에 의해 전학이 집행되지 않았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학교들에서도 이처럼 전학 등 처분이 지체되며 피해학생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지, 관할 교육청들이 면밀히 조사해 지도·감독을 해야 한다.

둘째, 교육청 등이 피해학생 측에 법적 권리 등을 제대로 고지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은 검사 아빠가 선임한 판사 출신 변호사의 보호를 받았지만, 피해학생은 아예 관련한 행정쟁송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가해학생이 자신이 받은 전학 처분 등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때, 피해학생은 '보조참가'의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

피해학생이 행정심판 위원들이나 행정법원 판사에게 "나의 피해가 너무도 심각하고 가해학생에게 사과받은 일이 없으니, 가해학생의 전학 처분 취소 요청을 절대로 받아주지 말아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관련 기록을 보면,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이 제기한 쟁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피해학생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관계기관으로부터 그 권리를 안내받지 못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학교폭력 사건을 진행하면서, 피해학생 측에 "가해학생이 불복쟁송을 청구했다"라고만 안내하고 보조참가의 방법이 있음을 안내하는 교육청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해학생은 전관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불복쟁송을 거듭하는데, 피해학생은 아예 참여조차 못한 것이 안타깝다. 앞으로 교육청이 피해학생의 보조참가 권리 등을 제대로 안내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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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사건에 피해학생이 보조참가를 하는 경우의 판결문 모습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이 처분 취소를 도모할 때 이를 막기 위해 가해학생이 제기한 쟁송에 참여할 법적 권리가 있다. ⓒ 박은선

 
셋째, 정순신 아들 사건에서 피해학생이 쟁송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변호사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고, 그것이 변호사 수임료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만큼 '학교폭력 국선변호사 제도'의 신설을 제안한다.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정순신 아들 사건에서 피해학생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를 국선변호사로 선임했다면 어땠을까? 우영우는 행정쟁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피해학생을 위해 멋지게 싸우지 않았을까?

'범고래는 아이큐가 무려 90인데 집단괴롭힘을 당하면 공격적이 되기도 합니다. 세 살 때 납치되어 미국 플로리다 씨월드로 팔려갔던 범고래 틸리쿰은 공연을 위해 혹독한 훈련과 학대를 견뎌야했고 좁은 수조 안에서 다른 범고래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틸리쿰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했습니다. 집단따돌림이 고래에게도 엄청난 고통이 되고 그 고래를 공격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 아동,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좁은 교실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데 친구들의 따돌림까지 계속된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남을 공격하거나 자신을 공격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또 다른 가해학생이 되거나 자해, 자살 등을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이 사건 피해학생이 틸리쿰처럼 자신이나 남을 공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가해학생의 전학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하여 주십시오.'


학교폭력 국선변호인 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학교가 정순신 변호사 아들을 '지체 없이' 전학 보내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보다 안타까운 것은 2018년 7월 27일 행정심판에서의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 상태에서 행정심판이 무려 5개월이나 지속되며 그 기간 동안 전학 처분의 집행이 불가했다는 점이다. 행정심판이 5개월이나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동시에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는 2018년 9월 4일 패소판결이 나온 상태였다.

'우영우'가 있었다면 집행정지를 끊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우영우가 2018년 9월 5일에 당장 행정심판위원회에 위 원고가 패소한 판결문을 제출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어서 행정심판에서 기각결정을 하고 집행정지 효력도 더는 없게 해주십시오"라고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다시 강조하지만 이 사건에서 피해학생은 쟁송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고, 피해학생을 위한 변호사는 없었다. 그리고 당시엔 강원도의 행정심판에서 국선대리인 제도가 없었다. 우리가 정순신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에 뜨겁게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드라마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과의 선명한 대조 때문일 것이다. 검사 아빠가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간 것은, '반성의 부재'라는 도덕적 비난은 받을 수 있을지언정 법적으로 문제일 수 없다.

문제는 검사 아빠는커녕 부모와 교사들조차 외면한 '문동은들'이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들을 위한 학교폭력 국선변호인 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현재 교육청행정심판 국선변호사 제도가 어느 정도 도입돼 있긴 하지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및 행정소송에서는 아직 국선변호사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사선 변호사로 학교폭력 사건을 수임하는 내게 이것이 수입 감소로 이어질지라도, 이 제도가 생겨나야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아이들을 대변해온 나로선 조금이나마 덜 미안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교사 출신의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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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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