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에서 관찰된 자전거 시설들선대 왕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조카인 다음대의 왕이 짓기 시작하여 3대째 왕에 이르러 완성되었다는 왕궁공원 인근에서 발견한 자전거 관련 시설들. 좌측 사진에서는 도보로 몇 분, 자전거로 몇 분이 걸리는지 방향과 함께 표시되어 있어서 인상적이다. 가운데 사진은 고급 자전거를 위한 보안이 강화된 주차 시설이다. 우측 사진은 교차로에서 자전거가 차 앞에 대기하는 시스템으로 요즘은 여러 도시에서 도입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인근하는 네덜란드에 비할 바 못 되지만 자전거 도시를 향해 열심히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길중
네 시간여 짧은 만남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북쪽으로 향한다.
저녁 6시 무렵 다시 요란하게 문자 메시지가 울려댄다. 현지 공관과 통신사 등에서 위급상황시의 도움을 요청할 방법 등을 안내하는 문자들이다. 이미 파리공항에 도착할 때 받았고 벨기에 국경을 넘어서면서 울렸다. 그리고 네덜란드로 들어 선 것을 확인해 주는 문자 메시지가 우리의 월경을 확인해 주는 셈이다.
일요일 저녁 어둑한 시각에 도착한 위트레흐트, 버스 안에서도 이곳이 네덜란드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자전거가 붐빈다.
이전에도 소개했지만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의 도시 안에서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우리 일행의 버스가 움직이는데 도시를 몇 번 배회해야 했고 숙소 앞에 도착해서도 내리지 못하고 10여 분간 방황해야 했다. 프랑스 밖으로의 운전 경험이 적었다는 버스 기사는 의도치 않게 우리들에게 버스를 통한 시티투어를 해준 셈이다.
브뤼셀에선지 우회전하다가 폭이 좁은 도로 탓에 버스 하부를 긁혔는데 이날 입은 기사의 손해가 걱정되었다. 일행들은 그런 마음을 헤아려 정말 수고했고 애썼다고 박수를 보내며 힘을 주고자 했다.
그리고 맞이한 위트레흐트의 첫 아침
두 개의 일정이 있어 분주한 아침이다. 오전에는 '네덜란드 자전거 대사관'이라는 이름의 민간단체 DCE(Dutch Cycling Embassy)와의 간담회 일정이다. 오후에는 위트레흐트 시청과의 일정이 잡혀있다.
유럽에서의 세 번째 아침을 맞이한 원정대원들이 하루하루 현지의 시간에 적응해 간다. 첫날엔 새벽 2시쯤 일어나고 그 다음날은 3시쯤 일어난다. 그렇게 적응해 가면서 기상한 시각이 5시쯤으로 기억된다. 새벽 6시 무렵 조금 일찍 동이 텄지만 아직도 어둑한 시간이다. 호텔 밖을 내려다보니 벌써 움직이는 사람들이 관찰된다. 일찍 일어나 활동하고 일찌감치 잠든다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창문 밖으로 그대로 관찰된다.
다음날 아침엔 눈이 내렸지만 이날은 쌀쌀한 날씨의 맑은 날이었다.
위트레흐트의 한 복판이라 할 Vredenburg가에 위치한 숙소의 앞이다.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는 이곳에 매우 관심이 컸던지 일행들은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하나둘 나와 사람들을 관찰한다.
신호가 바뀌면 여러 방향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질서 정연하게 각자의 길을 간다. 가만히 서 있어도 상당히 쌀쌀한 날씨다. 누군가는 장갑을 꼈고 누군가는 목도리를 두르기도 한다. 복장도 다 다르다. 다만 우리처럼 쫄쫄이(?)를 차려입은 경우는 못 본다. 출근해서 근무할 때 입을 복장으로 움직인다.
이날 오전에 만난 Shelley Bontje(DCE)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설명을 하다가 스커트 차림의 자신의 복장을 '출근할 때 입었던 옷이며 외투를 걸쳤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자전거는 평범했으며 헬멧을 쓴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다.

▲Shelley Bontje(DCE) 매니저가 설명하는 '네덜란드의 자전거'프리젠테이션중 셀리 본체씨는 아침에 출근한 복장이며 여기에 외투를 걸쳤다고 설명하였다.
김길중
이 놀라운 풍경을 함께 목격하던 일행들이 하나둘씩 의견을 모아간다. '이것이 이곳 사람들의 모습인가 보다'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감춘 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자전거가 만들어내는 러시아워를 직접 목격하면서 함께 한 김광훈 광주 에코바이크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오랜 시간 동안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적응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신호가 바뀌면 일제히 수십 대의 자전거가 움직이지만 엉키지 않습니다. 수신호를 비롯해 도로를 현명하게 쓰고 평화롭게 이용하는 방법이 몸에 밴 결과가 아닐까요?"
이 광경에 대해 가장 와 닿은 이야기는 최윤영(국회 이용빈 의원실 비서관) 원정대원의 말 같다. "이곳은 마치 이런 것도 가능하다고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 같아요."
이런 궁금증은 이날 이후의 두 일정, 그리고 암스테르담과 하우턴까지 내내 이어질, 그러나 각기 다른... '자전거 도시'의 다양한 길에 대한 설명을 통해 해소되었다.
(*네덜란드 이야기는 이번 편을 포함해 세 개의 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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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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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만들어낸 러시아워... 이 '세트장' 같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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